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北의 핵·경제 병진 딜레마 이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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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진 前 駐美 대사

역사적인 4월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과 6월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이 있었다. 이 정상회담은 비핵화에 대한 커다란 기대와 희망을 제시했다. 몇 달이 지났다. 과연 무엇을 남겼는가? 북한의 추가 핵실험 중지 같은 의미 있는 일이 있었고, 한·미의 연합군사훈련 중단도 있었다. 그런데 핵심 사안인 비핵화도, 경제 제재도 아무런 진전이 없다. 이를 어떻게 봐야 할까? 현실을 직시하기가 쉽지 않다. 그것은 미국과 북한, 그리고 우리가 3자 동상이몽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뤄내고 있다. 많은 비난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비정상적인 외교 방법으로 미국이 원하는 것을 취했다. 즉, 미국을 겨냥할 수 있는 북한의 위협, 즉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핵무기 소형화의 발전 가능성을 최대한 제거하는 데 있다. 그것은 북한의 추가 실험 중지로 나타났다. 그리고 비핵화는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며, 시간제한이 없다는 틀을 연일 제시하고 있다. 결국, 이렇게 되면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서 오는 위협에서 미국은 제외되고 한·일·중이 이를 느끼게 된다. 트럼프의 대북 정책에는 이렇게 철저한 비즈니스적인 계산이 깔려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을 칭찬하고, 비핵화와 경제 제재를 연계시키면서도 “기가 막힌 놀라운 미래가 북한을 기다리고 있다”는 약속을 연일 발송한다. 하지만 결국 미국에 대한 북한의 직접 위협은 현저히 줄였다. 우리는 트럼프가 북핵도 전통적인 방법을 벗어난 계산법에 따라 다루고 있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트럼프는 북한이 핵실험 중지를 지키고 핵·미사일 반출이 없으면, 북한이 현재 가지고 있는 핵의 비핵화는 오래 기다려도 좋다는 생각이다. 어눌한 것 같지만 이러한 냉철한 계산이 있다.

북한도 ‘국가 핵무력 완성’ 이후 대결에서 대화로 전략을 바꾼다. 남북, 미·북 정상회담을 통해 커다란 성공을 거뒀다. 핵은 비핵화로 가더라도 장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으니, 이는 협상에 걸어 놓고, 이를 통해 가능한 대로 경제적 이득을 보자는 것이다. 그러나 대화는 긴장 완화의 목적은 달성하지만, 경제 제재 해소와 경제 지원과는 별개다. 그런데 두 번째 단계에서 목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트럼프 계산법에 따르면 비핵화 진전 없이는 안보리 경제 제재 해소도 동결된다.

북한 정권에 닥친 딜레마는 핵·경제 병진정책에 있다. 핵도 경제적 대가를 충분히 받고 비핵화로 간다는 것인데, 경제적 대가가 아직은 없다. 북한 정권의 최대 위협은 궁극적으로 핵이 아니라 경제다. 최근 통계를 보면 북한은 유엔 안보리 제재 등 이유로 지난해 마이너스 3.5% 성장을 했다. 지방 시찰에서 김 위원장의 경제적 질책이 늘고 있다. 결국 ‘핵보유국’으로 실질적 행세를 할 수 있다 해도 북한의 미래는 경제가 판가름한다.

우리는 이러한 미국과 북한에 대해 어떤 외교를 펴고 있는가? 철혈 재상 비스마르크는 정책과 외교는 ‘가능성’의 예술이라고 평한 바 있다. 그런데 우리의 외교는 ‘가능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원하는 것’을 추구(종전협정, 남·북·미 3자 정상회담, 체제 보장과 비핵화의 연계 등)해 나가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지피지기의 외교를 실천하기 어렵다. 열정·기대·희망에서 벗어나 냉혹한 현실 속에서 가능한 외교를 펴야 한다. 북한은 핵과 경제 사이의 딜레마에 빠져 있다. 북한만이 이를 처리할 수 있다. 이를 인정하는 것이 가능한 외교의 첫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