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수단 전락 자문기구… ‘코드맞추기’ 급급 독립기구

유명무실 내부 견제기능

청와대를 견제할 정부 내부 기구도 유명무실한 상황이다.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는 본 기능을 상실하거나 정부 정책을 강화하는 수단으로만 쓰이고 있고, 감사원 등 감찰기관도 정부 감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12일 정부 등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들어 헌법에 명시된 자문기구인 국민경제자문회의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의 전체회의를 단 한 차례도 열지 않았다. 대통령 직속인 두 자문회의는 중요 경제·평화통일 정책의 수립을 위해 대통령의 자문에 응하게 돼 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각각 지난해 12월과 10월 상견례를 겸한 첫 회의를 했을 뿐이다.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의장은 대통령)과 김덕룡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의장은 대통령)은 정부 행사에 간간이 얼굴을 비칠 뿐 공식 발언권이 많지 않아 왔다.

문재인 정부 들어 설립된 정책기획위원회, 일자리위원회, 4차산업혁명위원회 등 대통령 직속 기구는 소득 주도 성장 등 경제 기조를 더욱 견고히 하는 역할만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경제성장률·고용·투자·주가 등 각종 경제 지표가 악화하는 상황에서 이들 위원회에서는 마땅한 대책은커녕 정책 변화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조차 나오지 않고 있다. 오히려 지난 9월 정책기획위 산하에는 홍장표 전 청와대 경제수석을 위원장으로 한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가 생겨났다.

감사원과 권익위원회 등 청와대와 정부를 감시해야 할 독립 기구들의 역할도 부족했다는 평가다. 지난 10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감사원 국정감사에서는 감사원이 사립유치원 비리와 정부 공공기관의 고용세습에 대해 선제 대응을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유민환 기자 yoogiz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