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원희룡 제주지사가 지난해 12월 28일 도청 집무실에서 제주 제2공항 건설 등 현안 사업을 차질없이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히고 있다. 제주도청 제공
- ③ 원희룡 제주지사
영리병원 ‘불허’ 권고 있었지만
소송·재정부담 탓 ‘차선’ 선택
제2공항 입지 검증용역 마무리
이달 내 기본 계획 용역 착수
중앙정치 기웃거린단 시선 고려
서울 출장 가급적 피하고 있어
김정은 한라산 등반 꼭 왔으면
백두산과 생태 공동보존도 제안
원희룡 제주지사는 기해년 새해 ‘선택과 집중’을 통해 도정 현안과 지역 문제를 해결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원 지사는 지난해 12월 28일 문화일보 신년 인터뷰에서 “제주 제2공항 건설은 더 과감하고 강력하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 공론화위원회의 ‘불허’ 권고와 진보단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전용 영리병원 운영을 허가한 원 지사는 “지역 일자리 창출과 제주 발전을 위해서라면 ‘독배’라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제주도는 최근 10여 년 동안 급속한 외지인 유입과 지역 개발에 따라 적잖은 갈등과 내홍을 겪고 있다. 원 지사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과감하고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 난관을 헤쳐 나가겠다”며 “제주 사람으로서 ‘제주다움’을 회복하는 데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최근 들어 ‘서민적 보수’라는 말을 자주 쓰고 있다. ‘따뜻하고 능력 있는’ 보수 재건 운동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서민을 껴안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한때 젊은 보수의 아이콘인 ‘남·원·정’(남경필 전 경기지사, 원 제주지사, 정병국 국회의원)의 핵심으로 통했던 원 지사는 중앙 정치 문제에 대해서는 “도민만 보고 가겠다”고 말을 아꼈다. 하지만 소득주도성장 등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을 향해서는 “‘명의는 환자를 치료하는 거지 죽은 사람 살려내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숙의형 공론화 조사위원회에서 ‘불허’ 권고까지 했던 녹지 국제병원을 인가한 이유가 있습니까.
“숙의형 공론화 조사위의 ‘불허’ 권고가 있었지만 인가 발표 2주 전까지만 해도 절충안이나 병원 인가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을 최대한 모색했습니다. 그러나 찾지 못했습니다. 정부(보건복지부)나 청와대는 (책임질 일에 대해) 묵묵부답이고, 제주도 입장에서 불허 처분을 내렸을 때 감당해야 할 소송과 엄청난 재정적 부담, 대외 신인도 등 또 다른 피해를 외면할 수 없었습니다. 누군가 욕을 먹고 비판을 받고, 지금 괴롭더라도 제주도를 위한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최선’은 아니지만 ‘차선’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제주 제2공항 건설 문제는 국책사업으로 예정 부지가 지난 2015년 11월 결정됐지만 지역 주민 반대에 부딪혀 지지부진합니다. 당초 목표인 오는 2023년 완공이 가능한가요.
“국책사업인 ‘제주 제2공항 건설’ 문제는 제주도 입장에서 절대 버릴 수 없는 사업입니다. 이미 국토교통부와 협의 과정을 거쳐 제2공항 입지 타당성 검증용역이 마무리 단계이며 이달 안에 국토부가 기본 계획 수립 용역에도 착수할 예정입니다. 정공법을 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어차피 피할 수 없다면 더 과감해질 겁니다. 사실 지난해 선거에서 제2공항 예정지역 주민들의 80% 지지를 받았습니다. 일부 적극적 반대자들을 제외하면 공항문제는 어렵지 않게 넘어 설 수 있습니다. 2023년 완공을 목표로 최대한 빠르게 차질없이 사업을 추진하겠습니다.”
―제주는 최근 10여 년 동안 사회적 갈등이 많았습니다. 앞에 놓인 갈등도 적지 않습니다.
“영리병원이나 제2공항 문제처럼 모든 정책을 강력한 리더십으로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시민복지타운 행복주택이나 제주공항 주변 광역 복합 환승센터 개발 계획 등의 사업은 소모적 갈등 요인을 없애기 위해 보류했습니다. 해야 할 일이 많은데, 제주의 정치적 동력을 소모하면서 허비하고 싶지 않습니다.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합니다. 사실 해군기지가 들어선 강정마을도 처음부터 반대했던 일부 인사들만 빼면 현재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마을 대표들과의 협조 관계가 잘 이뤄지고 있습니다. 제주에서 오지 중 한 곳이었던 강정마을이 몰라보게 변하고 좋아질 겁니다. 대중교통 문제처럼 당장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들은 과감하게 추진해 나갈 것입니다. 시간 싸움으로 빠지는 소모적 논쟁 대상 사업은 최대한 보류하는 쪽으로 선회했습니다.”
―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됐습니다. 하지만 내년 총선을 앞두고 보수 통합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제주지사로서 도민만 보고 가겠습니다. 제주 도민들 삶 속에도 대한민국 국민의 삶이 녹아 있는데 여기에 충실하다 보면 대한민국 자체를 고민하는 것과 같을 것이라 봅니다. 사실 서울 출장도 가급적 피하고 있습니다. 서울만 곁눈질한다는 소리도 듣기 싫고 중앙 정치권에 기웃거린다는 삐뚤어진 시선도 고려해서 꼭 필요한 것 아니면 자제하고 있습니다. 특히 요즘 정당 관계자를 만나서 좋을 게 뭐가 있습니까. 보수 대연합이나 빅 텐트 같은 말이 나오고 있지만 (보수의) 진정한 반성과 재편 없이 사상누각입니다. 집을 지을 수 없는 거죠. 보수의 가치는 안보와 경제는 튼튼하게, 서민 복지는 넉넉하게 하는 것이 정도라고 봅니다. 등장 인물들이 바뀌지 않은 채 통합을 한다면 누가 인정하겠습니까. 또다시 외면당할 거고 외면당하는 정치세력은 희망이 없습니다. 무소속인 요즘도 중앙 정치권과 거리가 있어서 편안한 게 아니라 대다수 국민이 느끼는 보수에 대한 답답함을 제가 제대로 느끼고 있습니다.”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등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경제 정책이 성공할 것이라고 보십니까.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근무제, 복지국가 등 그 자체는 언젠가는 우리가 가야 할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너무 준비 없이 진행했다고 봅니다. 중소기업이나 자영업 중 한계선상에 있던 업체들은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수입은 낮아지는데 비용부담만 올려 버리면 한계선상에 있는 곳은 다 접으라는 말밖에 안 됩니다. 뒤늦게 카드 수수료나 물류 비용 보전 등 보완책들을 쏟아 내고 있지만 ‘명의는 환자를 치료하는 거지 죽은 사람 살려내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다 무너진 뒤 속도 조절은 의미가 없습니다.”
―지난해 남북 정상회담이 성사된 이후 제주도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따로 남북 교류 계획을 세워 두고 계십니까.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에 맞춰 문재인 대통령께서 백두산을 함께 등반했던 것처럼 한라산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씀하신 게 있었기 때문에 한라산에 반드시 오셨으면 좋겠습니다. 제주를 전 세계에 알리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어차피 제주 감귤도 보냈지만 남북이 함께 교차관광이나 한라산과 백두산의 생태 공동 보존 등 함께할 수 있는 프로젝트들이 이미 제안돼 있습니다. 김 위원장 서울 답방 때 한라산 동반 등산이 있게 되면 아마 그게 더 큰 교류의 계기를 만들어 줄 것이라 생각하고 내부적으로도 준비를 많이 해놓고 있습니다.”
―제주도 주민등록 인구가 올해 70만 명을 넘어 설 것으로 전망됩니다. 급격한 인구 증가에 따른 행정 수요 대비책은 있습니까.
“인구 증가를 예상하고 각종 행정 수요 공급을 늘려 왔는데 제주로 유입되는 인구가 너무 빠르게 늘어난 게 문제입니다. 향후 20여 년에 걸쳐서 매년 1만 명 수준으로 인구 증가 추세를 조절해 나갈 생각인데 현재 대중교통, 쓰레기, 복지 문제 등 부족한 가운데서도 행정력을 동원, 철저하게 제주의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며 대응하고 있습니다.”
제주 = 박팔령 기자 park80@munhwa.com
△16·17·18대 국회의원(서울 양천 갑) △한일의원연맹 부회장 △저탄소녹색성장국민포럼 대표 △한나라당 쇄신특별위원회 위원장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위원장 △한나라당 사무총장 △한나라당 최고위원 △제17대 대통령선거 한나라당 경선 후보 △제37·38대 제주특별자치도 도지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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