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hat >佛서 발화된 시위, 중동까지 번져… 소득불평등 높은 美·英 확산 조짐

프랑스 전역을 들끓게 한 ‘노란 조끼(Gilets jaunes)’ 시위가 4주째 이어지면서 국경 넘어 인근 서유럽 국가는 물론 동유럽, 중동까지 번지면서 범국가적 시위로 확산 조짐을 보이고 있다. 유류세 인상에서 발화된 시위는 반정부, 반불평등 시위로 진화해 향후 소득불평등 수준이 높은 국가로 추가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8일 AFP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 11월 17일 프랑스에서 시작된 노란 조끼 시위는 2주 만에 국경을 넘어 인접국 벨기에에 상륙했다. 지난 1일 벨기에 브뤼셀에서는 노란 조끼를 입은 시민 500여 명이 유류세 등 각종 세금 인상을 비판하는 시위를 벌였다. 도로를 막고 차량통행을 저지하던 시위는 이후 투석전에 이어 경찰차를 뒤집고 불을 지르는 폭력시위로 발전했다. 8일에는 시위대 규모가 1000여 명으로 늘었고 세금 인하, 복지 확대 등과 함께 정권 퇴진 구호가 쏟아졌다. 벨기에 노란 조끼 시위는 유엔난민협정 채택 문제를 둘러싼 갈등으로 연정이 붕괴된 정치 불안정 상황과 맞물려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같은 날 네덜란드에서도 암스테르담, 로테르담, 헤이그 등지에서 60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처음 노란 조끼 시위가 열렸다. 벨기에와 달리 도심을 행진하며 꽃을 나눠주는 평화시위로 진행됐지만 높은 세금, 사회안전망 붕괴 등 정부에 대한 비난 목소리는 같았다.

동유럽 불가리아에서는 프랑스와 마찬가지로 유류세 인상에 반대하는 시위가 10월 말부터 시작됐다. 프랑스의 첫 시위 다음 날인 11월 18일 수도 소피아에서는 시위대 수천 명이 모여 정권 퇴진을 요구했다. 불가리아는 내년 1월부터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노후차량에 대한 세금을 인상하는데 저소득층이 타격을 가장 많이 입게 된다. 불가리아 반정부 시위는 프랑스와 달리 노란 조끼 대신 파란 옷을 입는다. 4일 세르비아에서는 야당 의원이 노란 조끼를 입고 의회에 나타나 “기름값을 낮추지 않으면 노란 조끼 시위가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라크 바스라에서도 이날 노란 조끼를 입은 시위자들이 정부 부패를 비판하고 공공서비스와 일자리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노란 조끼 시위가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을 굴복시키면서 당초 유류세 인상에 반대하는 운전자를 상징했던 형광 노란 조끼는 다른 목적의 시위에까지 널리 확산하고 있다. 3일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부퍼탈에서는 글로벌 제약·화학기업 바이엘 직원들이 1만2000개 일자리를 감원하는 회사 방침에 반대해 노란 조끼를 입고 시위를 벌였다.

영국에서는 테리사 메이 내각의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협상안에 반대하는 브렉시트 찬성 시위대가 노란 조끼를 입고 거리로 나서기도 했다. 이와 함께 일각에서는 노란 조끼 시위가 향후 유럽보다 소득불평등 수준이 높은 미국, 영국 등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김남석 기자 namdo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