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김상식 남자농구대표팀 감독이 지난 14일 대한민국농구협회 사무실에서 대표팀 운영 구상을 설명하고 있다. 신창섭 기자 bluesky@
- 김상식 男농구대표팀 감독
‘대행’ 때 亞 예선 2연승 지휘
슈터출신…유기적 조직력 선호
“현장찾아가 선수들 기량 점검
실력이 뛰어나면 누구든 기용
11월 레바논 경기가 승부처
우선 월드컵 본선진출 목표”
김상식(50) 한국 남자농구대표팀 감독은 ‘대행’ 전문에 비유된다. 2006년 KT&G(현 KGC인삼공사), 2007년 프로농구 오리온스(현 오리온), 2014년 삼성 감독대행을 지냈고 지난 9월 초 허재 감독이 사퇴하면서 국가대표팀 감독대행을 맡았다. 가라앉은 분위기를 추스르는 솜씨가 뛰어나기에 갑작스러운 사령탑 공석이 발생하면 어김없이 ‘소방수’로 기용됐다. 물론 감독대행보다는 감독이 더욱 마음에 든다. 안정적으로 팀을 관리하고 운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갈 길이 멀고, 넘어야 할 산은 많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이란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동메달에 머물렀고, 한국농구는 ‘우물 안 개구리’라는 혹평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감독대행으로 2019 국제농구연맹(FIBA) 월드컵 아시아 오세아니아 지역 예선 E조 요르단과의 원정 경기(9월 14일), 시리아와의 홈 경기(9월 17일)를 모두 승리로 이끈 김 감독은 이제 한국농구의 부흥이라는 숙제를 풀어야 한다.
지난 14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로의 대한민국농구협회에서 만난 김 감독은 “지난 2일 정식으로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됐다는 소식을 듣곤 설악산을 등반하며 마음을 가다듬었다”면서 “큰일을 앞둘 때마다 산을 찾는데, 설악산을 오르며 대표팀 구성과 운영 방식, 그리고 전술전략의 큰 틀을 구상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앞으로 협회와 경기력 향상위원회, 그리고 프로구단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면서 최상의 전력을 지닌 대표팀을 꾸릴 예정”이라며 “우선은 월드컵 본선 진출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월드컵은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이름을 바꿨다. 대표팀은 E조에서 6승 2패로 3위다. 뉴질랜드가 1위(7승 1패), 한국에 골득실에서 앞선 레바논(6승 2패)이 2위, 요르단(5승 3패)이 4위다. 3위까지 본선에 진출한다.
대표팀은 11월 29일 레바논, 12월 2일 요르단과 홈 경기를 치르고 내년 2월 22일 시리아, 2월 25일 레바논과 원정에서 만난다.
김 감독은 “본선 진출을 위해선 11월 레바논 경기가 승부처”라며 “레바논에는 장신 선수들이 많지만, 지금부터 착실하게 준비하면 승산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본선은 8월 31일 중국 상하이에서 개막된다. 김 감독은 허 전 감독의 잔여임기인 내년 2월까지 대표팀을 맡으며, 아시아지역 예선을 통과하면 본선까지 지휘봉을 잡을 것으로 내다보인다.
현역 시절 슈터였던 김 감독은 감독대행에 이어 KT&G, 오리온스 감독을 지냈다. 김 감독은 “프로구단 감독과 대표팀 감독은 확실히 다르다”며 “대표팀 감독직엔 국가를 대표한다는 사명감, 책임감이 따라붙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감독의 시간표에는 지방 ‘순회 일정’이 빼곡하게 자리 잡았다. 2018∼2019 SKT 5GX 프로농구 경기장을 찾아 현장에서 경기력을 살펴보기 위해서다. 김 감독은 “어깨가 무겁지만 대표팀 사령탑은 개인적으로 큰 영광”이라면서 “13일 개막한 프로농구 정규리그를 관찰하면서 대표팀 자원들의 몸 상태와 기량을 점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 감독은 ‘김상식호 대표팀’을 빠르게 움직이는 농구라고 규정했다. 김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대표팀은 요르단과 시리아전에서 기동력을 바탕으로 한 유기적인 조직력을 펼쳤다. 김 감독은 “공을 소유하지 않은 다른 4명이 빠르게, 많이 움직이면 득점 기회가 생기게 된다”며 “빅맨들이 가운데(페인트존)를 들락거리며 골밑을 비워놓는 모션오펜스를 통해 공간을 확보하겠다”고 설명했다.
‘공부하는 지도자’로 널리 알려진 김 감독은 요즘도 미국프로농구(NBA)와 FIBA 월드컵 예선 경쟁국의 경기 영상을 살펴보며 대표팀의 전략전술을 연구하고 있다. 김 감독은 “기동력을 앞세우는 건 세계적인 추세”라며 “빠르고 강한 대표팀을 구성해 한국농구의 자존심을 되찾겠다”고 강조했다.
김 감독은 경기 영상을 관찰하면서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틈틈이 메모해놓는다. 김 감독은 “미국 등 다른 나라의 장단점을 살피다보면 새로운 전략이 떠오른다”면서 “우리 체형에 가장 알맞는 전술전략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농구 명문인 미국 텍사스주의 서던메소디스트대에서 객원코치로 활동하던 조상현(42) 코치가 지난 10일 대표팀 코치로 부임했다. 김 감독은 “조 코치는 움직이는 농구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다”며 “함께 고민하고 연구해 대표팀이 최상의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다짐했다.
김동하 기자 kdhah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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