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또 촛불청구서… 최저임금법 개정안 거부권 촉구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靑 앞에서 농성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 최저임금연대 노조원들이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에서 최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최저임금법 개정안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신창섭 기자 bluesky@

“해결 안되면 협조 없다”
勞·政 대화 사실상 중단

노동계가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최저임금법 개정안에 대해 4일 ‘촛불 정신의 배신’이라며 일제히 문재인 대통령에게 개정안 거부를 요구하고 나섰다. 문 대통령에게 직접 ‘촛불 청구서’를 내미는 동시에 모든 노동 현안에서 발을 빼고 협조하지 않겠다고 밝힘에 따라 특별한 국면전환이 없는 한 노·사·정 대화는 기대하기 더 힘들게 됐다.

민주노총, 한국노총, 참여연대, 알바노조 등이 참여하는 최저임금연대는 이날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최저임금법 개정안에 대한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촉구하며 문 대통령 면담을 요청했다. 최저임금연대는 “최저임금법 개정안은 최저임금법 입법 취지와 역행하고 국회 입법절차를 무시했을 뿐만 아니라 근로기준법을 무력화하는 위헌적인 법안”이라며 “촛불을 들어 대한민국을 바꾼 국민의 뜻을 국회가 배신하고 의결한 최저임금삭감법에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저임금연대는 매일 광화문역, 경복궁역 등 청와대 인근 지하철역에서 서명운동을 벌이는 한편 정부청사 앞에서 청와대 사랑채 앞까지 행진을 벌일 계획이다.

한국노총도 이날 최저임금법 개정안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촉구하며 청와대 앞 노숙투쟁에 들어갔다. 한국노총은 “우리는 지난 대선 때 더 이상은 노동자의 희생과 양보를 통해 경제성장을 하지 않겠다던 문 대통령의 약속을 기억하고 있다”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강력히 촉구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양대 노총은 이를 계기로 노·정 대화를 사실상 중단했다. 민주노총은 지난달 23일 열린 산업재해보상보험기금 예방심의위원회에 불참했다. 앞서 지난달 25일 열린 고용보험위원회에는 양대 노총 모두 참석하지 않았다. 고용노동부가 지난달 31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의결하기 위해 마련한 이성기 차관 주재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 TF(태스크포스)’ 회의에도 양대 노총은 보이지 않았다.

노동계의 한 관계자는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 기한이 오는 28일까지이지만, 양대 노총의 최저임금위원회 근로자 위원 전원이 사퇴해 논의 자체가 어려울 것 같다”고 전했다.

정진영 기자 news119@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