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 불황 장기화에… 식당·원룸 ‘텅텅’ 중심가도 ‘을씨년’

울산·거제 지역경제 시름

근로자들 떠나간 울산 동구
원룸 10곳 중 6곳이 ‘빈 방’
거제서도 ‘도심공동화 현상’

“특별고용지원업종 연장해야”

국내 대표적 조선 도시인 울산 동구와 경남 거제가 장기간 계속되는 조선업 불황의 터널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기업체 일감은 갈수록 줄어들고, 퇴직자 수는 늘어난 탓에 지역 내 건물은 텅 비어 가고, 거리는 휑하다 못해 을씨년스럽기까지 하다.

도시가 활력을 잃고 쇠락할 기미가 보이자, 울산시와 경남도는 2016년 7월부터 운영되는 ‘조선업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을 2019년 6월 30일까지 1년 더 연장해 줄 것을 고용노동부에 요구했다.

12일 오후 6시 울산 동구 서부동 식당가 골목길. 수 전년 같으면 현대중공업 또는 협력업체 직원들이 업무를 마친 뒤 식사를 하며 스트레스를 푸는 시끄러운 골목길이었지만, 건물 안 식당 내부는 물론 거리조차 사람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텅 비어 있었다.

인근 식당 업주 김모(60) 씨는 “지금은 낮 손님이 3∼4년 전의 30∼40%밖에 안 되고, 저녁때는 거의 없다”며 “언제까지 식당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직격탄을 맞은 부동산도 침체 터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지역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다세대주택(원룸) 공실률은 60%에 이른다. 원룸 건물의 경매가도 한때 7억 원을 호가하다가 지금은 4억5000만 원 선까지 뚝 떨어졌다. 울산 동구의 조선업종 사업체는 최근 1년 6개월(2016년 7월∼2017년 12월) 사이 1160개 사에서 918개사로 20.9% 감소했고, 조선업종 근로자 수도 같은 기간 5만7618명에서 3만6763명으로 36.1%가 줄었다. 이 때문에 지난해 12월 동구의 인구는 17만3096명으로 1995년(19만2007명)에 비해 1만8911명(9.8%)이 줄었다.

이 같은 현상은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이 위치한 경남 거제도 마찬가지. 두 조선소의 직영 및 사내외 근로자는 2015년 9만2100여 명이었으나 지난 1월 현재 5만1700여 명으로 무려 43.8% 감소했다. 근로자가 줄어들면서 지역 내 원룸 공실률도 2016년 6.6%에서 지난 1월 30.5%까지 치솟는 등 도심 공동화 현상까지 발생하고 있다.

울산시와 경남도는 지역 활성화를 위해 ‘조선업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 기간 연장을 요구하고 있다. 조선업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이 계속 유지되면 정부는 조선 관련 사업장과 퇴직자 등에게 고용유지 지원금 지급, 자영업 창업 대비 교육, 국민연금·건강보험료 연체금 징수 유예 등을 지원하고, ‘조선업희망센터’ 운영을 통해 퇴직자들의 재취업을 돕는다. 울산의 경우 조선업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 후 고용유지 지원금 18억5000여만 원(143개사), 직업훈련 생계비 5억3000여만 원(182건) 등이 지원됐으며, 퇴직자들도 ‘조선업희망센터’를 통해 4248명이 재취업에 성공했다.

울산 = 곽시열·거제 = 박영수 기자 sykwa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