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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뉴스와 시각 게재 일자 : 2018년 04월 27일(金)
트럼프와 한국 경제의 進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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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동 경제산업부 차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이후 본격적으로 내놓고 있는 정책이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점점 가시화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외환시장 투명성 제고 방안(가칭), 한·미 방위비 분담 등에 골고루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은 외교·안보와 경제 문제가 뒤섞여 있고, 외교·안보 측면에서 압박을 가해 경제적 성과를 얻는 경우도 많다.

최근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사석(私席)에서 “한·미 정상회담 등 가까운 거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몇 번 지켜본 결과, 상당히 브라이트한(총명한)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외부에서 보기에는 거칠고 투박한 언행을 일삼는 사람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고도의 계산을 한 뒤 행동하는 인물이라는 뜻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수입 철강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한 뒤, 마치 시혜(施惠)라도 베푸는 듯 우리나라를 철강 관세 대상국에서 빼주는 대신 한·미 FTA 협정에서 ‘짭짤한 이득’을 챙겼다. 안전 기준 미충족 차량 쿼터(할당)를 늘렸고, 우리나라가 미국으로 수출하는 철강 쿼터를 268만t으로 제한했다.

그런데도 미국 백악관과 무역대표부(USTR)는 공식 자료를 통해 “(한·미 간에) 경쟁적 (통화의) 가치 하락과 환율 조작을 금지하는 확고한 조항에 대한 합의(양해각서)가 마무리되고 있다”고 밝혀 파문을 일으켰다. 한 나라의 외환 정책을 다른 나라가 결정할 경우, 그 국가는 ‘주권국(主權國)’이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미국의 이 같은 발표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이런 일이 벌어지자, 우리나라의 경제 정책을 총괄하는 김 부총리가 “환율 주권을 반드시 지킬 것”이라고 수차례에 걸쳐 다짐하는 코미디 같은 상황도 벌어졌다. 환율 문제가 한·미 FTA 개정 과정에서 실제로 논의됐는지는 알기 어렵다. 그러나 김 부총리는 지난 19∼23일 미국을 방문해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 등과 우리나라의 외환시장 투명성 제고 방안을 협의했다. 미 재무부는 지난 13일 내놓은 ‘반기(半期) 환율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를 환율 관찰대상국으로 지정하면서 외환시장 개입 내역을 공개할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외환시장 개입 내역을 공개하지 않으면 ‘환율 조작국(심층분석대상국)’으로 지정할 수도 있다고 위협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와 관련, 우리나라 정부는 국제사회의 요구를 받아들여 4∼5월 중으로 외환시장 투명성 제고 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경제계에서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한·미 방위비 분담 협상 과정에서 미국이 또 얼마나 무리한 요구를 할지 모르겠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미국은 세계 최대의 초강대국이다. 그런 미국이 지금, 2차 대전 이후 스스로 만들어놓은 인류 역사상 가장 높은 수준의 자유무역 질서를 스스로 무너뜨리고 있다. 경제뿐만 아니라 외교·안보 측면에서도 미국과 촘촘히 엮여 있는 우리나라가 미국의 요구를 무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럴 때일수록 ‘핵심 이익’과 ‘보조 이익’을 잘 구별해 협상에 나서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이 자유무역 체제를 스스로 무너뜨린 대가는 장래에 스스로 짊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haedong@
e-mail 조해동 기자 / 경제산업부 / 차장 조해동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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