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방· 먹방’ 시대… 소박하지만 건강한 먹거리 재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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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식재료 이영미 지음／민음사

1980년대 초반 저급한 하위문화로 취급되던 대중가요를 평론의 영역으로 끌어내며 문화 전반에서 활발하게 활동해온 대중문화 평론가 이영미 씨가 음식 얘기를 담은 세 번째 책을 내놓았다.

잠깐 그가 앞서 펴낸 음식 책을 뒤적여보자. 그의 첫 음식 책은 토속 음식에 대한 추억과 애정을 기록한 에세이였다. 이 책에서는 오래 묵히고 손맛이 배인 우리 고유의 음식에 대한 애정이 듬뿍 묻어났다. 두 번째 음식 책은 간단한 조리법만으로도 훌륭한 맛을 낼 수 있는 제철재료를 소개하는 내용이었다. 복잡한 조리법이나 값비싼 재료가 아니라 재료 자체의 담백하고 순수한 맛과 멋이 책에 담겼다.

그리고 세 번째로 출간한 이번 음식 책에 저자는 기초적인 식재료에 대한 이야기를 차곡차곡 눌러 담았다. 기초적인 식재료란 밥상에 오르는 아주 기본적인 품목, 이를테면 소금이나 쌀, 돼지고기, 간장부터 갖가지 채소와 과일, 콩, 시금치, 멸치, 같은 것들이다. 저자는 이런 품목 하나하나에 대한 기초적인 상식에서 시작해 전문지식, 생산과정 등을 두루 다루는데, 특히 눈길을 끄는 부분은 식재료를 생산하는 첫 생산자들을 취재해서 풀어놓는 세밀하고 꼼꼼한 이야기들이다.

식품을 다루고 있지만, 이 책이 ‘식재료 사전’의 지위 정도에만 머물지 않는 것은, 저자의 음식에 대한 생각이나 바른 먹거리에 대한 믿음이 곳곳에서 드러나기 때문이다. 이런 지점이 욕망을 자극하는 일부 음식 평론가나 맛 칼럼니스트의 저작과 분명하게 차별화되는 부분이다. TV만 틀면 온통 먹거리가 넘쳐나는 시대에 저자는 욕망을 부추기지도, 건강이나 효능을 말하지 않으며 그저 단순 소박한 식재료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줄곧 ‘좋은 식재료를 위해서는 생산자만큼이나 소비자와 유통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는데, 책 뒷부분에 대형 마트와 생협 이용법, 인터넷 쇼핑 바로 하기, 전통시장 이용법 등 실전적인 이야기를 담은 것도 이런 소신 때문이겠다.

심지어 취재를 통해 직접 확인한 믿을만한 생산자들이 공급하는 식재료를 독자들이 구입할 수 있도록 구매처 등에 대해서도 소개한다.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찾아낸 화학첨가물을 일절 넣지 않는다는 젓갈 제조업체의 백명란젓을 소개하기도 하고, 서해안 어촌마을의 장에서 품질 좋은 자연산 굴을 잘 골라서 사는 법을 정교하게 알려주기도 한다. 토종꿀을 골라내는 몇 가지 팁에 대해 귀띔해 주기도 하고, 3년 묵은 간장을 파는 집을 소개해주기도 한다.

일반 돼지고기의 삼겹살을 먹느니 유기농 돼지고기 앞다리 살을 선택하는 게 나을 것이라는 제안도 있다. 이 책의 결론을 정리하자면 ‘위대한 식재료는 위대한 소비자가 만든다’는 것이다. 375쪽, 1만6000원.

박경일 기자 park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