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논단>정보기관 무력화 노린 ‘기획 탈북’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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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봉선 양지회 회장

최근 토마스 오헤아 킨타나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이 기자회견에서 “2016년 4월 탈북한 유경식당 여종업원들 중 일부를 만났는데, 탈북 당시 어디로 가는지 알지 못하는 상태로 한국에 오게 됐다니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언급한 것과 관련해 또다시 정보기관 기획 탈북설이 일고 있다. 최근 일부 언론에서도 국가정보원의 기획 탈북 의혹을 다시 보도하면서 2016년 4월 제20대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총선을 엿새 앞두고 발생한 이 사건이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게 아니었느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통일부는 이에 대해 탈북한 유경식당 여종업원들은 자유의사에 따라 입국한 것으로, 기획 입국한 게 아니라는 종전의 공식 입장을 재확인했다. 관계 당국은 이에 대해 여종업원들을 인솔해온 식당 지배인 허강일 씨가 자신들의 탈북 보상이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고 불평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논란의 중심에 있는 지배인 허 씨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원래 나는 국가정보원의 협력자였다”며 “국정원 측에 정보도 가져다줬다”고 덧붙여 의혹을 증폭시켰다. 그러면서 “국정원 측이 종업원들을 데리고 오면 내게 한국 국적을 취득하게 해 주고, 동남아시아에 국정원 아지트로 쓸 수 있는 식당을 하나 차려주겠다며 거기서 종업원들과 같이 식당을 운영하라고 꼬드겼다”며 국정원의 기획 탈북설을 주장했다. 허 씨 측은 “종업원들을 데리고 올 때 한국에 오지 않으면 그동안 국정원에 협력했던 사실을 북한대사관에 폭로하겠다고 국정원 관계자가 협박했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국정원의 전직 고위 당국자는, 원래 유경식당 종업원 탈북은 국정원이 한 게 아니고, 국군정보사가 현지에서 식당 출입을 하면서 허 씨를 접촉하던 중 허 씨가 탈북 의사를 밝혀 추진했다며 국정원은 관계가 없다고 했다. 다만, 정보사 측이 자신들은 국내로 호송하기 어렵다며 도움을 요청해 호송을 지원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객관적 정황을 보더라도, 자의적인 탈북 의사가 없는, 한두 명도 아닌 13명이라는 많은 인원을 중국에서 국내로 호송한다는 건 불가능하다.

허 씨 측은 국정원 측이 협박과 위계로 유인했다고 주장하지만, 일단 탈북한 사람은 보호대상인데 어떻게 제3국으로 보내 식당을 운영케 할 수 있는지 앞뒤가 맞지 않는다. 폐쇄된 북한도 아니고, 자유롭게 한국에 대한 정보를 접할 수 있는 중국에서 이들이 이런 꾐에 넘어갔다는 건 이해가 안 된다. 현 정부도 그동안 기획 탈북설에 대해 “종업원들은 자발적인 의사에 따라 입국했다”고 거듭 밝혔다. 통일부 대변인 역시 “전 정부에서 진행한 일이긴 하지만, 제3국에 체류하는 동안 이들의 입국 희망 여부를 확인한 것으로 안다”고 밝힌 바 있다. 게다가 현 정부와 전 정부의 탈북자 정책에 차이가 있음을 안 허 씨가 이를 교묘히 이용하려는 건 아닌가 하는 의심도 없지 않다.

이번 기획 탈북설 주장이, 3만여 북한 이탈 주민의 재북 가족에 대한 북한 당국의 강압적 조사를 강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우려도 없지 않다. 또한, 향후 자유를 찾아 탈출하려는 북한 주민들의 희망을 절망으로 만드는 행위는 아닌지도 걱정된다. 더욱이, 북한이 억류하고 있는 한국인들과 이들 탈북자의 교환 제의설 등 정치적 의도까지도 염려된다. 허 씨 외의 유경식당 종업원들은 진정한 자유의사에 따라 정착한 우리 국민이다. 따라서 이들을 북송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며, 이들을 불안하게 해서도 안 된다. 가뜩이나 현 정부의 ‘적폐 청산’ 작업으로 위축된 정보기관을 기획 탈북설로 매도하는 일은 중지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