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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World & Idea 게재 일자 : 2018년 03월 07일(水)
미·러 新냉전, 유럽에서 막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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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준 논설위원

푸틴, MD 뚫을 전략무기 공개
NATO 對러 대응력은 취약
2차 대전처럼 한반도에도 영향


미국과 러시아의 핵(核) 군비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1일 미국의 미사일방어(MD)를 무력화할 수 있는 핵 추진 순항미사일, 핵 추진 수중 드론, 극초음속 순항미사일, 차세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4가지 신형 전략무기를 공개했다. 핵전력을 대폭 강화함은 물론 동맹국에 핵우산도 제공하겠다는 전략이다. 지난달 발표된 미국의 핵무기 현대화 방침에 정면 대응 의지를 과시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핵태세검토보고서(NPR)를 통해 냉전 붕괴 이후 견지해 온 핵 군축 방침을 철회하고, 1조2000억 달러를 투입해 핵무기 현대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물론 이번 푸틴 대통령 주장이 ‘공갈’일 뿐이란 주장도 있다. 사정거리가 무한대라는 핵 추진 순항미사일의 경우, 연구·개발 단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차례 이상 시험 발사하는 등 개발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그리고 100메가톤(Mt) 핵탄두를 장착하고 최대 1만㎞ 떨어진 목표물을 공격할 수 있는 수중 드론 ‘스타투스(Status)-6’의 존재는 이미 확인됐다.

푸틴의 ‘핵 맞짱 대응’은 일단 오는 18일 러시아 대선용으로 보인다. ‘강한 러시아’ 노선으로 압도적 지지를 끌어내겠다는 것이다. 크림반도 합병과 우크라이나 하이브리드전(戰)으로 인한 서방의 경제 제재로 러시아 경제가 악화했음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국민은 푸틴의 ‘근육질 과시’에 열광하고 있다. 그러나 허풍으로만 간주할 순 없다. 푸틴의 러시아는 2008년 조지아 전쟁, 2014년 크림반도 합병, 그리고 지금도 진행 중인 우크라이나 하이브리드전을 치르면서, 서방 군사력을 ‘종이호랑이’로 여기기 시작했다. 심지어 트럼프 행정부의 핵전력 강화론도 미국의 재래전 능력의 허약함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공포의 핵 균형’을 통해 미국과의 ‘핵 있는 평화(nuclear peace)’를 확보한 뒤, 우크라이나식 하이브리드전을 통해 동유럽 패권을 회복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은 러시아와의 신(新)냉전체제 구축을 부담스러워 하고 있다. 두 개의 전선이 형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초기 러시아와의 연대를 통해 중국을 견제·포위하려 했다. 그러나 러시아의 미국 대선 사이버 개입설로 인해 이 노선은 일단 힘들게 됐다. 또, 중국보다는 러시아를 경계할 수밖에 없는 유럽 국가들과 미국 내의 동유럽 출신 유대계 지식인들의 입김도 만만찮다. 물론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은 독일과 일본을 상대로 2개의 전선에서 싸운 경험이 있다. 그러나 당시 독일군 주력은 소련군과 싸우고 있었으며, 일본군의 상당 부분도 중국 전선에 묶여 있었다. 이에 대중(對中) 전선에서는 인도를 끌어들이고 있으나, 대러 전선에서는 마땅한 파트너가 보이질 않는 것이다.

나토(NATO)의 경우, 대응 능력이 의심받고 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2% 이상을 국방비에 사용할 것을 요구받고 있으나, 이를 지키는 회원국은 2017년 현재 영국·폴란드·에스토니아·루마니아·그리스 5개국뿐이다. 그리고 국방비의 20% 이상을 무기 구입에 사용하라는 권고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국방 예산의 대부분이 인건비와 같이 직접적 전략 강화와 무관한 부분에서 소진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유출된 독일 국방부 보고서 내용은 충격적이다. 나토군 내에서 분쟁지역에 48시간 이내에 투입되는 초신속합동군(VJTF) 소속 독일군 여단을 점검했더니, 44대의 레오파드 2 전차 가운데 9대, 14대의 보병전투차량 마르더 가운데 3대만이 정상적으로 가동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VJTF의 지휘권은 내년부터 독일군이 갖게 된다. 이 와중에 최근 터키군도 믿을 수 없게 됐다.

동유럽의 정치 지형도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헝가리·불가리아·몰도바 등에서 친러 성향의 정권이 잇따라 수립되고 있다. 반(反)서구 정서가 경제 악화와 결합하면서 나타난 현상인데, 가스 파이프라인을 통한 러시아의 협박·회유도 한몫하고 있다. 심지어 그리스마저도 금융위기 이후 친러 경향을 보이곤 한다. 동유럽에서 폴란드 정도가 러시아 패권을 경계하고 있을 뿐이다. 이에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를 제2차 세계대전 직전 독일에 의한 오스트리아·체코 합병과 비유하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먼 유럽의 이야기로 들릴 수도 있다. 그러나 1939년 9월 유럽에서 발발한 2차 세계대전은 한국 운명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우선 미국 군사력이 분산될 수 있다. 현재 미군 전력은 2개의 주요지역 분쟁(two major regional conflicts: two-MRC)에 동시 대응하는 병력 구성에 미달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리고 핵 있는 평화론, 정규전과 비정규전에 정치·선전·이념전을 배합한 하이브리드전도 한반도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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