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서민이 힘든 ‘서민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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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용 경제산업부 차장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2010년 출간한 ‘진보집권플랜’은 진보·좌파 진영의 고뇌를 잘 정리한 책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저서인 ‘운명’에서 칭찬했다. 이 책에는 ‘진보는 경제적으로 무능하다’는 편견을 깨야 한다는 주장이 몇 군데 나온다. 아직 국민의 눈높이에선 진보는 무능하고, 보수는 부패했다. 문 대통령이 과거 야당 대표가 되면서 ‘유능한 경제정당’을 표방하고, 지금도 ‘유능한 정부’ ‘유능한 인재’ ‘유능한 장관’ 등 ‘유능’이라는 말을 자주 언급하는 것도 이런 고민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현재의 흐름을 이어간다면 문 대통령 역시 ‘진보 무능론’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 같다. 결국 국민은 조 수석이 책에 쓴 대로 남북 화해와 권위주의 탈피를 위해 노력한 이 정부를 “그것이 밥 먹여주냐”고 힐난할 가능성이 있다.

아마도 선입견 하나를 추가할지 모른다. ‘서민을 위한 정부에선 늘 서민의 삶만 힘들어진다’는 점이다. 노무현 정부에 이어 문재인 정부에서도 서울 강남의 부동산 가격이 치솟았다. 문재인 정부 1년 5개월간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이 26.8% 올랐는데, 노무현 정부의 17.9%를 뛰어넘었다. 보수 정권인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에선 -1.2%, -1%였다. 대규모 예산을 투입하고 공무원을 많이 채용해도 서민의 소득은 감소하고 취약층 일자리가 대거 사라졌다. 앞뒤를 재지 않는 막무가내식 최저임금 급등 정책과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은 고용 악화는 물론, 체감 물가 상승과 내수 침체로 이어져 서민들에게 부메랑이 돼 돌아오고 있다. 교육부 자료를 봤더니 젊은이들에게 ‘헬(hell) 조선’이라던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에선 사립대 등록금이 연평균 1.42%, 0.04% 올랐다. 노무현 정부에선 6.16% 뛰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청년실업률이 사상 최고를 뚫고 있다. 비싼 등록금을 내고 대학의 문을 나서도 갈 곳이 없다. 청년층도 더 힘들어졌다.

최근 최저임금 급등 후폭풍을 보면서 2007년 ‘기간제 및 단기간근로자 보호법’ 논란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있다. 당시 노무현 정부가 요즘 최저임금 정책과 마찬가지로 언론과 기업의 문제 제기를 무시하고 야심 차게 추진했던 사안이다. 쉽게 말해 기업이 비정규직 직원을 2년간 채용하면 무조건 정규직으로 전환하라는 것인데 이 법안이 시행되자 대다수 기업이 예상대로 딱 2년만 쓰다가 해고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답답한 마음에 정통 경제학자들과 고위 경제 관료 출신 인사들에게 서민과 약자를 위한 정책이 거꾸로 이들을 위협하는 이유를 물어봤다. 공통적인 답변이 있었다. 첫째, 운동권 출신 ‘어공’(어쩌다 공무원)들이 기업의 현실, 수요와 공급의 원칙, 글로벌 현주소 등을 너무 모른다. 둘째, 이들이 계급 투쟁의 시각으로 이념적 정책을 만든다. 셋째, 말은 사회의 약자를 위한다면서도 정작 고소득 정규직 노조의 뜻대로 움직인다. 문 대통령은 최근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결국 기업”이라고 말했다. 만시지탄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민간·시장이 일자리를 만든다는 것은 고정관념”이라고 했었다. 그래도 대통령이 정답을 말하기 시작한 것은 다행이다. 곧 집권 3년 차다. 이제 문 대통령이 유능함을 보여줘야 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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