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집권 노린 에르도안 “6월 조기大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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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18개월 앞당겨 총선함께

최근 시리아 군사작전 성공
민족주의 정서 최고조 달해
인기 시들기전 서둘러 실시

野 “비상사태서 치를수 없다”

‘21세기 술탄’(이슬람 최고지도자)으로 불리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사진) 터키 대통령이 오는 6월 조기 대선을 치르겠다고 밝혔다. 이는 당초 예정됐던 날짜보다 1년 반을 앞당긴 것으로, 최근 시리아에서의 군사작전으로 무르익은 터키 내 민족주의적 감정을 등에 업고 장기 집권하려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의도가 담긴 것으로 파악된다.

18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앙카라 대통령궁에서 “올해 6월 24일에 대선과 총선을 시행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시리아 내전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고 경제 문제에서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할 때”라며 “선거 이슈를 우리의 주요 의제에서 빠르게 제거해 불확실성을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에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장기집권 포석이 담긴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터키는 시리아 북서부 아프린 지역에서 ‘올리브가지 작전’을 성공적으로 펼치는 등의 성과로 민족주의적 정서가 퍼져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최근 극심한 인플레이션과 공공·민간 부채 급증, 터키 리라화 급락 등으로 터키 경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에르도안 대통령의 재선 가도에도 빨간불이 들어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에르도안 대통령은 승부수를 던졌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민족주의 표심을 빠르게 투표장으로 가져오겠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 파리정치대학의 자나 자부르 교수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시리아 전쟁으로 고조된 국내의 민족주의 정서를 최대한 빨리 이용하려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워싱턴 초당적정책센터(BPC)의 정치 분석가 니컬러스 댄포스는 “터키의 경제적 문제가 그에 대한 지지를 약화시킬 것을 우려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발표로 대선·총선은 지난 2016년 7월 쿠데타 이후 계속되고 있는 국가비상사태하에서 치러지게 된다. 이에 야당 공화인민당(CHP)은 강하게 반발했다. 뷜렌트 테즈잔 CHP 대변인은 “국가비상사태하에서 선거를 치를 수는 없다”며 국가비상사태 해제를 촉구했다. 터키에서는 국가비상사태가 계속되면서 16만여 명이 체포되고 언론 탄압 등이 이뤄졌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내각책임제였던 지난 2003년부터 2014년까지 총리를 역임했고 2014년부터 대통령직을 맡고 있다. 지난해에는 정치권력구조를 내각책임제에서 대통령중심제로 바꾸는 개헌안이 국민투표로 통과돼, 이번에 치러지는 대선·총선을 기준으로 대통령중심제로 바뀐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번 대선에서 승리하면 20년을 집권하는 것일 뿐 아니라 제왕적 권한의 지도자 자리에 등극하게 된다.

박세희 기자 saysa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