<時評>본질과는 동떨어진 규제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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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화 KCERN 이사장 벤처기업협회 명예회장

文정부 개혁案 성과 절실한데
현황 파악 제대로 하는지 의문
혁신성장 걸림돌은‘융합규제’

수도권도 포함한 ‘프리존’ 필요
대기업-벤처 보완성 이해하고
원격의료, 클라우드 열어줘야

정부가 공인인증서와 네거티브 등 규제개혁 정책을 발표했다. 그런데 역대 정부마다 규제개혁을 부르짖었으나 성과는 별로 없었다. 직전 정부도 공인인증서 개혁과 네거티브 규제를 선언했으나, 성과는 부정적이었다. 규제개혁은 구호가 아니고 성과로 평가돼야 한다. 혁신성장을 위한 현 정부의 규제개혁 성공을 위한 고언을 하는 이유다.

우선, 규제 현황 파악 역량이 우려된다. 금융의 공인인증서 의무화 규제는 이미 폐지됐다. 2014년 10월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이 통과되고 2015년 4월 시행령이 공포되면서 공인인증서 강제 규제가 폐지됐다. 즉, 대한민국의 금융사는 자율적으로 보안 수단을 선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 결과 새로운 스마트폰 금융에서 숱한 ○○페이 등 공인인증서가 없는 거래가 확산되게 됐다. 단, 기존의 온라인 거래는 금융사들이 생체 인증 등 새로운 인증 수단을 사용할 수는 있으나, 신규 인증 수단에 대한 금융기관의 책임 리스크로 인해 도입이 지연되고 있을 뿐이다. 즉, 공인인증서 강제 사용 규제 폐지는 ‘이미 폐지된 것을 다시 폐지한다’는 자가당착(自家撞着)에 빠지게 된다. 문제는 규제가 아니라, 금융기관의 자율과 책임이다. 물론 비금융 분야 공인인증서 규제는 남아 있으나, 국민에게 심각한 수준은 아니다.

핀텍, 사물인터넷(IoT), 융합 의료와 같은 4차 산업혁명 분야에서 한국이 중국에 뒤지는 가장 큰 이유는 개별 기술 역량이 아니고 융합 규제에 있다. 네거티브 규제인 중국은 선 시행, 후 규제인 반면 포지티브 규제인 한국은 선 규제 통과, 후 사업이 가능해 신산업 경쟁에서 현저히 뒤지게 됐다. 결국, 4차 산업혁명의 혁신성장을 위해 네거티브 규제 도입이 국가적 과제가 된 것이다.

그런데 네거티브 규제 역시 지난 정부에서 발표된 내용과 큰 차이가 없다. 지난 정부는 2013년 네거티브 규제 597건을 추진했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2015년 행정연구원에 따르면 단순 행정비용 절감에 불과하고 사회경제적 파급효과는 미미했다. 네거티브 규제의 시범 사업으로 추진된 규제 프리존 특별법은 국회에서 표류하다가 결국 이번 발표에서도 제외됐고, 이보다 사회적 영향이 작은 규제 샌드박스만 원칙적 추진을 밝혔다.

적어도 네거티브 규제의 양대 시범 사업으로 규제 샌드박스와 더불어 규제 프리존이 수도권을 포함해 확대 도입돼야 청년실업 문제 해결을 위한 혁신성장에 기여할 수 있다. 벤처 중심의 규제 샌드박스는 수용하되, 대기업이 참여하는 규제 프리존은 안 된다는 논리라면 혁신 성장은 물 건너갈 것이다. 대기업의 성장을 규제할 게 아니라, 대기업의 성장이 일자리와 분배로 연결되도록 하는 게 바람직한 정책이다. 대기업과 벤처기업은 상호 배타적이 아니라 보완적이다.

그런데 미국, 중국과 같은 네거티브 규제 체계를 대륙법 계통인 한국의 법체계에 전면적으로 수용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네거티브 규제로 가는 획기적 돌파구가 없이는 결코 결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측하는 이유다. 그 대안으로 실시간 인공지능(AI) 기반 규제 영향 시스템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규제에는 비용과 편익이란 빛과 그림자가 공존한다. 1만5000개에 이르는 규제 영향을 실시간으로 부처별·규제별 평가를 할 수 있다면, 네거티브 규제의 효과를 거두게 된다. 궁극적으로 몸에 맞는 옷과 같은 적정 규제로 수렴될 것이다. 이미 특허 평가에는 AI가 도입됐다. 세계 최초 AI 규제평가 시스템 구축은 한국이 네거티브 규제로 가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연간 150조 원이 넘는 규제 비용의 10%인 15조 원을 0.1% 미만의 비용으로 절감할 수 있는 가능성에 도전해 볼 것을 제안한다.

융합 규제의 대표적인 사례가 원격의료다. 2000년 대한민국이 세계적으로 기술을 선도한 원격의료가 현재 금지된 국가가 대한민국이다. 미국의 경우 27%, 일본의 경우 40조 엔의 의료비 절감을 추정하고 있다. 급증하는 고령화 의료 비용을 타개할 유일한 대책인 원격의료조차 허용하지 못하는 규제개혁의 진정성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인가. 스마트 도시, 자율주행 자동차, 드론의 육성도 클라우드 활용이 전제돼야 한다. 클라우드 없는 스마트 도시는 구현이 불가능하다. 클라우드 규제개혁이라는 4차 산업혁명의 최우선 과제는 왜 빠졌는가.

규제개혁의 성과를 위한 고언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