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北석탄 유엔제재 위반’ 뒤처리 비상

외교부 “조사 결과 나오면
수출업체 등 필요한 조치”
유엔 안보리에도 보고해야

또 다른 경로 반입 의혹도

북한산 석탄이 러시아산으로 위장돼 국내 반입된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우리 정부는 유엔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 위반이란 사태의 뒤처리를 감당해야 할 상황에 이르렀다.

북한산 석탄 반입 후에도 계속 한국을 드나든 선박들에 대한 조치를 비롯해 문제의 석탄을 판매한 수출업체에 대한 조치, 유엔 안보리 보고 등 과제가 산적해 있다.

이번에 문제가 된 북한산 석탄 외에 또 다른 경로로 석탄이 국내에 반입됐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사태가 더욱 커질 수도 있다. 게다가 미 공화당 소속 코리 가드너 상원 외교위 동아태소위원장이 북한산 석탄을 사용한 한국 기관과 업체 등에 대한 ‘세컨더리 보이콧’ 가능성까지 들먹이면서 정부는 이래저래 난감한 상황이다.

2일 대북 제재 전문가 등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북한산 석탄을 국내로 들여온 리치 글로리 호 및 스카이 에인절 호 등의 선박들에 대한 조치가 시급한 상황이다. 이 선박들이 북한산 석탄을 들여올 당시의 유엔 대북 제재 2371호는 제재 위반 선박에 대한 억류 조항이 없었지만, 지난해 12월 채택된 2397호에는 ‘기만적 해상 관행’을 통한 ‘석탄의 불법 수출’ 등 제재 위반 행위에 관여했던 선박이 자국 항구에 입항했을 때 ‘나포, 검색, 억류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정부는 리치 글로리 호 등이 지난해 10월 이후 올해에도 계속 한국 항구 및 영해를 오가는 동안에도 조치를 하지 않았다.

또 러시아산으로 위장된 북한산 석탄을 한국으로 판매한 러시아 측 수출 업체에 대한 조치도 필요한 상황이다. 그러나 외교부 등은 아직 북한산 석탄 반입에 대한 수사가 끝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관련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북한산 석탄 반입에 대한 조사 결과가 나오고 우리 관세법에 따라 조치가 취해지면 그에 따라서 외교부의 필요한 조치도 검토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야당 관계자는 “그건 외교부의 생각일 뿐, 의지가 있다면 못할 이유가 없다”며 “수사 중에 판매 업체에 대해서도 확인을 같이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에서 대북 제재 위반 사례가 발생한 만큼 정부는 제재 결의 규정에 따라 유엔 안보리에 위반 사항을 보고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올 들어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사례별 대북 제재 예외를 유엔 측에 거의 매달 요청해 왔다. 따라서 대북 제재 예외를 요청해오던 한국이 제재 위반 사례를 보고하는 것은 그만큼 외교적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리치 글로리 호 등에서 반입된 북한산 석탄 외에 또 다른 경로로도 북한산 석탄이 국내에 반입됐을 가능성이 확대되고 있다. 윤한홍 자유한국당 의원에 따르면 한국전력공사의 발전 자회사인 한국남동발전이 지난해부터 러시아산으로 위장된 북한산 석탄을 수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관세청이 조사를 벌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관세청 측은 “조사 결과 남동발전이 북한산 석탄임을 인지했는지에 대해 혐의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관세청은 또 지난달 리치 글로리 호 등을 통해 반입된 석탄이 북한산이라고 최종 판단을 내렸다는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의 주장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라며 “조사가 마무리 단계”라고만 설명했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