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처 비판하더니 ‘性희롱’엔 침묵… 진보판사들 ‘이중 태도’

민중기 법원장 소속 연구회
비판 입다물어 ‘제식구 감싸기’
비밀카페선 되레 옹호 목소리
“편가르기에 내부 문제 외면”

법원행정처 개혁 등 법원 문제에 공개적인 비판을 가하던 국제인권법연구회·우리법연구회 소속 판사들이 서울중앙지방법원장으로 임명된 민중기(59·사법연수원 14기) 서울고법 부장판사의 성희롱 사건엔 침묵하고 있다.

6일 현재 법관들만 이용하는 인터넷 비밀 카페 게시판에는 민 부장판사를 옹호하는 취지의 글이 올라오는 등 성 문제를 두고도 판사들이 성향에 따라 이중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인권법·우리법연구회 판사들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이들이 법원행정처 개혁과 관련해 법원 내부망 코트넷에서 활발한 토론을 벌이던 모습과 사뭇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같은 연구회 출신인 민 부장판사 사건과 관련해 거의 언급 자체를 꺼리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제 식구 감싸기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지난 2014년 10월 우리법연구회 소속 판사들이 만든 후 진보적인 판사들이 주로 이용하는 다음 비밀 카페 ‘이판사판 야단법석’의 게시판에는 “이때까지 더한 것도 묵인해 온 우리입니다. 이번 일에만 너무 예민한 건 왜일까 반문해 봐야 합니다” “굳이 따지자면 성희롱 발언 중에서 정도가 약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라며 민 부장판사를 옹호하는 글이 다수를 차지했다.

이를 두고 지방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법원 내 적폐 청산을 주장하던 두 연구회 소속 판사들이 민 부장판사 사건에 대해서는 전혀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판사들은 민 부장판사를 두고 “법원장 자격이 없다”는 비판의 글을 올리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는 그의 입장을 옹호하는 기류가 강하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단독판사회의에서도 ‘사법부 블랙 리스트’ 추가 조사 결과를 주요 안건으로 삼았을 뿐 민 부장판사 사건은 안건으로 상정되지도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 내 ‘파워 게임’ 양상까지 보이면서 민감한 반응을 보였던 이들 판사가 역시 중요하게 다뤄야 할 법관 인사 시스템의 오류에 대해서는 너무 쉽게 외면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여성 권익 보호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법원 내 학술단체인 ‘젠더법연구회’도 ‘최근 검찰 내 성추행 등 문제 제기와 관련한 의견’이라는 성명을 내며 “법원 내 성추행 등 피해에 대한 엄정한 조사와 징계, 피해자 보호 절차 등에 부족함이 없었는지 자성한다”고 밝혔지만, 민 부장판사 사건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고법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법관들이 편 가르기에 치중하느라 조직 내부의 문제를 외면하는 모양새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민 부장판사는 2014년 9월 법원 출입기자들과의 식사 자리에서 “남자가 여자를 만족시키려면 뭐가 필요한지 아느냐. 남자가 여자를 만족시키려면 그게 6㎝ 이상이면 된다. 신용카드 크기가 딱 그렇다”고 발언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정철순·김리안 기자 csjeong110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