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양승태 자택앞에선 “구속” 시위 7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자택(경기 성남 수정구) 앞에서 열린 ‘재판흥정 규탄 및 피해자 즉각 원상회복’ 요구 기자회견에 참석한 관계자들이 ‘양승태 구속’이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뉴시스
‘형사 조치 신중’ 무게 실리자
사법부 자체 해결로 기우는듯
“특조단 조사결과 봤는지 궁금”
“근거없는 재판거래 의혹 우려”
법원장들 비판에 퇴로 모색중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해 김명수 대법원장이 8일 검찰 수사 등 ‘형사 조치’보다는 사법부의 자체 해결에 중점을 두고 후속 조치를 고민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고위 법관 중심으로 ‘형사 조치 신중론’에 무게가 실리며 김명수 대법원장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코너에 몰린 김 대법원장이 퇴로를 모색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퇴로 찾는 대법원장 = 김 대법원장은 이날 오전 9시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이번 사태의 해결책에 대한 질문에 “원칙적으로 법원 내에서 해결하는 것이 제일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물론 김 대법원장은 ‘사법부 자체 해결이 검찰 고발을 하지 않겠다는 의미냐’는 질문에 “그런 뜻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고, 어쨌든 기본 마음가짐은 그렇다는 것”이라며 여지는 남겼지만 사법부 내에서 발생한 사건인 만큼 검찰에 수사를 맡기거나 국회 등 외부기관의 조사를 받는 것보다는 사법부 독립 차원에서 자체 해결이 바람직하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특별조사단 단장을 맡은 안철상 법원행정처장 역시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이 근거가 없다는 전날 전국법원장간담회 입장 정리에 대한 질문을 받고 “제가 밝힌 바와 같다”고 말했다. 법원장들과 의견이 같다는 얘기다. 앞서 그는 지난 1일 퇴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재판 거래는 실제로 있지 않다고 확신한다”고 밝힌 바 있다.
김 대법원장의 이날 발언은 그간 진행됐던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으니 너는 답만 하라)’ 식 여론몰이를 통한 형사 조치 드라이브에 제동을 건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특히 법원 안팎에서는 김 대법원장이 검찰 수사 시 불거질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한 우려와 함께 법원 내 갈등이 ‘강대강(强對强)’으로 치달으며 사법부에 대한 신뢰가 추락하고 있는 현상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최고위 법관들 대법원장에 직격탄 = 실제 전날 전국법원장간담회에 참석한 법관 경력 30년 이상의 최고위 법관들은 간담회를 통해 김 대법원장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특히 법원장들은 “사법부에서 고발, 수사 의뢰 등의 조치를 취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과 함께 “합리적인 근거 없는 이른바 재판 거래 의혹 제기에 대해 깊이 우려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 중 재판 거래 의혹 제기에 대한 우려 부분은 김 대법원장을 직접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재판 거래가 없었다’는 특조단의 발표 내용을 뒤집은 장본인이 김 대법원장이기 때문이다. 실제 간담회에서 나온 발언은 이보다 직설적이었다. A 법원장은 “(재판 거래가 있었다는 사람들은) 특조단 조사 결과서를 봤는지 궁금하다”면서 “대부분은 심의관 아이디어에 불과하며, 아이디어도 (청와대에) 유리하게 나온 것들을 갖다 줘볼까 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 법원장은 “청와대에 어필할 거리가 없는 상황에서 장벽은 두꺼우니까 그런 식으로라도 써본 것으로 보인다”면서 “만일에 재판에 영향을 미치려고 한다면 하급심에 하는 게 훨씬 쉽고 편하지 왜 대법원에 영향을 미치겠느냐”고 강조했다. B 법원장은 “재판 거래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면서 “김 대법원장이 의혹을 해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C 법원장 역시 “국민이 오해하지 않도록 김 대법원장이 의혹을 (스스로) 클리어해야 한다”면서 “30년 이상 재판을 해왔지만 어떻게 실행되지도 않은, 아이디어 차원의 검토 문건이 (범죄) 구성 요건이 된다는 것인지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
◇11일 전국법관대표회의에 쏠리는 눈 = 11일로 예정된 전국법관대표회의는 마지막 분수령이다.
법조계에서는 진보 성향 법관 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 회원들이 법관대표회의를 주도하고 있어 ‘검찰에 고발해야 한다’는 입장이 나올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김 대법원장이 이날 사법부 내 해결에 중점을 두는 발언을 해 회의 결과에 변수가 생길 가능성이 열린 것으로 평가된다.
임정환·정유진·김수민 기자 yom724@munhwa.com
;){kind=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