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닷 북>위기의 한국사회 돌파구는 창조력… 문제를 직시, 원인을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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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에게 창조 습관을 묻다

“창조습관은 누구에게나 있다. 사용하는 정도에 차이가 있을 뿐이다.”

경영전문가이자 창조 멘토인 이홍 광운대 경영대 교수는 위기에 봉착한 한국사회의 유일한 돌파구로 창조력을 강조한다. 그리고 한국인의 정서와 행동 특성에 가장 알맞은 창조적 인물로 세종대왕을 지목한다. 왜 세종인가. 이 교수의 ‘세종에게 창조 습관을 묻다’(더숲)는 ‘C4, J0, K21, O19’라는 암호문 같은 문장으로 시작한다. 이는 1983년 일본의 이토 준타로 교수 등이 전 세계의 과학적 성과물을 시대별로 정리한 ‘과학사기술사사전’에 수록된 대목이다.

인류사에 중요한 과학적 기술들을 연대별로 정리한 것인데, 그중 15세기 초엽부터 중엽까지 국가별 과학적 성과를 정리한 것이 바로 ‘C4, J0, K21, O19’이다. C(China), 즉 중국이 세계적으로 눈여겨볼 과학적 성취가 4건, J(Japan) 일본 0건, K(Korea) 한국(조선) 21건, 그리고 유럽 중동 국가 등 기타 국가(Others) 19건이다. 이 시기는 바로 세종대왕이 재위했던 시기다. 즉 당시 조선은 과학 기술을 이끈 창의력 넘치는 최첨단 국가였다. ‘왜 세종인가’에 대한 설명이 더 이상 필요 없다.

저자는 ‘세종실록’을 연구 분석, 세종의 창조 습관을 추출해 5가지로 정리했다. 저자에 따르면 사람들은 두 가지 습관 속에서 살아간다. 하나는 일상습관으로, 삶에서 매일매일 반복을 통해 학습되는 생활패턴이다. 또 다른 하나는 메타습관으로, 일상적 생각 습관을 변화시키는 습관이다. 이 메타습관이 바로 창조습관이다. 이 교수는 창조습관은 누구에게나 있고 사용하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라고 밝힌다. 게다가 ‘일상습관에 익숙해지면 익숙해질수록 창조습관은 퇴화한다’고 한다. 다만 ‘그렇다고 창조습관이 아예 사라지는 것은 아님’을 강조한다. 노력하면 누구든지 창조습관을 되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가 분석한 세종의 개인적 창조습관은 △창조적 요동 △창조적 지향성 △창조적 에너지 △창조적 개방성 △창조적 흡수역량이다. 책은 세종의 창조습관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했는지를 구체적인 역사적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1428년 ‘김화’라는 사람이 아버지를 죽인 사건이 발생한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세종은 첫째, 왜라는 질문을 통해 문제의 핵심을 인식했다. ‘왜 김화가 아버지를 죽였을까?’ ‘그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둘째, 타인이 아닌 자신에게서 문제 원인을 찾았는데, 자신이 책무를 다하지 못했다고 인식했기 때문이다. 셋째, 문제에 적극적으로 접근했다. ‘다시는 백성이 이런 일을 저지르지 않게 하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넷째, 사람이 아닌 제도나 살아가는 방식에서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

부실한 교육제도에 원인이 있다고 인식해 ‘삼강행실’을 편찬해 백성들을 교육하고자 했다. 마지막으로, ‘삼강행실’이 있어도 백성들은 한문이라는 벽을 넘을 수 없다는 근원적인 문제 인식이었다. 결국 세종의 생각은 한글 창제로 이어진다. 세종은 늘 문제를 직시하고, 원인을 찾아 해결하고자 했고 그 속에서 창조는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다는 것이다. 244쪽, 1만5000원.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