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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뉴스와 시각 게재 일자 : 2018년 04월 17일(火)
절대권력과 무능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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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남석 정치부 차장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Absolute power corrupts absolutely).’ 자유한국당이 16일 국회 본청 당 회의실에 이런 글귀가 새겨진 백보드를 걸었다. 이 유명한 경구는 19세기 영국 역사학자이자 윤리학자인 존 액턴(1834∼1902) 경이 동시대 역사학자이자 성직자였던 맨들 크레이턴(1843∼1901) 주교에게 보낸 편지에서 권력의 속성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힌 것이다. 그런데 견제받지 않는 권력의 위험성을 경고한 이 문구 뒤에 한국당은 ‘우리도 그래서 망했다’라고 덧붙였다. 역사에 길이 남은 명문을 희화화했다고 욕하는 이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한국당의 백보드는 눈길을 잡아 끌 만한 요소를 갖고 있었다. 한국당이 19대 대통령선거 참패, 이를 통한 정권 교체 1년을 목전에 두고 공개적이고 대대적으로 ‘망했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지난 1년간 한국당이 보여준 모습에 비춰볼 때 망했다는 선언은 그나마 진일보한 모습이다. 최소한 과거에 대한 반성과 변화를 향한 의지를 밝혔다는 점에서 그렇다. 사실 대선 참패 후 최근까지 한국당은 주변과의 공감 능력을 잃은 집단처럼 보였다. 남들은 다 한국당을 망한 집안 취급하는데, 그 집안사람들은 마치 아직도 내부 쟁탈전을 벌일 뭔가를 갖고 있는 것처럼 행동했다. 가장 단적인 예가 대책 없는 반목과 갈등이다. 홍준표 대표와 중진 의원들 간의 감정싸움은 현재 진행형이다. 전략을 둘러싼 중앙당과 원내 지도부 간의 엇박자도 이어졌다. 막무가내식 독설 정치, 비호감 정치, 삿대질 정치로 중도층으로의 외연 확장은커녕 보수층 표도 못 끌어모은다는 평가가 잇따랐다.

6·13 지방선거 공천 결과 역시 변화에 역행하는 한국당의 현주소를 보여줬다. 17일 현재 한국당은 17개 광역단체 가운데 광주·전북·전남을 제외한 14곳의 단체장 후보를 확정했으나, 이들 중 ‘새 인물’로 분류할 만한 사람은 송아영(세종시장)·박경국(충북지사)·정창수(강원지사)·김방훈(제주지사) 후보 등 4명 정도에 불과하다. 공교롭게도 이들 모두 인구수 하위 1∼4위 광역단체 후보이다. 대신 친박(친박근혜)계 현역 단체장, 심지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반대운동을 했던 사람들이 주요 지역 후보로 경선도 없이 내리꽂혔다. 한국당은 “운동장이 기울어져 어쩔 수 없다”고 항변하지만, 남들 눈에는 집안이 망했는데도 환골탈태 대신 편한 길을 택한 것으로 비친다.

한국당은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문구를 이번 지방선거 주요 슬로건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국당이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이 경구가 ‘무능한 야당이 절대 권력을 낳는다’는 말의 다른 표현이라는 점이다. 왕정도, 일당독재도 아닌 민주주의 체제에서 절대 권력의 출현은 건전하고 튼튼한 야당이 부재한 데서 비롯될 수밖에 없다. 최근 사석에서 만난 더불어민주당 한 중진 의원도 “문재인 정부의 가장 큰 불행은 역대 어느 정권 때와 비교할 수 없이 지리멸렬한 야당을 만났다는 점”이라고 했다. 절대 권력 출현을 막기 위해 한국당이 우선 해야 할 일은 떠나간 국민의 마음을 돌리는 것이다.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은 말이 아닌 행동이라는 교훈을 한국당이 지난 1년간의 ‘지지율 굴욕’을 통해 얻었기를 바랄 따름이다.

greentea@munhwa.com
e-mail 오남석 기자 / 정치부 / 차장 오남석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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