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분배악화 대책도 ‘땜질식 재정수혈’

자활 노인일자리 확대 검토
“외환위기 후 취로사업 再版”
전문가, 부작용 우려 목소리

정부가 소득 하위 20%(1분위) 등 저소득층의 소득이 사상 최대 수준으로 급감하자 또다시 재정(국민 세금)을 투입하는 ‘땜질식 단기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 경제계에서는 “외환위기 직후 숱한 부작용을 낳은 ‘취로사업’(就勞事業·영세 근로자 지원 사업)의 재판(再版)이 나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30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저소득층의 소득을 늘리기 위해 재정을 투입해 자활(自活) 노인 일자리 확대, 근로장려세제(EITC) 강화, 기초연금(만 65세 이상이고, 소득 인정액이 선정 기준액 이하일 경우 매월 일정 금액의 연금을 지원하는 제도) 인상 등의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중에서 EITC 강화와 기초연금 인상 등은 제도 개편 등에 다소 시간이 걸리는 방안이고, 자활 노인 일자리 확대는 단기 대책으로 분류된다.

현재 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저소득층 지원 방안은 재정을 투입하지 않고는 실행이 불가능하다. 특히 재정으로 자활 노인 일자리를 늘리는 방안에 대해서는 “1997년 외환위기 직후 시행됐다가 국민의 혈세(血稅)만 낭비하고 성과를 거두지 못했던 취로사업의 재판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인위적으로 일자리와 저소득층 소득을 늘린다면서 투입한 재정 규모는 ‘일자리 안정자금’(3조 원 이상), 지난해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추경, 약 11조 원), 올해 ‘청년 일자리 추경’(약 3조8000억 원) 등 17조 원이 넘는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저소득층의 이전소득(생산 활동을 하지 않아도 정부나 가족 등이 주는 돈)이 아니라 근로소득을 늘려야 하는데, 나랏돈으로 임시방편식 일자리를 주는 것으로는 저소득층의 근로소득을 지속적으로 늘릴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근로의욕을 꺾는 역효과가 난다”고 지적했다.

조해동·박민철 기자 haed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