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히 ‘都市世’… 인류는 버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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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케일 / 제프리 웨스트 지음, 이한음 옮김 / 김영사

복잡성 과학 연구 선구자가 본
생물·기업·도시 규모증감 법칙

富와 삶의 속도는 점점 느는데
에너지 등 지구 자원은 한정적
“혁신으로 해결” 낙관론에 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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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는 쥐보다 1만 배 무거우므로 세포 수도 1만 배 많다. 하지만 코끼리가 필요로 하는 에너지의 양은 쥐의 겨우 1000배 정도다. 코끼리의 에너지 효율이 쥐의 에너지 효율보다 10배나 좋다고 할 수 있다. 어떤 동물의 몸집이 다른 동물의 두 배라면 우리는 고전적인 선형(linear) 사고방식에 따라 먹이의 양도 2배일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75%만 증가한다. 크기가 2배로 늘 때마다 25%의 에너지가 절약되고 수명도 25% 더 길어진다. 몸집이 큰 동물이 작은 동물보다 효율적이다. 동물의 체중과 대사율(단위 시간당 대사량)은 지수가 4분의 3(0.75)에 가까운 거듭제곱법칙에 따라 증감한다. 규모의 경제인 셈이다. 비선형적(nonlinear), 그 중에도 저선형적(sublinear) 양상을 보이는 것이다.

이 같은 ‘스케일링(scaling·규모 변화)의 법칙’은 동물과 식물 등 생태계뿐 아니라 도시, 기업들에도 적용된다는 것이 이 책의 주장이다. 예컨대 도시의 경우 인구가 2배로 늘면 필요한 도로, 전선, 수도, 가스관의 총 길이, 주유소 수와 같은 기반시설의 양은 세계 어디에서나 85%만 증가한다. 15%가 절약된다. 지수가 0.75가 아니라 0.85다. 반면 인구가 2배로 늘면 특허 수·국내총생산(GDP)·임금과 같은 긍정적 지표든, 독감 환자 수·범죄 건수·오염 같은 부정적 지표든 모두 2배보다 15% 더 늘어난다. 사회경제적 양들이 15%씩 수확체증하는 것으로, 이는 초선형적(superlinear) 양상을 보이는 것이다. 사람들이 도시로 모여드는 이유이자 도시를 떠나려 하는 이유가 된다.

‘생물·도시·기업의 성장과 죽음에 관한 보편 법칙’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의 저자는 원래 이론물리학자지만 노화와 죽음에 관심을 갖고 연구하다 복잡성 과학, 즉 창발적 시스템과 네트워크의 과학을 개척한 선구자가 됐다.

그는 우리의 몸, 도시, 기업을 포함해 살아 있는 체계들의 복잡하고 다양해 보이는 현상들을 관통하는 근본적인 단순성을 발견했는데, 그것이 생물의 크기 변화에서 발견되는 규모 증감의 법칙인 ‘스케일링의 법칙’이다. 저자는 오랜 자연선택으로 만들어진 이 법칙이 도시와 기업 같은 인간의 창조물에도 폭넓게 적용되는 ‘일반 법칙’이며, 따라서 인간이 만들어낸 것들도 이 물리법칙의 제약을 벗어날 수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저자가 강조하는, 또 하나 피할 수 없는 법칙 중 하나는 바로 열역학 제2법칙, 즉 모든 것은 궁극에는 무너져 내린다는 엔트로피의 법칙이다. 엔트로피에 맞서 싸우려면 성장, 혁신, 유지, 수선에 필요한 에너지를 계속 공급받아야 하는데, 그것은 나이를 먹을수록 점점 더 힘겨워진다. 생물이나 기업도 결국 굴복하고 만다. 이와 달리 이 법칙을 벗어난 것이 도시다. 즉 생물이나 기업이 저선형 스케일링을 따르는 반면, 도시는 초선형적 양상을 띤다. 예컨대 도시의 규모(인구수)가 클수록 그 도시의 특허 건수, 즉 창발성은 높아진다. ‘도시는 죽일 수 없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 책의 핵심 주제 중 하나도 지구에 가장 큰 숙제로 등장한 도시화의 문제다. 중국을 필두로 인도, 동남아, 아프리카에서 급속히 진행되는 도시화로 금세기 중반까지 지구에 1500만 명 규모의 미국 뉴욕시만 한 대도시가 두 달마다 하나씩 늘어난다. 산업혁명과 함께 시작된 이 훨씬 짧으면서 집약적인 시기를 저자는 ‘도시세’(都市世·Urbanocene)라는 이름으로 부를 것을 제안한다. 그 결과 지구 전역이 얼마나 큰 에너지 자원 문제에 시달릴지, 아찔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도시의 부와 혁신은 점점 더 빨라지는 속도로 주요 혁신을 이루고 새로운 상태로 옮겨가야 살아남는다. 이는 삶의 속도를 빠르게 할 뿐 아니라 무한정한 자원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지구의 자원은 한정돼 있다. 저자는 유한한 지구에서 무제한적인 경제성장을 추구하는 데서 비롯된 문제들의 해결책을 인류가 이뤄낼 ‘혁신’에서 찾을 수 있으리라는 낙관론에 동의하지 않는다. 이를 마냥 날뛰도록 방치한다면 필연적으로 붕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한다. “우리는 자연선택이 펼치는, 실패할 문명의 환상적인 실험에 갇혀 있는 것일까?”라고 저자는 묻고 있다. 664쪽, 3만 원.

엄주엽 선임기자 ejyeo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