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그래픽 = 송재우 기자 jaewoo@
- 두 지도자 성향·협상전략 분석
둘 다 과감성 보여 만남 성사
승부사같은 행보 변수될수도
스스로 최대한 과시할 트럼프
절대로 지지않으려 할 김정은
“악수부터 예측불가 상황 우려
회담 자체가 깨지지는 않을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둘 다 과감하고 저돌적이며 자기과시적이고 주목받길 즐기는 공통점을 갖는다. 하지만 둘은 다른 점도 많다. 트럼프 대통령은 노련한 협상가다. 상대를 들었다 놨다 하는 타고난 협상의 기술을 갖고 있다. 김 위원장은 냉정한 분석가다. 실용적 정신을 중시하지만 예측 불허의 승부수를 띄우기도 한다.
사상 최초의 미·북 정상회담 개최를 앞두고 전문가들은 두 정상의 이런 스타일의 유사점과 차이점이 회담 성사의 원동력이 될 수도, 정상회담장에서의 돌발 상황을 만들 수도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두 지도자가 공통으로 갖는 부담의 무게 때문에 회담 자체를 깨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11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북한의 비핵화라는 높은 벽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북 정상회담이 성사 단계에 이를 수 있었던 것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공통적으로 가진 과감한 면모 덕분”이라고 평가했다. 배 본부장은 “협상에 나서는 사람의 어조나 화법이 협상 국면에 미치는 영향은 굉장하다”고 강조하면서 “김 위원장의 경우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솔직하고, 과감하다는 이미지를 보여줘 호감도를 더했고, 트럼프 대통령 역시 미·북 정상회담을 한 차례 취소했다 재개하는 식의 과감한 행보를 보여주면서 결국 미·북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긴장감을 한껏 높였다 갑자기 풀고, 상대 앞에 기선 제압용 카드를 서슴지 않고 꺼내는 식의 ‘전술적 도박’에 능한 인물이다. 그는 김 위원장과의 만남에 앞서서도 과거 사업가 시절 겪은 다양한 협상 경험을 그대로 가져다 쓰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북한의 비난 성명이 잇따르자 정상회담을 취소한다고 전격 발표한 뒤 곧장 재개하는 행보나, “김 위원장의 비핵화 진정성을 1분 이내에 알아차릴 수 있다”는 식으로 호언장담을 서슴지 않는 것이 그 예다. 김 위원장 역시 이번 미·북 정상회담 준비 과정에서 냉철하면서도 실용주의적인 전술을 쓰고 있다는 분석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김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과의 첫 번째 정상회담에서 ‘평양냉면’ 언급을 하는 식으로 일시에 남한의 부정적인 대북 여론을 반전시켰는데 이런 것들이 다 고도로 계산된 전략적인 행동”이라고 말했다.
양측 지도자의 과감함 덕분에 회담이 성사됐지만 예측 불허로 통하는 두 사람의 스타일 때문에 협상이 파행으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 또한 존재한다. 김영수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나 김 위원장 모두 ‘odd people’(괴이한 사람들)이다. 이번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을 최대한 과시하려 할 것이고 김 위원장도 지지 않으려고 애를 쓸 것”이라면서 “그러다 보면 회담장에서 부정적인 변수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첫 대면에 이어질 악수 한 번에 돌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미국은 북한이 시나리오에 없는 반응을 내놓지 못하도록 몰아갈 것이고, 북한도 미국과의 담판이 처음이기 때문에 절대로 꿀리면 안 된다는 입장을 고수할 것”이라며 “결국 회담장에서는 서로 이번 정상회담을 하기 위해 자기 자신이 더욱 완벽하게 준비했다는 걸 보여주는 기싸움이 이어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그럼에도 회담 자체가 깨지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 번 회담을 깬다고 했는데도 북한이 굽히고 나온 것을 보면 북한은 어떤 합의안이라도 만들어 현 상황을 타개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보는 것 같다”면서 “트럼프 대통령도 최근 워싱턴에서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을 만난 이후 북한 비핵화에 대해 기대수준을 낮춘 것처럼 보이는 만큼 이번 회담에서 완벽한 시간표가 나오지 않더라도 미·북 간 적당한 수준의 합의를 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진 기자 klu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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