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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오승훈 부국장 겸 경제산업부장 게재 일자 : 2018년 05월 14일(月)
청와대와 市場 사이에 낀 경제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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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훈 부국장 겸 경제산업부장

文정부 1년 평가서 경제 혹평
‘反경제’ 실험의 부작용 여파
성과 내려 가속 땐 ‘무덤’될 판

재정 의존성이 가장 큰 문제
이념적 정책 압박 지속하면
정부·시장에 不幸 연속 우려


요즘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어깨가 더 무거워 보인다. 문재인 정부 출범 1년 평가에서 경제 분야에 혹평이 많아서다. 북핵 문제를 둘러싼 외치(外治)가 평가받는 것과 비교되는 측면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3% 경제성장은 자력(自力)이라기보다 세계 경기 호황 덕분인 게 엄연한 사실이다. 일자리 정부를 내걸었으면서도 청년실업률이 악화 일로이고,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0) 정책 추진이 되레 계약직만 늘려놓은 현실은 체질을 쇄신하지 못한 경제운용의 난맥상을 여실히 보여준다.

돌이켜보면 지난 1년 동안 한국 경제에 휘몰아친 ‘반(反) 경제’의 정책들과 실망스러운 지표들은 김 부총리만 책임질 일은 아니다. 그는 청와대와 여당이 밀어붙인 공약 이행의 조정자 정도였다. 정책 입안 과정에 끼지 못한 국외자(局外者)로선 지지율이 고공인 대통령에게 이견(異見)을 개진할 입장도, 여지도 없었다. ‘김동연 패싱’은 그래서 생겨났다. 오죽했으면 대통령이 올해부터 김 부총리와 월 1회 점심을 같이한다는 얘기까지 공개했겠는가. 그렇다고 이후 김 부총리가 경제정책의 중심에 올라선 것도 아니다. 더욱이 이제는 실적을 내야 하는 시기인데, 개혁 깃발을 내건 실험의 부작용으로 시스템이 안정화하지 못한 상태다. 성과를 챙기려 가속했다가는 오작동이 빈발할 수 있다. 그게 역대 정부에서 집권 2년 차가 첫 경제수장들의 ‘무덤’이 됐던 이유다. 노무현 정부 초대 경제부총리였던 김진표 전 재정경제부 장관은 1년 만에 바통을 넘겨줬다. 총선 출마가 이유였으나 부동산 정책 실패 등으로 줄곧 교체 1순위였다. 이명박 정부의 강만수 전 기재부 장관도 광우병 파동, 고환율 정책이 글로벌 금융위기와 겹치면서 1년 만에 자리를 내줬다. 박근혜 정부의 현오석 전 부총리 역시 실업 문제 등이 겹치면서 1년 4개월 만에 물러났다.

김 부총리가 처한 환경도 그들보다 나을 게 별로 없다. 대외 여건이 녹록하지 않은 것은 물론이거니와, 대내적으로도 이미 질러놓은 정책들의 악순환 고리가 여전하다. 최저임금 대폭 인상의 부작용은 소득주도 성장의 기반이 되기보다 고용 쇼크로 나타나고 있다. 이를 개선하려면 생산성 향상과 신사업 붐이 동반돼야 하지만, 정작 정부의 혁신성장에는 규제개혁이 빠져 있다. 단기적인 수요 확대에만 매달려 공급 부문의 근본적인 수술을 외면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여기에다 6·13 지방선거가 끝나면 청와대·여당에서 개혁정책 수위를 높이라는 목소리가 더 커질 수 있다. 상법 개정을 통한 대기업 지배구조 개선,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강화하는 공정거래법 개정, 보유세 강화가 핵심인 부동산세제 개편 등을 몰아붙일 기세다. 1년 차 실험의 뒷수습도 어려운 마당에 내수와 투자를 위축시킬 일만 주문받아야 할 김 부총리로선 패싱 정도가 아니라 압도당하는 국면이 되는 것이다.

가장 난제는 재정 의존성이다. 최저임금 인상 지원, 중소기업 취직 청년 소득보전,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문재인 케어), 아동수당 도입, 기초연금 인상,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확대 등 현 정부 들어 부담 주체를 불문하고 나랏돈으로 해결하는 게 패턴이 돼버렸다. 정부 부채가 위험수위는 아니라고 하지만, 그보다는 나랏돈이 비생산적인 일에 쓰이고 시장에 왜곡된 인식을 낳는 게 더 위험하다는 것을 김 부총리가 모를 리 없을 것이다. 김 부총리는 “재정 지원은 항구적으로 갈 수 없다. 생산성 상승이 수반돼야 한다” “퍼주기가 아니라 생산적·투자적 복지여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국가가 민간 임금을 대신 주면 노동장려금(인센티브)은 눈먼 돈이 되고, 정부 몸집이 커지면 민간 위축(크라우딩 아웃)을 초래한다. 그런 이유로 신자유주의의 종언과 ‘자본주의 4.0’을 주창한 아나톨 칼레츠키도 “케인스식 재정 확대라고 해서 장기적인 재정 감축의 필요성이 없다는 얘기는 아니다”라고 하지 않았던가.

현대의 ‘경제 컨트롤타워’는 경제주체 간 협력을 주도하는 자리다. 그런데 정부 부처가 아닌 청와대가 시장에 신호를 보내고, 공정거래위원장이 주무장관보다 10대 그룹 경영진을 더 자주 만나는 세태라면 컨트롤타워는 묻히고 만다. 핵심 결정권자들이 이념적 경제정책을 압박하는 한, 그와의 불화는 더 깊어질 수밖에 없다. 그건 2년 차 정부만이 아니라, 우리 경제에 불행 지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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