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쟁의 땅, 중동을 가다>실업률 20%인데 시리아난민만 130만… 몸살앓는 ‘중동의 스위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11월 13일 자타리 캠프 내 교육센터에서 난민학생들이 수업을 받고 있다.

(下) 요르단 주민·난민 ‘일자리 갈등’ 격화

그동안 중동난민 수용 대가로
사우디 등 富國 재정지원받아

IMF 구제금융 신청‘재정파탄’
경제위기 겪으며‘反난민’확산

난민들 낮은 임금 받고도 일해
저소득층 취업 시장 경쟁 심화
주민들“일자리 뺏겨”불만 고조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시리아 난민들이 지난 11월 13일 요르단 자타리 난민 캠프 내 일자리 센터 앞에서 취업 상담을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중동의 보석으로 불리는 요르단은 시리아 난민들이 넘쳐난다. 1948년 이스라엘에서 쫓겨난 팔레스타인 난민들을 거둔 것을 시작으로 요르단은 중동에서 내전이 발발할 때마다 난민들을 받아들였다. 그래서 중동의 스위스라는 별칭도 붙었다. 난민 수용의 대가로 요르단은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석유 부국의 지원을 받아 재정을 꾸렸다. 하지만 최근 경제 위기로 실업률이 20%에 육박하며 과거와 같은 인심은 줄어들고 있다. 난민들이 현지인들의 임금 절반 수준으로 일자리 시장에 들어오면서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해 “난민을 수용해 지원받은 돈은 왕가에게만 돌아간다”는 불만이 나올 정도다.

지난 2011년 발발한 시리아 내전 이후 요르단으로 들어온 시리아 난민은 최대 130만 명으로 추정된다. 내전으로 인해 올해 기준으로 490만 명의 국외 난민이 발생했으며 요르단을 비롯해 예멘과 터키, 유럽 등으로 퍼져나갔다. 일자리를 찾는 난민들과 최저생활을 유지하려는 현지 주민 간의 갈등이 요르단 곳곳에 피어나고 있다. 시리아 8년 내전은 시리아인의 삶을 파괴하는 것은 물론, 난민 수용국 요르단도 한계상태로 내몰고 있었다.

◇살기 위해 일자리를 찾는 난민들 = 요르단 수도 암만에서 북동쪽으로 70여㎞ 떨어진 곳에 위치한 자타리 난민 캠프. 면적은 여의도(2.9㎢)의 약 두 배인 5.3㎢로 8만 명 정도를 수용하고 있다. 11월 13일 방문한 자타리 캠프 내에서 가장 붐비는 곳은 일자리 센터였다. 유엔난민기구(UNHCR)와 세계노동기구(ILO)의 일자리 센터 지원 역할을 하는 사무실은 조그만 컨테이너 건물 1개 동이 전부였다. 일자리를 얻으려면 요르단 정부의 허가가 필요하다. 상담원을 마주한 난민들의 얼굴에는 초조함이 엿보였다. 시리아에서 교사로 일했다는 한 40대 남성은 “우리들은 이곳에선 허용된 일자리 외에는 얻을 수 없지만 아이들을 생각하면 가릴 형편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요르단 정부는 2016년부터 자타리 캠프의 시리아 난민들에게 취업 자격을 부여했다. 하지만 현지에서 취업에 성공한 난민들은 최근 2년간 집계 기준으로 보면 약 1만1430명에 그친다. 전체 난민 숫자로 보면 아직 부족한 규모다. 취업이 여의치 않자 UNHCR는 자타리 캠프 내에서 자체적으로 5000개의 일자리를 만들기도 했다. 난민들은 한 달에 보통 최저임금 수준인 220디나르(약 35만 원) 정도를 받는다. 고국으로 돌아갈 날을 꿈꾸는 난민들에게는 소중한 돈이다. 현지에서는 난민들의 취업에 대한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상당수 요르단 사람들은 난민들이 일자리를 뺏어간다고 여기고 있다. UNHCR 관계자는 “난민들은 요르단 현지인들이 꺼리는 농업과 건설업, 수공업, 요식업 등 4개 업종에만 종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난민과 난민 수용국 모두 한계 상태 = UNHCR 등 국제기구는 요르단 내 시리아 난민 수를 약 75만 명 수준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 같은 규모는 여기저기에 있는 난민 캠프 거주민과 요르단의 다른 도시에서 지원금을 제공받는 난민들을 합친 숫자다. 하지만 요르단 정부는 유입된 난민을 130만 명으로 보고 있다. 국제기구 통계에 잡히지 않는 55만 명 정도가 떠돌고 있다는 얘기다. 최근에는 난민들과 요르단 국민 사이에 갈등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요르단 수도 암만의 최대 시장인 ‘발라드’에서 만난 트럭 운전기사 마헤르는 “난민들이 얻을 수 있는 일자리가 제한돼 있지만 난민들 대부분은 고국에서 했던 일을 하려고 한다”며 “운전업을 하는 요르단 국민의 급여가 500디나르라면 난민들은 300디나르만 받고도 일하려 한다”고 말했다. 결국 난민 유입으로 생계를 위협받는 요르단 주민들이 늘고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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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구나 요르단은 지난해 국제통화기금(IMF)에 7억2300만 달러 상당의 구제금융을 신청할 정도로 재정이 파탄 상태다. 각종 사회보장제도 지원금을 줄이고 소비세를 올리고 있다. 주민들의 생활고가 심해지면서 지난 6월 청년들을 중심으로 시위가 격해져 당시 총리였던 하니 물키가 사임하기도 했다. 요르단에서 만난 한국인 교민은 “난민들이 일용직 일자리를 넘어 컴퓨터·엔지니어 등 전문 직종에까지 진출했다”며 “아직까지는 난민 혐오 발언이 본격적으로 나오고 있지는 않지만 정치권에서는 반난민 움직임도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끝>

암만·자타리 캠프 = 글·사진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