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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His Story 게재 일자 : 2018년 04월 04일(水)
“궁핍했던 家長 시절 돈 벌며 운동할 수 있단 말에 노르딕스키 전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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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의현이 지난달 28일 서울 중구 문화일보에서 2018 평창동계패럴림픽 금메달과 동메달을 들고 미소를 짓고 있다. 신창섭 기자 bluesky@

평창서 사상 첫 동계패럴림픽 金 따낸 ‘鐵人’ 신의현

다리 잃고 4년 8개월 폐인 생활
휠체어농구 시작하며 사회생활
3년 뒤엔 아이스하키 입문하고
핸드사이클도 도전 2관왕 차지

노르딕스키 실업팀 입단한 뒤
생계걱정 없이 하루종일 훈련
1년 안돼 좌식 20㎞ 입상 쾌거

金자신있던 패럴림픽 첫종목서
욕심 탓인지 사격 때 힘 잔뜩 줘
5위 자책하며 밤에 한숨도 못자
銅 따던 날 응원함성 잊지 못해

노르딕-핸드사이클 병행 계획
쓰는 근육도 같아 시너지 효과
2년 뒤 도쿄패럴림픽‘金’목표


신의현(38·창성건설)은 지난달 끝난 2018 평창동계패럴림픽이 공인한 ‘철인’이다. 신의현은 크로스컨트리스키 좌식 남자 7.5㎞에서 금메달, 15㎞에서 동메달을 획득했다. 한국이 동계패럴림픽에서 금메달을 수확한 것과 2개 이상의 ‘멀티’ 메달을 확보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다관왕이 되진 못했지만 신의현은 7개 종목에 출전, 모두 중도 포기 없이 완주했다. 신의현이 평창동계패럴림픽에서 질주한 거리는 총 63.3㎞에 이른다. ‘최선을 다한다’는 스포츠 정신을 구현한 게 신의현이 거둔 가장 큰 성과. 그런데 평창동계패럴림픽의 출발은 좋지 않았다. 신의현은 지난달 10일 열린 평창동계패럴림픽 첫 종목 바이애슬론 좌식 7.5㎞에서 5위에 그쳤다. 평창동계패럴림픽 개막을 한 달여 앞두고 열렸던 세계장애인노르딕스키월드컵 바이애슬론 좌식 7.5㎞에서 우승했었기에 금메달 후보로 꼽혔지만,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사격이 발목을 잡았다. 아니 욕심을 부렸던 게 화근이었고, 그래서 속이 상했다. 지난달 28일 서울 중구 문화일보 사옥에서 만난 신의현은 관중, 국민의 성원으로 ‘위기’를 넘겼다고 강조했다.

“사격 훈련에서 95% 이상 적중했기에 자신감이 넘쳤고, 첫 종목인 바이애슬론 좌식 7.5㎞에서 금메달을 획득하겠다는 ‘욕심’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그 욕심 때문에 망쳤어요. 정작 경기에서 사격할 때 몸에 힘이 잔뜩 들어갔죠. 아쉬워서 밤에 잠을 잘 수 없었습니다. 다음 날 열리는 크로스컨트리스키 좌식 15㎞엔 사격이 포함되지 않는데도, 머릿속에 자꾸 사격이 맴도는 겁니다. 제대로 자지 못한 채 다음 날 경기장에 갔는데, 많은 국민께서 오셨더군요. 응원 함성이 곳곳에서 들렸고, 피곤함이 싹 가셨어요. 힘이 나지 않을 수 없더군요.”

신의현은 다음 날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리고 다시 6일이 지나 금메달을 거머쥐었으며, 눈밭에 태극기를 꽂고 포효했다. 국민이 지켜보는,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평창동계패럴림픽에서 정상에 올라 태극기를 꽂고 크게 소리치며 승리를 자축하는 장면을 수백 번도 넘게 그려왔던 터라 자연스러우면서도 파워 넘치는 세리머니를 연출할 수 있었다.


“국민께 다시 한 번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립니다. 결과와 관계없이 ‘잘했다’며 칭찬하고 응원해주신 덕분에 저를 포함한 선수단은 정말 신나게 플레이할 수 있었습니다. 평창동계패럴림픽의 진정한 승자는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만, 10년 전 신의현은 폐인과도 같은 삶을 보냈다. 2005년 2월 한국영상대 졸업을 하루 앞두고 교통사고로 두 다리를 잃었다. 수도군단 특공연대에서 복무했을 만큼 건장했기에 신의현은 하루아침에 달라진 자신의 처지를 받아들이지 못했다. 외출을 꺼렸고, 술에 의존해 하루하루를 보냈다. 결혼하면 달라질 것으로 여긴 어머니 이회갑(68) 씨의 요청에 따라 베트남 출신의 부인 김희선(31) 씨와 가정을 꾸렸지만, 변한 건 없었다. 신의현을 절망의 늪에서 끌어올린 것은 스포츠. 신의현은 2009년 10월 휠체어농구와 인연을 맺으면서 다시 사회에 나왔다. 사고를 당하고 4년 8개월이 지났을 때였다.

“몸으로 하는 일만큼은 정말 자신 있었습니다. 그런데 다리를 잃고 나니 정말 죽고 싶더군요. 사람들의 시선이 두려워 밖으로 나가는 것도 꺼렸습니다. 부모님께서 운영하는 슈퍼에서 잠시 일할 때를 빼곤 술에 빠져 살았습니다. 그러다가 2009년 윤정문(39) 선배를 우연히 만났습니다. 제 의족을 보더니 정문이 형이 ‘휠체어농구를 해보는 게 어때’라고 권유하더군요. 5개월 정도 망설이다가 ‘한번 해보자’고 마음먹었어요. 휠체어농구를 하니 숨이 차고 땀이 났지만, 개운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충남엔 휠체어농구팀이 한 곳밖에 없어서 집(충남 공주시 정안면)에서 아산까지 다녀야 했지만 개의치 않았습니다. 같이 휠체어농구를 하는 분들로 인해 마음도 열렸습니다. 저보다 더 심한 장애를 가진 분도 많더군요. 그분들과 운동한 뒤 맥주를 한잔 들이켜면서 사연을 주고받았고, 그러면서 장애를 인정하게 됐습니다.”

신의현은 2012년 아이스하키에 입문했다. 공주 인근에 아이스링크가 없기에 경기 성남시의 탄천종합운동장 빙상장까지 차로 왕복 4∼5시간 거리를 오갔다. 2014년엔 핸드사이클을 시작했고 이듬해 전국장애인체전 개인도로 독주 30㎞ H5와 80㎞ H5에서 2관왕을 차지했다. 그리고 2015년 8월 다시 노르딕스키로 방향을 틀었다. 정진완(52) 대한장애인체육회 이천훈련원장(당시 문화체육관광부 장애인체육과 과장)이 노르딕스키를 권유했고, 노르딕스키 첫 민간 실업팀 창단을 준비하던 배동현(35) 창성건설 대표에게 신의현을 추천했다.

“제가 농구 센스가 없어 팀이 항상 꼴찌에서 맴돌았어요. 아이스하키는 링크에서 1주일에 1시간 30분만 운동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었죠. 그래서 혼자 집 주변에서 할 수 있는 핸드사이클을 선택했고 전국장애인체전에서 금메달을 획득했어요. 매일 지기만 했는데 1등을 하니깐 색다른 느낌이 들더군요. 그런데 정 원장님과 배 대표님이 노르딕스키 전향을 권유하신 거예요. 돈을 받으면서 운동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모든 게 변하더군요. 가장으로서 가족을 먹여 살릴 수도 있으니까요. 창성건설에 입단하면서 마음가짐이 달라져 담배와 술을 멀리했습니다. 또 최초의 민간 실업팀에 입단한 내가 형편없는 모습을 보이면, 다른 실업팀이 생기는 데 지장이 있을 수도 있잖아요.”

생계 걱정을 접고 하루종일 훈련에 전념하다 보니 일취월장했다. 노르딕스키에 뛰어들고 1년도 안 된 2016년 3월 월드컵 크로스컨트리스키 좌식 20㎞에서 처음으로 입상(3위)했고, 2017년 1월 월드컵 크로스컨트리스키 좌식 5㎞에서 첫 우승을 차지했다. 신의현은 크로스컨트리스키 좌식 15㎞까지 석권, 2관왕에 올랐다.

“처음 배 대표님을 봤을 땐 선입견이 있었습니다. 부자에 대한 조금 안 좋은 시선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배 대표님이 진심으로 다가온다는 걸 깨달으면서 ‘벽’은 낮아졌습니다. 지난 1월엔 전지훈련지인 독일에 배 대표팀 부부가 방문했는데, 부인께서 직접 식사를 차려주는 걸 보고 돈이 아닌 마음으로 저희에게 다가온다는 걸 확신했습니다. 배 대표팀은 평창동계패럴림픽에서도 선수단장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특히 제가 금메달을 획득하자, 달려오더니 제 앞에서 눈물을 흘리더군요. 이제 마음의 벽은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신의현은 이제 제2의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2년 뒤 열리는 2020 도쿄패럴림픽에서 핸드사이클에 출전하는 걸 새로운 목표로 정했다. 겨울 시즌엔 노르딕스키, 여름 시즌엔 핸드사이클을 병행할 예정이다. 노르딕스키와 핸드사이클은 팔과 어깨 근력이 바탕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평창동계패럴림픽이 끝난 뒤 각종 시상식에, 베트남 방문에 정신없이 바빴습니다. 이젠 핸드사이클 훈련을 시작해야죠. 노르딕스키에 입문하기 전까지 핸드사이클을 했기에 장비는 갖추고 있습니다. 노르딕스키와 핸드사이클은 활용하는 근육이 같고, 또 유산소 운동이기에 병행하면 오히려 좋을 겁니다. 물론 ‘본업’인 노르딕스키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핸드사이클을 재개할 생각은 하지 않았을 겁니다. 2016년 벨기에에서 열린 장애인사이클월드컵에 나간 적이 있습니다. 그땐 해외 선수들과의 격차가 8㎞나 벌어져 자존심이 상했었죠. 도쿄패럴림픽에선 다를 겁니다. 따라잡고, 아니 추월하고 메달도 노려보렵니다. 일단 도쿄패럴림픽 출전권 확보부터 해야겠죠. 이제 다시 시작한다는 자세로, 차근차근 올라가겠습니다.”

허종호 기자 sportsher@
e-mail 허종호 기자 / 체육부  허종호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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