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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김효정의 에로틱 시네마 게재 일자 : 2018년 06월 05일(火)
출세 위해 자신의 미모 이용하는 여성… 걸림돌 남편까지 제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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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 다이 포

영화는 과한 화장의 금발미녀 수잰(니콜 키드먼)의 인터뷰 영상으로 시작된다. 지방 방송국에서 날씨 소개를 하는 일이 전부인 수잰은 자신을 바바라 월터스를 이을 저널리즘의 새로운 인재로 잔뜩 부풀려 소개하고 있는 중이다. 묻고 답하는 형식을 취하고는 있지만 이 영상은 수잰의 남편 래리(맷 딜런)가 최근 살해당한 사건을 이용해 명성을 얻기 위한 자작 영상이다.

‘굿 윌 헌팅’ 등으로 알려진 구스 반 산트 감독의 1995년 연출작 ‘투 다이 포’(사진)는 유명인이 되려는 한 젊은 여성의 집착과 파멸을 통해 욕망의 허상을 풍자하는 블랙코미디다. 타고난 미모로 모든 주변 남자들의 시선을 잡아끄는 수잰은 식당을 운영하는 래리와 사랑에 빠져 결혼하게 된다. 문제는 두 사람이 서로 반대의 길을 원한다는 사실이다. 수잰은 유명 앵커가 되겠다는 야망을 품고 사방천지를 뛰어다니지만 래리는 아이를 낳고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고 싶어 한다. 수잰은 그런 남편이 죽이고 싶도록 한심하고 원망스럽다. 결국 수잰은 래리를 죽이기로 마음먹는다.

수잰은 자신의 무기인 미모를 이용해 직접 제작하고 있던 10대를 위한 다큐멘터리의 주인공 지미(호아킨 피닉스)를 유혹한다. 첫 촬영 날 지미를 응시하며 스커트를 들어 올리는 수잰에게 지미는 단번에 빠져든다. 래리가 식당일로 분주한 동안 수잰은 틈만 나면 지미를 불러내 래리의 집에서, 차 안에서, 주유소 뒷마당에서 정사를 치른다. 수잰은 지미가 살인을 대신 저질러 줄 만큼 자신에게 중독되도록 온몸을 내던진다. 사춘기의 정점을 지나고 있는 소년에게 미모의 금발여자, 그것도 시간과 장소를 불문하고 섹스를 해야 하는 섹스중독 환자는 환상의 실현 같은 것이다. 물론 대가를 생각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지미가 완전히 덫에 걸려들었을 때, 수잰은 낡은 모텔로 지미를 꾀어내 “우리가 영원히 같이 있을 수 있게 얼른 총을 구해와”라고 말하며 노골적으로 자신의 야욕을 드러낸다. 망설이는 지미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수잰은 소년의 약점을 공격한다. 거짓과 허울만 뱉어내는 간교한 수잰의 입은 지미의 바지춤으로 향한다. 수잰의 가증스러운 입놀림은 어린 지미를 순식간에 살인자로 둔갑시킨다. 지미는 친구 집에서 가져온 총으로 래리를 죽이고 붙잡힌다.

여러 장르의 영화를 만들어온 구스 반 산트 감독의 영화에는 클로즈업이 가득하다. 이 영화에서도 압도적인 양의 클로즈업이 사용된다. 그는 기술적 클로즈업을 통해 인물의 심연을 극적으로 드러내는 데 정통하다.

▲  김효정 영화평론가
이 영화에서도 인물의 욕망이 현미경의 재물대에 놓인 피사체처럼 미세하고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그런 맥락에서 이 영화가 보여주는 섹스에 대한 집착은 코믹하면서도 적확한 메타포(은유)다. 수잰은 출세에 대한 욕망을 품고 있고, 래리는 평범한 가정을 꾸리고 싶어 하는 등 각 인물이 가진 욕망의 방향은 다르지만 이들이 욕망을 실현하는 방법과 그것에 반응하는 매개체는 모두 섹스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유명인이 되고 싶은 수잰은 걸림돌인 남편을 제거하기 위해 허구한 날 10대 소년과 섹스를 하고, 소년 역시 수잰과 몸을 섞을 때만 자신이 쓸모 있고 인정받고 있음을 드러낸다. 섹스가 인정욕구를 해소해주는 유일한 매개인 것이다. 수잰이 평범한 가정주부가 되기를 바라는 래리 역시 섹스로 자신의 우위를 과시하며 아내의 발목을 잡으려 한다. 다시 말해 욕망은 주체와 목적에 상관없이 섹스만큼이나 일차원적이고 허망한 것이다.

그렇게 수잰의 야망을 중심으로 한 섹스 소동극이 지나고 나면 10대 살인범과 그의 추악한 자백만이 남는다. 모든 음모가 다 드러난 이후에도 자기 인터뷰나 찍으며 유명해지기를 꿈꿨던 수잰은 결국 마피아인 래리의 아버지가 사주한 킬러에 의해 죽음을 맞는다.

이 영화는 웃음과 과장이 포진해 있는 블랙코미디지만 욕망과 야망의 말로에 대한 사유가 꽤 오래 남는 수작이다.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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