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최저임금 위반 처벌 6.4배↑… 범법자 양산 현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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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세사업주 이중고

각종수당 등 산정체계 복잡해
위반인지 모르는 사업주 허다
올해 위반 사업장 더 늘텐데…
“사법처리 강화 옳은지 의문”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난해 최저임금 위반 사업장에 대한 사법 처리 비율이 전년 대비 6.4배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저임금 정책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 현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으로 해석된다. 특히, 최저임금이 급상승한 올해는 최저임금법 위반으로 처벌받는 사업주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무리한 최저임금 인상이 범법자를 양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이미 현실화한 가운데 영세사업주의 고통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8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5년간(2013~2017년) 최저임금 위반 적발 건수 대비 사법 처리 비율이 지난해 큰 폭으로 상승했다. 2013년 0.20%(적발 건수 6081건, 사법처리 12건)였던 사법 처리 비율은 2014년 0.97%, 2015년 1.26%로 높아졌다가 2016년 0.83%까지 떨어진 뒤 지난해 6.15%(1724건, 106건)로 급등했다. 2016년 대비 640.96% 늘어난 수치다.

‘최저임금법’ 제28조는 최저임금액보다 적은 임금을 지급하는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처벌이 무거움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최저임금 위반 사업장 지도감독은 시정조치나 과태료 부과가 대부분이었다. 최저임금 위반이 신고돼도 곧바로 벌금형을 부과하는 대신, 최저임금 위반액을 최우선으로 지급할 수 있도록 사업주에게 우선 시정조치를 내리는 게 일반적이었다. 위반자 처벌보다는 임금 우선 지급이 목적이라는 의미다.

이 때문에 지난해 사법 처리율이 급등한 것을 두고 최저임금 시행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조치로 해석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더구나 최저임금이 급등한 올해의 경우 위반 사업장이 크게 증가할 수밖에 없어 사법 처리 대상 영세 사업자 수가 급증할 전망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근로자는 2016년 13.6%에서 지난해 17.4%로 늘었고, 올해에는 23.6%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고용부가 지난달 공개한 고액 상습 체불 사업주(199명)와 신용제재 대상(326명) 중 90%가 영세사업주였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저임금 산입범위 등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최저임금을 위반하고 있는지조차 모르는 사업주들도 허다하다”며 “선의로 법을 위반하는 사업주들에 대한 대책 마련 없이 사법 처리만 강화하는 게 옳은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제성장과 물가상승을 반영한 현실적인 최저임금 인상이 중요하고, 업종별·지역별로 이를 감당할 능력이 큰 차이가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며 “소득 재분배는 최저임금보다는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하는 정부의 직접 지원을 강화하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정진영 기자 news119@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