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연금 인상 · 아동수당 첫 지급… 소득양극화 속 ‘9월’만 기다린 靑

만6세 미만땐 아동수당 10만원
기초연금 20만 → 25만원 올려
청년일자리 추경3兆 본격 지출

경제계 “반짝 소득은 늘겠지만
최저임금 인상 탓 일자리 잃어
실제 저소득층 살림 필지 의문”

‘9월이 오면….’

4일 세종 관가(官街)에 따르면, 올해 1분기와 2분기 저(低)소득층 가계소득이 사상 최대 수준으로 감소하면서 곤궁한 상황에 놓인 청와대 경제 참모들이 9월이 오기만을 기다려왔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올해 2분기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소득 1분위(하위 20%) 소득은 7.6%, 2분위(〃 20∼40%) 소득은 2.1%, 3분위(〃 40∼60%) 소득은 0.1% 각각 감소했다. 정부가 일자리 안정자금 등으로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었음에도 올해 1∼2분기 저소득층 가계소득이 급감하면서 소득주도 성장을 추진해온 청와대 참모들은 곤란한 처지다. 그러나 청와대 참모들은 3분기에는 저소득층 가계소득이 늘어날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가 올해 3분기에 기대를 거는 가장 큰 이유는 정부가 저소득층에 지급하는 돈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올해 2분기 기준으로 우리나라 1분위 가계의 가구주 평균 연령은 만 62.5세다. 이는 1분위 가계의 가구주 연령이 만 65세 이상인 경우가 많다는 뜻이다. 또 1분위 계층의 경우 전체 소득(월평균 132만4900원)이 높지 않고, 이전소득(정부의 공적 보조금과 가족 간의 용돈 등 사적 보조금을 모두 더한 금액·월평균 59만4700원)이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4.9%에 달한다. 가구의 전체 소득이 높지 않기 때문에, 소득이 조금만 늘어도 소득 증가율이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정부는 올해 9월부터 만 65세 이상 노인에게 매월 지급하는 기초연금을 현행 20만 원에서 25만 원으로 올렸다. 이에 따라 1분위에 속한 상당수의 가계가 기초연금 5만 원 인상의 혜택을 볼 것으로 전망된다. 또 올해 9월부터 만 6세 미만 아동이 있으면 10만 원의 아동수당이 지급된다. 저소득층 가구 중에서도 아동이 있으면 10만 원의 아동수당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올해 상반기에 국회를 통과한 3조8000억 원 규모의 청년 일자리 추가경정예산도 하반기에는 본격적으로 지출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올해 3분기부터 저소득층 가계소득이 증가세로 돌아설 가능성은 반반”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등에 따른 저소득층 일자리 감소가 이어지면 복지정책의 효과가 나타나기 어렵기 때문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올해 3분기부터 기초연금 인상 등에 힘입어 저소득층의 소득을 늘리는 데 성공하더라도, 이런 식으로 소득을 늘리기 위해서는 앞으로 매년 기초연금, 아동수당 등을 인상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이다. 정부 통계에 정통한 인사는 “국민 세금으로 저소득층 소득을 늘리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고 말했다.

조해동 기자 haed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