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나라에서 탁구 경기, 가슴이 뭉클했어요”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우즈베키스탄의 레지나 킴(왼쪽)과 올가 킴이 18일 대전 한밭체육관에서 열린 신한금융 2018 코리아오픈 국제탁구대회 여자복식 예선 직후 ‘손가락 하트’ 포즈를 취하며 웃고 있다.

고려인 3세 올가 킴-레지나 킴
우즈베크 대표 선수로 출전
서효원-김송이 조에 0-3 패배

우즈베키스탄 탁구대표팀 올가 킴(24)과 레지나 킴(21)은 18일 대전 한밭체육관에서 끝난 신한금융 2018 코리아오픈 국제탁구대회 여자복식 예선에서 남북 단일팀 서효원(한국마사회)-김송이(북측) 조에 0-3(4-11, 5-11, 2-11)으로 완패했다.

불과 20여 분만에 3세트를 내리 뺏긴 일방적인 패배였지만, 경기 직후 만난 둘은 시종일관 웃음을 잃지 않았다.

올가와 레지나는 “하나 된 코리아는 정말 강했다”며 “단일팀이 다음 경기에서도 승리하고, 우승하길 바란다”고 입을 모았다.

올가와 레지나의 뿌리는 한국이다. 고려인 3세. 둘의 조부는 연해주로 이주했고, 둘은 가족과 함께 현재 우즈베키스탄의 수도 타슈켄트에서 살고 있다. 올가는 “할아버지가 지금의 내 나이였을 당시만 하더라도 할아버지의 조국은 분단국가가 아니었다고 들었다”며 “단일팀과의 경기가 확정됐을 때부터 운명적인 맞대결이라고 느꼈고, 가슴이 뭉클했다”고 말했다. 레지나는 “우리에겐 매우 중요한 경기였지만 결과가 좋지 않아 아쉽다”면서도 “할아버지 나라의 선수들이 꼭 정상에 올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올가는 이번이 3번째 한국 방문이다. 올가는 16세이던 2010년 처음 한국을 찾았다. 우즈베키스탄 주니어대표로 전지훈련차 서울에 온 올가는 “할아버지의 나라에서 국가대표 선수의 꿈을 키웠다”며 “한국을 사랑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2013 부산아시아탁구선수권에도 출전했다.

당시 혼합복식에 출전한 올가는 자신보다 세계랭킹이 500위 가까이 높은 한국의 서현덕-석하정 조를 3-1로 누르고 16강에 진출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올가는 “10대 시절엔 아이돌그룹 ‘소녀시대’의 열렬한 팬이었다”면서 “지금도 여전히 K-팝을 즐겨듣고 한국 드라마를 시청한다”고 강조했다.

레지나는 이번이 첫 한국 나들이다. 레지나는 “그동안 말과 글로만 배운 할아버지의 나라를 몸으로 느끼고 있다”면서 “한국에 대한 애정만큼은 올가 언니 못지않다”고 강조했다.

레지나는 “평소 부모님이 집에서 자주 한국 음식을 만들어주시기 때문에 이곳 대전 음식이 전혀 낯설지 않고 입에 잘 맞는다”면서 “특히 떡볶이나 라면처럼 매운 음식을 아주 좋아한다”고 귀띔했다.

대전=글·사진 김성훈 기자 powerkimsh@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