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이통사 ‘보편요금제 날벼락’ 이중고

이르면 하반기에 국회 통과
“5G 주파수 사용료만 3조원”
이통3사·알뜰폰 업체 초비상

‘당장 5세대(G) 이동통신 주파수 사용료만 3조 원에 육박하는 돈을 내야 하는데….’

정부가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통신 요금을 지정하는 ‘보편요금제’ 법안이 이르면 하반기 국회를 통과할 것으로 보이자, 통신 업계가 ‘당혹’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정부가 나서서 통신비를 결정하는 것은 유례없는 데다, 막대한 5G 투자와 성장세 둔화에 직면하고 있는 이통 업계에 ‘직격탄’이 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기 때문이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무총리실 산하 규제개혁위는 지난 11일 보편요금제를 도입하는 내용을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원안대로 통과시켰다. 보편요금제는 2년에 한 번씩 요금과 데이터 제공량을 재산정하는데, 여기에 정부가 직접 개입해 시장지배적 사업자에 요금을 강제할 수 있다. 이통 1위인 SK텔레콤에 2만 원대 요금제를 강제하는 방식이다. KT와 LG유플러스도 경쟁사에 맞춰 자연스레 가격을 낮출 수밖에 없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이통업계는 정부가 통신비를 결정하는 요금제는 시장 경쟁 원칙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경영환경이 크게 악화한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보편요금제가 도입되면 이통 3사의 연간 영업이익 3조5000억 원 중에서 60%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들 3사 매출도 최소 7000억 원에서 최대 2조 원가량 줄어들 것으로 추산됐다. 5G 통신 주파수 경매와 설비 구축 등에 20조 원이 넘는 자금을 쏟아부어야 할 이통사들로선 투자 여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산업 생태계도 교란될 수 있다. 이통 3사보다 저렴한 요금이 최대 강점인 알뜰폰 사업자들도 적지 않은 타격을 받게 돼 반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5G 주파수 값은 대폭 올리면서 통신료 인하 압박을 법으로 강제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보편요금제는 자칫 시장경제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재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도경·노성열 기자 kw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