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풍계리 ‘南패싱 논란’ 진화…‘북한式 길들이기’ 우려 여전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원산에서의 하룻밤 북한의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 취재를 위해 방북한 윌 리플리 CNN 기자가 23일 오전 숙소인 원산 갈마초대소(호텔) 주변을 찍어 트위터에 올린 사진(왼쪽)과 해외취재단의 한 기자가 갈마초대소 정원에서 방송하는 모습(오른쪽 위), 텅 빈 레스토랑 모습(오른쪽 아래). 윌 리플리 CNN 기자 트위터 캡처 AP 연합뉴스

- ‘풍계리 취재’ 南기자단 명단접수

美의 체제보장 약속 못믿은 北
文의 ‘중재자 역할’영향받은듯
美-北 합의땐 核사찰 등 급물살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를 취재할 남측 2개 언론사 기자 8명의 명단을 막판에 접수한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북 간 중재역할을 한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에 남측 기자단이 참석할 수 있게 되면서 코리아 패싱 논란은 진화됐지만 북한이 판문점 선언에 명시된 남북행사를 볼모로 과도한 남한 ‘길들이기’를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23일 오전 북한은 판문점 연락채널을 통해 우리 측 기자단 8명의 명단을 접수했다. 22일까지 북한은 우리 측 취재진 명단을 접수하지 않던 북한이 돌연 입장을 바꾼 것은 문 대통령이 2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나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다시 한 번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하는 등 미·북 간 중재자 역할을 적극적으로 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북 간 실질적 구체적인 비핵화와 체제 안전에 대한 협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미연합군사훈련과 탈북자들의 북한 체제 비판을 구실로 지난 16일 남북 고위급 회담을 무기한 연기한 북한은 아직 미국이 밝힌 체제 보장 방침을 신뢰하지 않고 있다. 북한은 23일 노동신문에 ‘내정간섭과 제재 소동은 용납될 수 없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미국이 제재를 주권국가들에 대한 내정간섭과 정권교체의 수단으로 써먹고 있다”고 비난했다.

북한의 취재단 명단 접수에 따라 남측 기자단은 이날 오전 성남공항으로 이동했다. 기자단은 정부 수송기 편으로 이날 낮 12시 30분 성남 공항을 출발해 강원 원산에 도착할 예정이다. 취재진은 원산 현지에서 국제 기자단과 합류해 특별열차를 타고 풍계리로 향하게 된다. 남측 기자단이 이용하는 수송기 기종은 최대 22명이 탑승할 수 있는 ‘VCN-235’로, 관리는 군이 맡지만 군이 아닌 정부 소속이다.

북한은 당초 22일 오후 7시 국제 기자단을 열차를 이용해 풍계리로 이동시킬 예정이었으나 우천으로 연기했다. 북한은 비가 그치고 남측 기자단이 도착하는 23일 오후에 국제 기자단을 풍계리 현장으로 이동시킬 것으로 보인다. 이후 일기 상황을 보고 24~25일 중에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를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북한의 비핵화 작업이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로 첫발을 뗀 이후 핵 사찰 리스트 교환,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방북 등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미·북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방식 합의가 이뤄지면 비핵화를 위한 검증 및 사찰 절차와 일정 등이 구체화될 전망이다. 이후 북한 비핵화 작업이 시작되면서 핵 관련 시설 폐쇄·불능화 작업은 물론 핵 관련 인력 등에 대한 관리 등이 이어질 전망이다.

김영주·김유진 기자 everywher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