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민간 ‘전자담배 규제’ 놓고 논쟁 “경고그림 부착” vs “危害감소가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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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고그림 12월 도입 논란

세계 최초로 전자담뱃갑에 그림
민간 “ 英·美, 전자담배로 금연”
정부 “강력한 규제정책이 효과”

오는 12월부터 궐련형 전자담뱃갑에도 흡연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그림이 부착된다. 보건복지부는 전자담뱃갑에 표기하는 흡연경고 그림 시안을 오는 14일 발표한다. 전자담배에 경고그림이 도입되면 이는 세계 첫 사례로 기록된다. 정부의 이 같은 정책을 놓고 논란도 가열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전자담배를 규제 대상으로 삼고 있어 니코틴을 함유한 모든 담배는 강력히 규제해야 한다”는 복지부의 단호한 정책 추진에 대해 일부 전문가는 “전자담배에 일반담배와 같은 경고그림을 도입하는 것은 세계적 추세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강력한 금연 정책이 더 효과적” = 전자담배 규제에 대한 복지부 입장은 확고부동하다. 복지부 관계자는 “전자담배는 똑같이 유해하기 때문에 규제가 필요하다”며 “전자담배를 이용하면서 일반담배를 함께 애용하는 인구도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영국 등 일부 선진국의 흡연율이 우리보다 낮고, 현재 남은 흡연 인구는 금연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전자담배 활용이 유용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전자담배 등을 정부 차원에서 대체재로 권장하면 오히려 비흡연 인구를 흡연 인구로 유입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전자담배로 금연에 성공” = 문옥륜 서울대 보건대학원 명예교수는 “무리한 금연 정책보다는 위해를 줄이기 위한 정책이 더 효과적”이라며 “여러 연구를 통해 전자담배가 일반담배보다 덜 해롭다는 결과를 얻은 상황에서 우리도 담배 위해 감축 정책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전자담배 유해성 연구가 아직 진행 중인 상황에서 경고그림을 부착하는 것은 과도한 규제라는 지적이다. 전문가 중에서는 ‘담배 위해 감축(Tobacco Harm Reduction)’ 개념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담배 위해 감축’이란 금연 의지가 없는 흡연자나 금연에 실패하는 흡연자에게 담배의 위해 원인을 줄인 대체재를 통해 최소한의 건강을 도모하는 보건학적 전략이다.

실제 영국은 대표적인 ‘담배 위해 감축’ 개념 도입 국가다. 영국 통계청은 2013년부터 2년간 전자담배 사용 인구가 늘면서 흡연율도 크게 떨어졌다고 발표했다. 자료에 따르면, 2012년 50.2%에 머물던 금연율이 2013년 54.3%, 2014년 54.6%, 2016년에는 60%를 돌파했다. 영국 런던대(UCL)는 2009년부터 2016년까지 월별 가계동향조사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전자담배를 이용하는 것이 전문가와 상담하거나 니코틴 패치를 쓰는 것보다 금연에 성공할 확률이 50%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자담배는 니코틴을 함유하고 있지만, 타르나 암을 유발하는 유해물질이 상대적으로 적어 영국 왕립의사협회(RCP)는 전자담배를 적극 권장하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도 ‘담배 위해 감축’ 정책에 주목하고 있다. FDA는 지난 1월 전략정책 로드맵을 통해 ‘전자식 니코틴 시스템(ENDS)’이 일반담배 흡연자가 금연하거나 계속 금연하게 해줄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해완 기자 paras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