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2 美北 정상회담>‘트럼프 모델’은… 北 거부감 줄이며 협상 폭 넓히기 전략

구체적 내용은 아직 모호
단계 보상조치 포함 가능성

오는 6월 미·북 정상회담 취소 가능성을 내비친 북한을 상대로 미국 정부가 비핵화 방식으로 꺼내 든 ‘트럼프 모델’을 두고 일괄타결 기조를 유지하면서 단계별로 보상조치를 진행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동안 미국이 강조해 왔던 ‘선(先) 핵폐기, 후(後) 보상’ 형태의 리비아식에 비해 다소 유연해진 방식일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16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리비아식 모델이 우리가 사용하는 모델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에 딱 떨어지는 모델은 없으며 이건 ‘트럼프 대통령 모델’”이라고 밝혔다. 미국 정부 내에서 북한 비핵화 방안을 두고 트럼프식 모델이란 명칭이 사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트럼프식 모델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으로 알려진 바가 없어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분석이 엇갈린다. 북한이 강한 거부감을 내비치는 리비아식 모델에 대해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백악관이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백악관 대변인이 공개적으로 언급한 해법이라는 점에서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숙고한 모델이란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특히 북한이 기존 리비아식 모델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내비친 상황에서 나온 것인 만큼 좀 더 유연한 접근이 이뤄질 수 있다는 여지를 남긴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앞서 리비아식 모델을 강조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강도 높게 비난하며 정상회담 취소 가능성을 시사하는 등 민감하게 대응했다.

백악관이 트럼프 모델이라는 모호한 개념의 용어를 사용한 것은 6·12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전까지는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트럼프 행정부는 비핵화 과정을 겪었던 리비아나 카자흐스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의 이름을 붙여 북한의 비핵화 방식을 언급해 왔다. 특히 미국에 핵 관련 장비와 서류를 모두 건네고 금융제재 해제, 국교 정상화 등의 보상을 받았지만 결국 체제가 붕괴된 리비아식 모델을 대표적인 비핵화 방안으로 거론해 북한의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미국은 완성된 핵무기를 제3국으로 보내는 카자흐스탄식 모델도 비핵화 방안의 하나로 제시했었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