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대법원장, ‘자기 사람’ 위주 블랙리스트 특별조사단 꾸려

법원 내에선 조사 형평성 우려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과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대한 법원 추가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를 보완하고 후속 조치를 검토할 특별조사단이 꾸려졌지만, 조사단 중 절반이 국제인권법연구회·우리법연구회 출신인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 시작 전부터 법원 내에선 ‘셀프 조사’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13일 법원에 따르면 대법원은 조사단장에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을 임명했으며 조사단원 6명 중 이성복 전국법관대표회의 의장은 인권법연구회, 정재헌 법원행정처 전산정보관리국장과 김흥준 법원행정처 윤리감사관은 우리법연구회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 조사위는 대법원 외부에 기구를 두는데 이번 조사는 법원행정처장이 직접 조사에 참여하며 윤리감사관실에서 조사업무 지원을 맡는 등 행정처의 전방위적 인적·물적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인권법연구회는 우리법연구회 후신으로 불리며, 김명수 대법원장은 두 연구회에서 회장을 지냈다. 이 때문에 김 대법원장이 ‘자기 사람’ 위주로 조사단을 꾸렸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특히 인권법연구회는 지난해 초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제기한 바 있어 법원 내에선 “의혹을 제기한 곳에서 조사까지 맡는 격”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우리법연구회 소속인 정 국장은 김 대법원장이 국회 인사청문회를 준비할 당시 준비팀장으로 활동한 바 있어 ‘대법원장의 복심’으로 불리며 김 감사관도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다. 고등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추가조사에서 블랙리스트로 볼 수 있는 어떠한 증거도 나오지 않았는데 다시 두 연구회 출신 판사들이 조사에 들어갔다”며 “조사단원들이 제대로 된 결과를 내놓더라도 공정성 논란에 휘말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앞서 ‘사법부 블랙리스트’ 추가조사 당시에도 대법원은 조사위원 6명 중 4명을 두 연구회 소속으로 꾸려 편향성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법원 내에서 일고 있는 셀프 조사에 따른 우려를 의식한 듯 조사단은 “향후 조사 결과에 따라 필요한 경우 객관적이고 타당한 조치방안을 강구하기 위해 법원 감사위원회와 같은 외부인이 참여하는 기구에 의견을 구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조사단원 중 한 명인 노태악 서울북부지방법원장은 법원 내 국제거래법연구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의해 ‘나쁜 사람’으로 찍혀 강제 퇴직당했다가 복귀한 문화체육관광부 노태강 차관의 동생으로 전해졌다. 1, 2차 조사 때 참여했던 구태회 사법연수원 교수는 이번에도 조사단에 들어갔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