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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이미숙 논설위원 게재 일자 : 2018년 02월 14일(水)
미얀마 천지개벽과 김정은의 末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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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숙 논설위원

경제 급성장 양곤, 천지개벽
미얀마, 오바마 때 개혁 추진
베트남, 클린턴 때 협력 개방

미얀마-베트남,제2중국 부상
北만 美 관여 거부 고립 자초
김정은, 先代 誤判 탈피해야


동남아시아에서 남아시아로 이어지는 길목에 위치한 미얀마는 1983년 북한 공작원에 의한 아웅산테러로 기억되는 나라지만 의외로 한국과 유사한 점이 많다. 식민지에서 해방되어 1960년대 이래 군부 독재 시대를 경험했고, 1980년대 후반엔 민주화 시위도 뜨거웠다. 인구도 5300만 명으로 거의 같다. 미얀마 사람들은 ‘태국이 한국의 형제국이라면 우리는 쌍둥이국’이라며 친근감을 보인다. 그런데 한국은 반세기 만에 산업화와 민주화를 모두 이루며 1인당 국민소득(GDP)이 3만 달러에 근접하는 반면, 미얀마는 반세기 동안 이어진 폐쇄적 군부 집단지도체제로 인해 1인당 GDP가 1300달러대에 머물러 있는 최빈국이다.

그런 미얀마가 천지개벽하고 있다. 수도 양곤은 자동차가 넘쳐나고, 지난해 개관한 롯데 양곤 호텔엔 신흥 부유층 인사들이 북적인다. 한국 및 세계 각국의 기업들도 투자를 확대하기 위해 양곤과 수도 네피도를 분주히 오가고 있다. 한국과 아세안10개국이 만든 국제기구인 한·아세안센터가 지난 7∼8일 미얀마 투자청(DICA)과 공동으로 양곤에서 개최한 ‘한·미얀마 투자 진흥세미나’에는 50여 개 한국기업의 관계자들이 참석해 미얀마 투자청 관리들과 상담을 했다. 한 인사는 “2년 전에도 왔었는데 양곤이 완전히 달라졌다”며 놀라워했다. 미얀마에는 대우포스코와 롯데, CJ제일제당 등 500여 한국기업이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

양곤 거리에서 미얀마의 변화상을 보면서, 북한 생각을 했다. 북한처럼 군 중심 폐쇄국가였던 미얀마의 변화는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의 적극적 관여정책 덕분이기 때문이다. 오바마는 2009년 취임 직후 제일 먼저 북한에 대화의 손을 내밀었지만, 북한은 2차 핵실험으로 어깃장을 놓았다. 그러자 오바마는 대북 제재를 강화하며 관심을 미얀마로 옮겼다. 미얀마 군부는 2008년 사이클론 나지스로 13만4000명이 사망하자 폐쇄 체제의 한계를 절감하고 대미 관계 개선에 나섰다. 힐러리 클린턴 당시 국무장관 등은 미얀마 군부에 단계적 제재 완화를 당근으로 제시하며 민주개혁을 촉구했다. 이 과정을 통해 미얀마 군부는 2011년 3월 권력 일선에서 후퇴하며 테인 세인 대통령이 취임했다. 미얀마 경제는 민간정부 출범 이듬해 7.3% 성장한 데 이어 2013년엔 8.4%를 기록했고, 이후에도 7%대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은 미얀마로부터 북한과의 무기거래 중단 약속을 받아내 대북 봉쇄의 단초도 마련했다. 당시 협상을 총괄한 커트 캠벨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미얀마를 제2의 북한으로 남겨둘 것이냐, 제2의 인도네시아로 변화시킬 것이냐의 갈림길 속에서 후자를 택했다”고 회고한 바 있다.

북한이 2차 핵실험을 접고, 미얀마처럼 오바마의 올리브 가지를 잡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북한은 조지 W 부시 행정부와 협상하며 영변 원자로 냉각탑 폭파 쇼까지 했지만,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뇌졸중 발병 후 모든 것이 중단됐다. 이후 핵실험 재개 쪽으로 선회하며 오바마가 제시한 대화판을 걷어찼다. 북한의 오판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미국에 대한 과대망상과 개방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실수를 반복했다. 김일성 주석은 핵 개발을 포기하고 중국식 개혁·개방에 나서야 북한이 산다는 덩샤오핑(鄧小平)의 마지막 충고를 묵살했다. 김정일은 빌 클린턴 행정부와 제네바 핵 합의는 했지만, 미사일 협상엔 주저했고, 북·미 수교에도 소극적이었다. 그러자 클린턴 행정부는 관심을 베트남으로 돌렸고, 베트남은 1995년 미국과 재수교하면서 비약적 경제성장시대를 열었다.

아세안 10개국 중 최빈곤 4개국을 CLMV 그룹으로 부른다. 캄보디아와 라오스, 미얀마, 베트남의 머리글자인데, CL은 친중(親中), MV는 대미 관계 개선을 통한 경제 성장을 모색해온 나라다. 공교롭게도 친미노선을 정한 베트남과 미얀마는 고도성장을 이뤄내 포스트 차이나로 불리고 있다. 최근엔 CLMV그룹으로 묶이는 것조차 불편해할 정도다. 이제 김정은은 최후의 핵 게임을 하고 있다. 북한의 1인당 GDP는 800달러 선으로 CL그룹보다 낮다.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철폐’라는 선대(先代)의 잘못된 정책을 고수할 경우 김정은의 말로(末路)는 뻔하다. 불량 빈곤국으로 남을 것인지, 아니면 비핵화로 제2의 미얀마가 될 것인지는 전적으로 그의 결정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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