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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북리뷰 게재 일자 : 2018년 07월 13일(金)
변해가는 좀비… 인간 세태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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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워킹데드, 월드워 Z, 웜바디스(왼쪽부터)

- 좀비 사회학 / 후지타 나오야 지음, 선정우 옮김 / 요다

과거 좀비는 죽여도 되는 존재
외부 敵 공격 용인된 사회 반영

확실한 것 없는 ‘현대인의 불안’
발 빠르고 액체 좀비로 나타나

좀비-인간 공존 그린 ‘웜바디스’
‘약자의 공동체 복귀’ 희망 담아


혈색 없는 썩은 얼굴, 느릿한 동작, 인육을 즐기고, 인간을 보면 아무 생각 없이 마구 덤벼드는 살아 있는 시체 좀비. 인간들이 숨어 있는 곳으로 몰려들 뿐 아니라 좀비 위에 좀비가 올라가는 좀비 사다리, 좀비 탑을 만들어 건물과 벽을 올라온다. ‘워킹데드’ ‘월드워 Z’ ‘웜바디스’부터 ‘부산행’까지 드라마, 영화, 게임, 만화, 소설, 코스튬 의상 등 장르를 넘어 좀비 서사들이 넘친다. 좀비들의 전성시대라 할 만하다. 좀비는 무엇을 상징하고 무엇을 대변하기에 이 시대 관객과 독자로부터 이토록 ‘환대’를 받을까. 일본의 젊은 문예 비평가는 이 시대 좀비들은 단순한 ‘공포물’이 아니라 문화적 산물인 동시에 우리의 사고에 영향을 미치는 이데올로기적 실체라고 봤다.

이 젊은 비평가가 먼저 주목하는 것은 좀비 포맷, 좀비물들의 서사구조다. 가장 전형적인 이야기 구조는 좀비 아포칼립스와 인간 생존기다. 좀비의 공격으로 인류가 망했든, 인류의 대재앙 이후 좀비가 창궐했든 좀비가 지배한 세상에서 사람들이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는 것이 가장 대중적인 흐름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살아남기 위해 높은 벽을 세우고 그 뒤로 도망간다. 사람들이 좀비를 피해 큰 빌딩으로 도망가 출입문을 봉쇄하고 숨었다면 빌딩이 벽이고, 영화 ‘부산행’이라면 기차가 또 다른 상징적인 벽이다. 벽 위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자신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 좀비와 싸운다.

여기에서 문예학자 후지타는 이 같은 좀비물과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 어벤져스 같은 히어로물은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초월적인 심판관이 부재하고 공정해야 할 조직은 부패해 누구도 우리를 지켜주지 못할 때 히어로물에서는 히어로가 심판자가 돼 사람들을 지킨다면, 좀비물에서는 일반인들이 작은 영웅이 돼 스스로를 지킨다는 것이다. 이때 좀비는 히어로물의 악당과 다를 바 없는 존재로 누구도 망설임 없이 죽여도 되는 존재들이다. 따라서 좀비물은 무의식적으로 외부의 적을 가차 없이 공격하고 죽이는 것을 용인하는 것은 물론 그 일을 하는 지도자를 지지하고 옹호하는 것을 넘어, 그의 고뇌까지 체화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좀비는 상황에 따라 이민자일 수도 있고, 일본 극우파에게는 재일한국인일 수 있고, 사회의 약자일 수도 있다.

한편 저자는 21세기 들어 등장하는 새로운 개념의 좀비에 주목한다. 이들은 오랫동안 좀비의 전형으로 인식됐던 근대적 좀비와는 완전히 다르다. 신세기 좀비는 느린 근대적 좀비와 다른 발 빠른 좀비다. 발 빠른 좀비의 대표는 영화 ‘월드워 Z’에 나오는 좀비 떼다. 영화에서 이들은 빠르다 못해, 쓰러진 좀비 위에 좀비가 타고 올라가 거의 액체처럼 흘러가는 모습을 연출한다. 저자는 이 같은 액체 좀비는 현대인의 새로운 공포를 드러낸다면서 이의 분석에 영국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의 ‘액체근대(리퀴드 모더니티)’ 개념을 빌려온다. “견고하고 거대하며 무거운 것이 주류였던 시대가 끝나고 모든 것이 가볍고 유동적이 된 액체 사회에서 좀비란 확실한 것이 없는 시대에 대한 위기 감각이다. 동시에 모든 경계를 무너뜨리고 인간적인 관계를 붕괴시키려는 타자에 대한 불안이기도 하다”고 그는 설명한다.

하지만 인간이 새로운 시대를 향해 한 걸음씩 나가듯 좀비도 불안과 공포의 상징물에서 끝나지 않는다. 벽을 세워 너와 나를 가르고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며 가상의 가해자를 적으로 몰아가, 이들을 죽이는 것에 윤리적 가책을 느끼지 않던 서사를 넘어 ‘공존의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21세기 ‘신세기 좀비’를 영화 ‘웜바디스’에서 발견한다. 자신이 누구인지 모른 채 다른 좀비들과 무기력하게 살아가던 주인공 좀비가 아름다운 소녀 줄리를 만나면서 사랑을 하고, 사랑을 넘어 세상을 바꾸려 한다. 좀비가 인간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설정은 박탈당한 존재가 다시 인간 사회로, 공동체 일원으로 복귀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저자는 서문에서 ‘나도 당신도 좀비’라고 했다. 좀비물에 숨겨진 정신과 마음이 바로 우리 자신, 우리도 몰랐던 우리 시대 모습이기 때문이다. 376쪽, 1만6000원.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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