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곤혹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이 20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법원으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눈을 감고 있다. 김선규 기자 ufokim@
대법원 특조단 조사했지만
‘의혹 못밝힌 문건 있다’판단
법원“고민해서 필요한 협조”
檢, 내일 고발인 조사도 착수
“광범위한 조사로 의혹 규명”
검찰-법원 갈등 비화 가능성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와 관련해 20일 검찰과 법원의 갈등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대법원 측은 검찰이 전날 의혹 문건 등이 담긴 ‘법원행정처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통째로 달라’며 포문을 연 데 대해 신중한 입장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날 “수사 대상이 된 입장에서 섣불리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대법원장이 말한) ‘필요한 협조’라는 부분에 방점을 두지 말라”며 “사안마다 고민해서 최선의 결정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명수(사진) 대법원장이 수사 협조 입장을 내놓았지만 검찰의 필요에 따라 무조건 응하지는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특히 하드디스크는 법원 내 자체 조사 당시 ‘강제 개봉’ 논란까지 일었던 민감한 사안이라 사법부가 순순히 넘겨줄지는 미지수다. 김 대법원장은 지난 15일 담화문을 통해 “특조단이 확보한 모든 인적·물적 조사자료를 적법한 절차에 따라 제공할 것이며 사법행정의 영역에서 필요한 협조를 마다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으나 검찰의 요구는 특조단이 확보한 자료를 넘어서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법원 내 추가조사단(2차)과 특조단(3차)은 4대의 법원행정처 컴퓨터에서 몇 개의 키워드를 검색하는 방식으로 문건 대상을 선정했는데, 당시 조사 대상이 됐던 키워드는 49개에 불과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김 대법원장이 ‘제 발등을 찍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검찰은 대법원이 넘겨주는 자료에 의존하는 수동적 수사는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검찰이 통째로 자료 제출을 요구한 데는 해당 의혹을 조사한 대법원 특별조사단이 밝혀내지 못한 문건이 더 있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검찰이 (다른 기관의 자체) 조사 내용을 검증하는 곳은 아니다”며 “법원을 충분히 존중하되 명쾌한 규명을 위한 광범위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검찰은 대법원이 자료 제출에 협조할 것을 기대한다는 입장이지만 협조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자칫 검찰과 법원의 갈등으로 비화할 소지도 있다. 물론 이는 양측 모두 원하지 않는 바다. 더불어 검찰은 이번 의혹과 관련해 시민단체 등 고발인 조사에도 착수한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조사하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신자용)는 이번 의혹과 관련해 21일 오전 10시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인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조사할 예정이라고 이날 밝혔다. 본격 수사에 앞선 고발인 조사 차원이다. 현재 해당 의혹에 대한 시민단체 등의 고발은 총 20건이 검찰에 접수돼 있다.
한편 대법원은 이날 일각에서 재판 거래 의혹 사례로 지목하는 2015년 KTX 여승무원들의 대법원 판결과 관련해 “새로운 법리 선언이 예정된 사건에 대해서는 재판연구관실에서 집단지성에 의해 여러 단계 검증을 거치며 소부에서 주심 대법관을 포함한 대법관 전원의 의견이 일치돼야만 선고될 수 있다”는 의혹을 부인하는 취지의 참고자료를 냈다. KTX 해직 여승무원들은 코레일을 상대로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을 제기했으나 1, 2심과 달리 대법원에서 패소했다.
임정환·정유진 기자 yom724@munhwa.com
;){kind=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