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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후여담 게재 일자 : 2018년 04월 12일(木)
86세대의 僞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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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종 논설위원

안희정에 이어 김기식까지…. 86세대(80년대 학번·60년대 생)의 대표주자 격인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비서 성폭행 문제로 파문을 일으키더니, 시민운동 대표주자인 김기식 금융감독원장도 로비성 외유 의혹에 휩싸여 있다.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예비후보 등 당·정·청의 권력 핵심에 자리 잡은 86세대가 이런 일에 휘말리면서 정치권 86세대 전체의 도덕성 논란으로 비화하는 양상이다. 영화 ‘1987’에서 보여준 정의감과 희생정신에 많은 국민이 감동했지만, 이들의 잇단 일탈이 개인 문제인지, 아니면 이들 세대의 기본 자질 문제인지도 연구 대상이다.

30여 년 전 학생운동 전성기 시절 86세대는 “우리가 한국사회 주도 세력이 된다면 세상은 달라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당시 강고했던 군사정권도 이들의 조직화되고 전략·전술을 갖춘 ‘저항의 정치’에 두 손을 들었다. 그러나 정치권에 ‘새 피’로 수혈되고 본인들의 능력이나 사회적 경험과는 달리 과도한 대우를 받으면서 ‘바람’이 들기 시작했다. 물론 ‘공부’도 부족했다. 이들은 민주주의 쟁취를 주장하긴 했지만 스스로 생활에서 민주적이지도 않았다. 안 전 지사가 수행비서인 김지은 씨에게 못된 짓을 하고 ‘괘념치 말거라’라고 남긴 문자를 보면 왕이 신하 대하듯 하는 언행이다. 캠프 내에서도 안 전 지사를 봉건시대의 주군(主君)처럼 대했다고 한다.

권위주의를 그렇게 비판하면서 자신들도 권위적으로 바뀌었다. 조지 소로스 등 외국의 거부들이 한국을 방문할 때, 가방 하나 들고 혼자 오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김 원장은 의원 시절 꼭 비서를 대동하고 해외 출장을 갔다고 하니 이해하기 어렵다. 도덕성의 이중잣대는 가장 심각하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 사태에서 보면 아주 작은 것 하나도 파렴치하고 부도덕한 것으로 매도해 놓고, 정작 자신들의 문제는 “관행이다” “적법하다”며 다른 기준을 대고 있다. 학생 운동하고 감방 갔다 왔다는 도덕적 우월주의에 빠져 자기편이면 무조건 감싸는 위선(僞善)적 행태를 보이면서 과연 ‘특권과 반칙이 없는 세상’을 만들 수 있겠는가. 정치의 영역에 들어온 이상 법 안에서 동등하게 경쟁하고 결과에도 책임을 져야 한다. 나만이 세상을 구원할 수 있다는 헛된 망상을 버려라. 이미 구세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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