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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뉴스와 시각 게재 일자 : 2018년 08월 01일(水)
무인도에서 읽을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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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미 문화부 부장

‘당신이 무인도에 간다면 무슨 책을 갖고 가겠습니까.’ 여름 휴가철에 자주 등장하는 질문이다. 질문의 유례는 1913년, 4월 작가 앙드레 지드가 문예 잡지 ‘누벨르뷔프랑세즈’에 쓴 글 ‘…한 프랑스 소설 열 권은?’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좋아하는 소설 10편을 꼽아달라고 청탁 받은 지드는 고등학교 시절 새 학기가 되면 무인도에 가져갈 책 목록을 작성했던 기억을 되살리며 스탕달의 ‘파르마의 수도원’ 등 10권을 뽑았다. 이 ‘무인도 놀이’는 2001년, 경매에 나온 보르헤스의 자필 원고 때문에 더 유명해졌다. 1930년대 초에 쓴 것으로 추정되는 원고에서 보르헤스는 무인도에 가져갈 책 세 권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가 고른 책은 버트런드 러셀의 ‘수리 철학 서설’ 같은 대수학서, 쇼펜하우어의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 같은 형이상학책, 플루타르크나 기번 혹은 타키투스 중에서 고른 역사책 한 권이었다.

최근엔 이 질문에 대한 유명작가들의 답을 묶은 ‘무인도의 이상적인 도서관’이라는 책까지 나왔다. 책 안에서 우리 시대 다독가 움베르토 에코는 무인도 책으로 ‘전화번호부’를 택했다. 많은 이름을 보며 무한한 이야기를 쓸 수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만약 이 여름, 번잡한 일상을 떠나 조용한 무인도에 콕 박힌다면, 어떤 책을 갖고 가겠는가. 개인의 선택에 도움을 주기 위해 이 여름, 여러 기관과 서점에서 휴가철 책 목록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그중에서 기대를 모으는 것이 바로 대통령의 여름 휴가 책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5일간의 휴가에 들어갔다. 장소도, 일정과 함께 읽을 책도 공개하지 않은 3무(無) 휴가지만, 많은 이들이 휴가를 마무리하며 여름 휴가지 책을 추천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여름엔 “책도 읽지 않고 무위의 시간을 보낸다는 것이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며 KBS 교양프로그램 ‘명견만리’팀이 쓴 동명의 책을 추천했었다. 물론 책은 베스트셀러가 됐다.

대통령의 책은 언제나 정국 구상이나 정치 철학, 정책 방향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것으로 책 추천 자체가 정치적 메시지이고, 정치적 행위이다. 하지만 정치적 의미를 떠나 우리 사회에선 책을 많이 읽고, 책을 좋아하는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책 추천은 귀하다 못해 희귀하다.

반면 올여름 우리 책 시장엔 이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여름 휴가지 추천도서가 팔리고 있다. 다독가 빌 게이츠가 5월에 서둘러 발표하는 여름철 휴가 추천 책은 한국에서도 공인된 목록이다. 하지만 영화만 봐도 미국 흥행작과 한국 흥행작이 다르듯, 우리에겐 우리에게 꼭 필요한 우리만의 목록이 있기 마련이다.

지난해 4월 대선을 앞두고 출판계에서는 대선후보 5명의 책 읽는 모습을 담은 포스터와 함께 ‘책 읽는 대통령을 보고 싶다’는 캠페인을 전개했다. 어디 대통령뿐이겠는가. 빠르게 변하는 이 시대, 우리 사회에서 좋은 영향력을 나눌 수 있는 많은 사람이 책을 읽고, 추천해, 때로는 즐거움을, 때로는 의미를, 때로는 선한 의지를 공유하길 바란다. 그래서 대통령이 휴가를 마치고 돌아올 때, 휴가지 책을 추천해 주길 기대한다. 정치적 상징이 아니라, 책 읽는 독자의 상징으로.

ch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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