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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Who, What, Why 게재 일자 : 2018년 07월 11일(水)
관광객 거부하는 ‘투어리즘 포비아’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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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종로구 북촌로에서 북촌한옥마을운영회 관계자가 관광객 방문 반대 팻말을 들고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종일 사진 찍고 떠들고, 불쑥 들어와 ‘화장실 좀…’
참다못한 주민 “삶의 터전 위협, 더 이상 오지 말라”

골목마다 인파 ‘북촌 한옥마을’
새벽·밤 안 가리고 왁자지껄
“사생활 보장하라” 곳곳 현수막

70여가구 사는 ‘통영 원항마을’
주말 2000여대 불법주차 몸살
버스 진입 못해 1㎞ 걸어가 타

지역경제 살리는 긍정효과에도
일상 불편 커져 갈등 위험수위
伊베네치아 등도 관광객 제한


경제 발전과 소득 및 휴일 증가, 교통 발달의 영향으로 관광객이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여기에 지역 간, 국가 간 관광객 유치전이 가열되면서 국내외 관광객 증가를 부채질하고 있다. 특히 SNS가 지역과 국경을 넘어 일반화하면서 한번 명소로 알려지면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인파가 한꺼번에 밀려들고 있다. 관광은 지역과 국가 경제를 살리는 성장 산업이지만, 수용 능력을 초과하는 관광객이 몰릴 경우 관광지는 황폐화하고 만다. 최근 들어 몰려든 관광객 때문에 삶과 터전을 위협받은 주민들이 조직적으로 저항하는 ‘투어리즘 포비아(Tourism Phobia)’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역 개발에 따른 임대료 폭등으로 원주민이 쫓겨나는 현상인 젠트리피케이션에 빗대 관광객 때문에 주민이 내몰리는 것을 의미하는 ‘투어리피케이션(tourification)’마저 발생하고 있다. 서울 종로구 북촌한옥마을과 경남 통영, 전남 여수 등 지방 관광도시에서 “주민의 삶을 존중해달라”며 항의하는 주민과 관광객 간 갈등이 위험 수위에 다다랐다. 해외에선 관광객 수와 관광시간 등을 제한하는 나라가 늘고 있다.

지난 9일 외국인 관광객들이 자주 찾는 서울 종로구 북촌로11길 골목으로 들어서자 ‘북촌주민의 재산권을 보장하라’는 현수막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골목을 따라 마을에 접어들자 ‘새벽부터 오는 관광객, 주민은 쉬고 싶다’ ‘북촌 한옥마을 주민도 인간답게 살고 싶다’ ‘주민의 사생활을 보장하라’는 문구를 담은 현수막 10개가 연이어 발견됐다. 한옥이 주는 운치 대신 성난 주민들의 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거리뿐 아니라 한옥 대문에도 ‘조용히 하시오’(Silence Please), ‘계단에 올라오지 마시오’(Don’t Step)라고 적힌 푯말과 종이가 붙어 있어 평소 주민들이 얼마나 고통을 겪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인근을 지나던 한 주민은 “주민들이 정상적으로 살기 힘들 정도로 피해를 겪고 있어 더 이상 사람 살 곳이 못 된다”며 “오죽하면 이러겠느냐”고 토로했다.


지방 중소도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경남 통영시 산양면 원항마을 주민들은 주말마다 몸살을 앓고 있다. 욕지도와 연화도 등을 오가는 여객선터미널이 있어 주말이면 관광객 차량이 마을 도로를 점거하기 일쑤고, 엄청난 쓰레기까지 버리고 가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달 23일 연화도와 우도를 잇는 총연장 309m 규모의 국내 최대 보도교가 개통하면서 관광객이 갑절로 늘어 70여 가구가 사는 마을 도로를 점거한 불법 주차 차량만도 2000여 대가 넘어섰다. 이 때문에 시내버스가 마을에 진입하지 못하면서 주민들은 1㎞가량 떨어진 당포마을까지 걸어가 버스를 이용하고 있다. 특히 농산물 등을 팔러 나가는 어르신들은 머리에 이거나 수레에 실어 당포마을 버스정류장까지 힘든 발걸음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정명곤(67) 원항마을 이장은 “시는 빠른 시일 내에 불법 주차 문제를 해결할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보도교가 개통한 우도에서도 한바탕 소란이 빚어졌다. 우도 주민들은 공중화장실 등 부대시설을 설치하지 않았는데 관광객이 몰려들고 있다며 개통 다음날인 지난달 24일 보도교에 바리케이드를 설치했다. 그러자 수백 명의 관광객은 “국내에서 가장 긴 해상보도교를 체험하려고 배를 타고 들어왔는데 주민이 막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고성을 지르고 몸싸움을 벌였다.

경인 전철 1호선 종착역인 하인천역 주변 동화마을(중구 송월동)도 최근 급증하는 관광객들 때문에 주민 불만이 극에 달해 있다. 주민들은 열악한 주거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꽃길을 조성했고 낡은 담과 옹벽에 세계명작동화를 테마로 한 벽화를 그려 명소로 만들었다. 골목길을 따라 150여 가구 담벼락에 오즈의 마법사에 나오는 ‘도로시 길’과 피터팬 속 ‘요정나라 길’ 등이 조성돼 있다. 마을엔 주말만 되면 평균 2만∼3만 명의 관광객이 몰려들고 있다. 특히 아이를 동반한 가족 단위 관광객이 많아 집에서 쉬는 주민들이 소음에 시달리고 있다. 주차난도 심각하다. 관할 구청은 최근 98억 원의 예산을 들여 차량 100대를 주차할 수 있는 공영주차장을 건설했지만 좁은 골목길의 고질적 주차난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더구나 마을 공중화장실은 한 곳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관광객들이 일반 가정집 대문을 두드리는 일도 허다하다는 게 주민 설명이다. 김 모(55) 씨는 “동화마을 조성에 찬성 서명한 걸 후회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해외에선 주민들의 조직적인 저항 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이탈리아 북부 베네치아시 정부는 지난 4월 도심으로 들어가는 지점에 회전문 형태 검문소를 설치하고, 관리하기 어려울 정도로 관광객이 늘어나는 상황이 발생하면 주민만 출입하도록 하는 규제를 시행했다. 연간 관광객이 3000만 명에 육박하지만, 관광객이 선호하는 상권만 불야성을 이루고 전통적인 상점과 공방은 도심에서 밀려나면서 정주 인구가 17만 명에서 5만 명까지 감소하자 주민 보호를 위한 극약처방을 내린 것이다.

역시 많은 관광객이 찾는 네덜란드 수도 암스테르담도 올해 4월 1일 홍등가 관광 규제를 시작했다. 오후 11시 이후에는 홍등가 관광을 할 수 없고, 20명이 넘는 단체 관광도 금지했다. 5명 이상 인솔하는 가이드를 대상으로 유료 허가 제도를 신설하고, 가이드는 관광객이 특정 가게나 홍등가 노동자 사진을 찍지 못하도록 하라는 지침을 하달했다.

노기섭 기자 mac4g@, 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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