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출석 않겠단 뜻 분명해 심문 생략”

법원,서류심사로 구속여부 결정

강제 구인영장 집행할수 없고
‘망신주기’ 오해의 소지 있어
MB측 “변론권 못얻어 아쉬워”

법원이 22일 이명박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심사를 열지 않고 서류심사로만 구속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결정하면서 심사 절차와 방식을 놓고 이틀 동안 벌어졌던 혼선을 서둘러 정리했다. 법원의 이 같은 결정은 그간 형사소송 절차의 관례를 해치지 않으면서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를 갖춘 것으로 풀이된다. 법원의 구속 여부 결정이 내려지기 전까지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택에서 대기하게 된 이 전 대통령은 지난 14일 검찰 소환조사 뒤 ‘두문불출’하며 측근 및 변호인단과 대책 등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범석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애초 구속영장심사가 예정됐던 오전 10시 30분을 앞두고 오전 10시쯤 “심문 절차를 거치지 않고 구속영장 발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날 이 전 대통령의 불출석 의사가 확인된 뒤 구인영장을 재발부하는 방안, 변호인과 검사만 출석하는 심문기일을 지정하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결국 아예 심문 절차 없이 서류심사만 하기로 결정했다.

무엇보다 전직 대통령이 불출석 의사를 분명히 밝힌 상황에서 구인장을 재발부할 경우 자칫 ‘망신주기’나 ‘압박’으로 오해될 소지가 있는 데다, 사실상 강제로 구인영장을 집행할 수도 없어 실효성이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또 이 전 대통령 대신 변호인만 출석하는 심문기일을 지정할 경우 전례가 없는 데다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이라는 본래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사실 19일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이후 이 전 대통령 측이 검찰과 법원에 다른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의견을 내놓으며 검찰과 법원, 이 전 대통령 측 간 묘한 갈등이 이어졌다.

이 전 대통령 측 강훈 변호사는 법원의 결정에 대해 “변호인단이 반론권을 확보했다면 가장 좋았겠지만 서면심사하기로 판단했으니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 측은 법원의 결정을 지켜보자는 분위기다. 한 관계자는 “구속영장 기각 가능성이 1%만 됐어도 (이 전 대통령이) 출석했을 수도 있다”며 “검찰이 일부러 피의 사실을 교묘히 흘리며 만들어 놓은 여론을 법원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검찰 수사에 대한 불만을 에둘러 표현하기도 했다.

이 전 대통령 구속 여부는 이날 밤늦게나 23일 오전쯤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심문 절차를 생략하며 구속영장 발부 여부가 예상보다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법원 관계자는 “이미 박 부장판사에게 배당된 이후부터 서류 심사는 계속 해왔다”고 말했다. 구속영장이 발부될 경우 이 전 대통령은 최근 새로 지은 서울 송파구 문정동 서울동부구치소에 수감될 것으로 예상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있는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의 경우 수용 여력이 별로 없는 데다 전직 대통령을 두 명이나 수감하는 데 따르는 경비 문제 등도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검찰은 이 전 대통령에 대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국고손실, 조세포탈,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등 12개 안팎의 혐의로 19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10억 원이 넘는 또 다른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수수 등은 구속영장에 포함되지 않아 향후 추가 기소 가능성도 제기된다.

민병기·윤명진 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