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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뉴스와 시각 게재 일자 : 2018년 06월 28일(木)
여가정책, 방향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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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일 문화부 부장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실효성을 놓고 논란이 여전하다. 노동시간 단축과 관련한 처벌은 한시적으로 미뤄졌지만, 제도 시행을 놓고 벌어질 혼선과 부작용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기업의 인건비 부담과 저임 근로자의 수입 감소 우려에도 정부가 제도 시행을 앞두고 강조하는 건 ‘일과 삶의 균형’이다. ‘일’을 놓고 벌어지는 분분한 논란은 일단 여기서는 논외로 하자. 대신 정부가 일과 균형을 이루겠다고 한 ‘삶’ 얘기를 해보자. 정부는 국민이 행복할 권리를 보장해야 할 책무가 있다. 이른바 ‘저녁이 있는 삶’을 가능케 하는 건 여가다. 대개 설문조사를 해보면 대부분 근로자들이 여가가 주어졌을 때 가장 하고 싶은 활동으로 여행을 꼽는다.

그런데 정부의 관광 관련 정책의 방향성이 보이지 않는다. 국민 여가 정책의 부재다. 정부가 그토록 일과 균형을 이루는 삶을 생각했다면, 그동안 정책으로 보여줬어야 하는 게 아닐까. 정책의 목표는 지표관리를 통해 실현되는 법이다. 먼저 목표를 정하면 그 목표 달성을 위한 평가지표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지고, 정부와 민간이 그 가치를 공유하면서 목표에 가까워진다는 얘기다. 그런데 일과 삶의 균형을 말하는 정부가 내세우는 평가지표가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목을 맸던 이전 정부와 별반 다를 게 없으니, 정부 정책의 목표를 도무지 짐작할 수 없다.

관광정책을 무역위원회와 관광청이 분담하고 있는 호주를 보자. 관광 분야에 다양한 정책지표를 도입한 호주무역위원회는 관광 노동생산성 성장률까지 정책지표로 관리하고 있다. 주요 목표인 관광 분야 일자리 증가 정책에서는 고용된 호주 원주민 수의 확대 목표까지 세운다. 목표는 체계적이고 관리는 철저하다. 캐나다는 깜짝 놀랄 만큼 치밀하다. 캐나다관광위원회는 투입예산 대비 효과를 철저히 따진다. 이를테면 목표 시장에서 광고를 본 기억이 있는 캐나다 방문 18세 이상 장거리 여행자 수를 세는 식이다. 위원회는 또 자체 마케팅이나 비즈니스 이벤트의 관광수입으로 만들어진 추정 일자리 개수까지 분석해 발표한다. 입이 딱 벌어질 정도로 분석적이고 정교하다.

그런데 우리는 어떤가. ‘저녁이 있는 삶’이란 근로자의 생활을 좀 느슨하게 풀자는 것이지, 결코 정책과 평가를 느슨하게 하자는 게 아니다. 일과 휴식이 조화를 이루는 품위 있는 삶은 치밀한 목표와 효과에 대한 엄격한 계측 그리고 정교한 정책으로 가능하다. 좋은 정책지표는 선명한 목표가 만들어낸다. ‘휴식이 있는 삶’이란 가치를 내걸었지만, 과연 이런 가치를 어떻게 실현하고 평가할 것인가. 그저 근무시간만 줄여놓고는 두 손 놓고 있어도 되는가. 그런 점에서 관광지의 차량 이동속도, 정주 인구 대비 관광객 환산 수치, 주민들의 관광정책 중요성 인식도까지 관광의 주요성과 지표로 계측하고 있는 이웃 일본 오키나와(沖繩)의 사례는 부럽기만 하다. 이런 게 바로 ‘사람 중심의 정책’ 아닌가. 그렇게까지는 못한다 해도, 우리도 차제에 ‘관광 행복지수’나 ‘지역관광발전지수’ 같은 복합지표라도 만들어봐야 할 것 아닌가. 스스로 목표를 정하고 계측하고 평가할 생각이 없다면 아무리 장담한들 그 정책의 효과를 과연 믿을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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