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7 판문점 선언’ 이후>美·北, 核사찰 대상·제재해제 로드맵 등 이견… 세부사항 조율에 회담 공식발표 미뤄지는 듯

정상회담 최종협상 어떻게 판문점보다 싱가포르 등 유력 G7정상회의 이후 만날 가능성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양측 간 사전 조율이 어느 정도 이뤄졌고 어떤 부분에서 난항을 겪고 있는지에 대한 윤곽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특히 미·북 양측이 비핵화 이행 로드맵의 핵심 사안인 특별(불시)사찰과 관련, 원칙에 대해서는 의견 접근을 봤고 세부적인 사안에 대해 이견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회담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비핵화와 불시사찰 큰 틀의 합의, 세부 사항 이견 = 8일 문재인 정부 외교·안보 분야의 핵심 인사에 따르면 미국과 북한은 완전한 비핵화 및 불시사찰에 대해 이미 큰 틀의 합의를 본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이에 따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와 관련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맞춤형’ 제안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관계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김 위원장이 이미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카드를 선제적으로 던진 건 미·북 정상회담에서는 그보다 더 크고 본질적인 합의나 주고받기가 이뤄질 것이라는 걸 암시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이 비핵화를 놓고 실랑이를 벌이거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를 조건으로 협상을 벌이는 수준을 넘어섰다는 뜻이다. 또 다른 소식통은 “김 위원장의 최종적인 목표는 경제부국을 이루는 것인데, 그러기 위해서는 대북제재를 해제해야 하고 그러려면 핵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따라서 김 위원장은 비핵화를 전제로 동북아의 새로운 안전보장체제를 만들고 그 토대 위에서 경제 발전을 이루는 선택을 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하지만 미국과 북한이 정상회담을 앞둔 사전 조율 과정이 순탄한 것만은 아니다. 양측의 협상 과정에서 두 가지의 이견이 노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미국이 요구하는 불시사찰의 대상 선정 및 과거·현재·미래의 핵 제거를 위한 구체적인 사찰 방식이다. 여기에 미국이 최근 CVID를 넘어 영구적 비핵화(PVID)와 함께 핵무기와 생화학무기를 포함하는 대량파괴무기(WMD)의 총체적 폐기를 요구하면서 북측이 쉽게 수긍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다른 하나는 북한이 요구하는 비핵화 반대급부, 즉 대북제재 해제 로드맵에 관한 사항이다.

복수의 소식통들은 “미국으로서는 북이 비핵화 로드맵을 밟기 시작했다고 금방 제재를 해제할 수 없으니까 그 문제를 두고 양측 사이에서 치열한 협상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장소는 싱가포르나 방콕, 시기는 6월 중순쯤 = 미·북 양측이 정상회담 장소와 시기를 특정하지 못하는 건 사전 조율 과정이 막판 난항을 겪는 상황과 관련이 있다. 특히 협상 장소는 정상회담 합의 내용과 긴밀한 관계가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미국에 줄 것이 많으면 평양, 미국이 양보를 많이 한다면 워싱턴이 장소로 정해질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제3국이 유력해진다고 전망하고 있다. 또 판문점은 이미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만나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는 점에서 극적인 효과가 떨어졌다고 트럼프 대통령이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외교가의 한 주요 인사는 “여전히 변수가 있지만 현재로서는 동남아를 택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싱가포르와 방콕이 유력지로 떠오른 상태”라고 밝혔다. 시기와 관련해서는 6월 중순설이 힘을 얻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6월 8일부터 이틀간 캐나다 퀘벡에서 열리는 G7 정상회의에서 서방사회의 집단적 지지를 얻어 이를 배경으로 대북 협상에 임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게 백악관 참모들의 판단이라는 것이다.

허민 선임기자 minsk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