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회찬 의원 투신>진보정치 간판스타…‘촌철살인’ 사회담론 이끌어

- 노회찬은 누구…

경기고 재학중 유신 반대 운동
대학졸업뒤 노동운동에 투신

2004년 비례대표로 국회 입성
특수활동비 등 특권폐지 주장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한국 진보정치의 간판스타였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 민주노동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뒤 부침을 겪으면서도 수십 년 노동운동 경험에서 획득한 뚝심과 정국을 꿰뚫는 촌철살인의 말솜씨로 한국 사회의 진보 담론을 이끌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원 댓글조작 사건’의 핵심 피의자 김동원(49·필명 드루킹) 씨 측으로부터 불법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가 불거진 뒤 특검의 수사가 가시화되자 스스로 목숨을 끊음으로써 그의 진보정치도 막을 내리게 됐다.

부산에서 태어난 노 원내대표는 경기고에 재학 중이던 1973년 박정희 전 대통령에 반대하는 유인물을 배포하며 민주화 운동에 투신했다. 이후 고려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뒤 전기용접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해 본격적으로 노동운동에 뛰어들었다. 서울, 부천, 인천 등지에서 용접공으로 일하던 노 원내대표는 1987년 인천지역민주노동자연맹(인민노련) 창립을 주도했고, 1989년 구속됐다. 만기 출소한 뒤 1992년 대통령선거 때 백기완 후보 선거대책본부에서 활동하며 정치권에 발을 들였다.

매일노동뉴스 발행인, 민노당 부대표 등을 거친 뒤 17대 총선에서 민노당 선거대책본부장으로 선거를 진두지휘했고, 자신도 비례대표로 당선됐다. 2005년 8월 국가정보원 불법도청 테이프에서 삼성그룹으로부터 ‘떡값’을 받은 것으로 언급된 전·현 검사 7명의 실명을 공개했다가 재판에 넘겨졌다.

2012년 19대 총선에서 서울 노원병 선거구에 출마해 재선에 성공했으나, 곧이어 대법원에서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 자격정지 1년 확정판결을 받고 국회의원직을 상실하는 고난을 겪었다. 절치부심한 끝에 20대 총선에서 서울 노원병이 아닌 경남 창원성산을 선거구로 내려가 악전고투 끝에 새누리당 후보를 꺾고 당선됐다. 정의당 1~3기 원내대표를 내리 지내며 창당 초반 1%에 머물렀던 지지율을 10%까지 끌어올리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17대 총선 당시 한 방송사 토론에서 “50년 동안 한 판에서 계속 삼겹살을 구워 먹어 판이 새까맣게 됐으니 삼겹살 판을 갈아야 한다”는 발언으로 화제에 오르는 등 뛰어난 언변으로 진보정당의 현실정치 안착과 외연 확장에 큰 역할을 했다.

최근에는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의 하나로 특수활동비 폐지를 주장하고, 교섭단체 원내대표로서 받은 특활비를 일괄 반납하기로 하면서 더욱 주목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민주평화당과 함께 ‘평화와 정의의 의원모임’이라는 원내교섭단체를 구성, 진보정당 사상 처음으로 교섭단체 원내대표의 자리에 오르자마자 불법정치자금 수수 의혹에 발목이 잡혔다. 지난주 여야 원내대표와 미국 방문 중 “어떤 불법자금도 받지 않았다. 수사에 당당히 임해 진실을 밝히겠다”고 했던 그는 23일 오전 “금전을 받았으나 청탁과 무관했다”는 유서를 남기고 투신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