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고 친숙하게… 문학古典의 재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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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들 ‘클래식은 지루하다’ 편견깨기

문학과지성사 ‘문지클래식’출간
이문구 연작소설 ‘관촌수필’ 등
현대 맞춤법 표기로 읽기 쉽게

민음사의 ‘퇴근길엔 카프카를’
만화 에세이로 대중성 높여

이소노미아의 ‘Why’‘굿윌’
자연스러운 구어로 번역 ‘친숙’

두껍고 어렵고 지루하게 느껴졌던 문학 고전이 최근 새로운 모습으로 진화하고 있다. 읽어야 하지만 좀처럼 읽히지 않는 클래식의 편견을 깨기 위해 몇몇 출판사가 꺼내 든 카드는 ‘젊음, 친숙함, 아름다움’이다.

문학과지성사는 3일 ‘문지클래식’의 1차분 첫 6권을 출간했다. 이문구의 ‘관촌수필’, 김원일의 ‘마당 깊은 집’, 이인성의 ‘낯선 시간 속으로’, 임철우의 ‘아버지의 땅’, 이승우의 ‘미궁에 대한 추측’, 최윤의 ‘저기 소리 없이 한 점 꽃잎이 지고’ 등이다. 모두 작품성뿐만 아니라 대중적으로 사랑받았던 현대문학 수작들이다. ‘문지클래식’은 문학과지성사에서 간행한 도서 중 오랫동안 많은 사람에게 널리 읽히고 모범이 될 만한 문학작품을 따로 묶은 것이다. 고전의 사전적 정의에 충실하면서도 동시에 현세대가 읽으면 그 깊이와 모던함에 신선한 충격을 받을 만한 현대문학 작품들을 모았다.

‘관촌수필’은 이문구가 1972년부터 6년간 쓴 연작소설집이다. 6·25전쟁 때 사상 문제로 아버지와 형 둘을 잃고 소년 가장이 돼 고향을 떠났던 작가는 자전적 이야기를 통해 우리 사회의 산업화, 도시화가 몰고 온 부정적 양상들에 비판을 가한다. ‘마당 깊은 집’은 65만 부 이상 판매된 김원일의 대표작이다. 특히 1990년 8부작 TV 드라마로 제작돼 세대를 막론하고 공감의 눈물을 자아냈다. 이번 개정판에서는 현대 맞춤법에 따라 기존의 표기인 ‘마당깊은 집’에서 ‘마당 깊은 집’으로 띄어 썼다.

문학과지성사 측은 “매 권 엄격한 정본 작업과 개정을 거쳐 젊은 독자들과 소통할 수 있도록 했다. ‘관촌수필’에는 어휘풀이집을 수록하는 등 표기법과 의미에서 현대성을 반영했다”며 “시리즈는 지속되며 2차분 3∼4권이 내년에 출간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문학과지성사가 내놓은 고전의 키워드가 ‘젊음’이라면 민음사는 ‘만화 같은 친숙함과 편안함’이다.

민음사는 지난달 말 만화 에세이 ‘퇴근길엔 카프카를’을 펴냈다. 웹툰작가 의외의사실이 2015∼2016년 민음사 블로그에 연재했던 ‘세계문학 읽기’ 웹툰에 2017년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가즈오 이시구로의 ‘나를 보내지 마’를 더한 것이다. 셰익스피어부터 카프카를 지나 무라카미 하루키까지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지만 아직 진가를 알지 못하는 세계 고전을 대중이 가장 친숙한 만화로 풀었다.

작가 의외의사실이 셰익스피어의 ‘오셀로’를 표현한 방법은 “모르는데 아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셰익스피어들”이라는 말에서 잘 드러난다. 그는 ‘오셀로’에서 말하는 공포를 몇 컷의 만화로 전달하고 ‘이 장면’과 ‘작가 이야기’ 코너를 통해 기초적인 궁금증을 해소해준다.

민음사 측은 “세계 명작 고전들에 선뜻 손이 가지 않았던 이유는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느낌 때문일 것”이라며 “이번 시도가 일상을 사는 현대인에게 가장 확실한 고전 독서법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신생 출판사인 이소노미아는 역발상의 인문고전 시리즈 2권을 4일 출간했다. 버지니아 울프의 작품집 ‘와이(Why)’와 독일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의 ‘굿윌(Good Will)’이다. 울프의 ‘와이’는 산문집이니까 그렇다 치더라도 칸트의 ‘굿윌’은 일반 독자들이 평소 접근하기 어려운 책임에 분명하다. 어렵고 지루하다는 선입견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다.

그러나 이소노미아는 여기에 ‘아름다움’을 집어넣어 좀 더 편안하고 친숙하게 만들었다. 2017년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대표작가 중 한 명인 이완 작가와 협업해 어려운 고전을 새로운 북디자인으로 단장했다. 또 수십 번의 번역 수정과 편집 과정을 거쳐 이해가 쉽도록 했다.

이소노미아 측은 “학술 번역에서 대중 번역을 분리한 후 철저하게 대중 번역의 원칙에 따라 현대를 살아가는 평범한 한국인의 자연스러운 구어에 맞게 번역했기에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며 “‘편집여담’에 기획 의도 등을 밝혀 철학책의 무게를 한결 가볍게 했다”고 밝혔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