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특별재판부 立法 추진은 재판獨立 허물 위헌적 발상

남북 군사합의 비준 논란에 이어 특별재판부 입법(立法) 추진을 놓고도 위헌(違憲) 논란이 빚어지게 됐다. 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은 25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기의 이른바 ‘사법 행정권 남용과 재판 거래’ 의혹을 전담할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 위해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제정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지만, 이런 발상만으로도 삼권분립과 재판 독립(獨立)을 심각하게 해친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 따르면, 대한변호사협회·법관대표회의·시민사회가 3인씩 참여하는 후보추천위원회에서 특별법관 3인을 추천하면 대법원장이 임명해 영장 심사와 1·2심 재판을 맡기게 된다.

우선, 이른바 사법 농단과 재판 거래 의혹은 아직 불법성 여부가 가려지지 않았다. 사법 행정 과정에서 일부 부적절한 행위는 있었던 것으로 보이나, 어느 정도 중대한 혐의인지 양측 주장이 상반되고, 보는 시각에 따라 기관 간 협조나 설명으로 판단할 여지도 있다. 그런데도 특별재판부를 만들자는 것은, 중대한 범죄로 예단하는 것임은 물론 전직 대통령들까지 단죄한 사법부 전체에 대한 모욕도 된다. 둘째, 위헌 소지가 뚜렷하다. 헌법 제101조는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변협이나 시민단체의 개입은, 대법원장이 특별법관을 임명하는 형식을 갖춘다고 해서 위헌성이 해소되진 않는다. 셋째, 법원은 공정한 재판을 위해 재판부 배당을 무작위 방식으로 하고 있다. 특정 사건을 특정 재판부에 맡기는 것 자체가 이미 공정성을 침해하는 것이다. 현행 제도로도 법관이 특정 사건이나 친·인척 등 피고인과 특수 관계일 경우 제척(除斥)할 수 있다.

현 정권은 이미 김명수 대법원장 취임 이후 사법 권력을 사실상 장악하면서 ‘코드 사법’ 주장까지 나온다. 그런데도 뭐가 부족해 위헌 시비까지 감수하며 특별재판부를 만들려는 것인지 궁금하다. 기존 사법부를 물갈이해 정권 입맛에 맞춰 인위적으로 개조하려는 것은 아닌가. 일각에선 1948년 구성된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에 비유하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반민특위는 헌법 부칙에 명시돼 있었다. 역으로 이 사실이 특별재판부 특별법의 위헌성을 말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