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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푸드 플러스 게재 일자 : 2019년 01월 09일(水)
김, 단백질 가득 ‘바다의 콩’… 바삭바삭 ‘예쁜 밥도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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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 한 장에는 입맛이 없을 때 맛있게 한 끼를 즐기게 만드는 비밀이 담겨 있다. 다른 반찬이 없어도 밥 한 공기 뚝딱 해치울 수 있게 하는 마법을 부린다. 신창섭 기자 bluesky@

추운 겨울바다에서 양식
일반김·돌김으로 나눠져
11월부터 4월까지 수확철
비타민 풍부 ‘녹황색 채소’

진한색·광택 있는게 上品
오래된 것은 붉은색 띠어
습기 없는 곳에 보관하고
냉장·냉동하면 향미 유지


김은 바다에서 자라 많은 과정을 거친 다음 식탁에 오른다. 여름내 생산한 종묘는 가을부터 양식장 그물망에 단단하게 붙어 차가운 바다에서 나뭇잎 모양으로 몸을 키운다. 현미경으로 보이는 작은 실 가닥 모양의 사상체가 우리 눈에 보일 정도로 커진 엽상체로 자라난다. 어느 정도 자라면 20일 정도 간격으로 떼어낸다. 주로 11월부터 4월까지 수확한다.

마른김 가공공장에서는 이렇게 따낸 물김을 잘 씻어 잘게 잘라 풀어헤치고 종이처럼 얇게 펼쳐 말린다. 조미김 공장에서는 마른김을 받아 조미하고 다시 구워 바삭한 맛을 낸다. 수십 년 동안 같은 일을 해온 전문업체가 많다. 생산과정은 물론이고 좋은 물김 원초를 고르는 과정부터 마지막 맛내기 과정까지 여러 분야 전문가들이 역할을 분업화해 맛있는 김이 탄생한다. 한 회사에서 수십 년간 맛내기만 담당한 김 간잽이도 있을 정도다.

대부분 과정이 기계화됐다 해도 날씨에 따라 또 김 상태에 따라 소금과 기름을 가감하는 노하우는 명품김 생산에 큰 몫을 해낸다. 쉽게 먹을 수 있는 한 장의 김에도 보이지 않는 많은 사람의 수고와 정성이 녹아 있다.

봄에 싹이 트는 육지식물과 반대로 김은 날씨가 추워지는 겨울이 돼야 자란다. 더운 여름에는 자라지 않는다. 김은 미역이나 다시마보다 더 깊은 바다에서 광합성을 잘할 수 있게 적응했다. 수심이 깊어질수록 광선이 적게 도달해 광합성 효율이 떨어지는데 이런 불리한 환경을 이겨내기 위해 더 효과적으로 빛을 모으는 방법을 고안했다. 전파를 잡아내는 안테나처럼 다양한 스펙트럼의 빛을 잘 모으기 위한 안테나 역할을 색소단백질이 한다. 색소단백질이 모은 빛 에너지는 곧바로 엽록소로 전달돼 광합성에 쓰이는데 이렇게 효율을 높여 바다에서 잘 살아나간다.

김은 대부분 한국, 일본, 중국에서 생산한다. 세 나라가 김을 이용하는 방식은 서로 비슷할 것 같지만 차이가 많다. 중국은 둥글고 두껍게 말려 탕이나 국에 넣는 수프용으로 먹는 반면에 우리와 일본은 얇게 펴서 말린 마른김 형태로 소비한다. 일본 김은 우리와 차이가 있는데 잔구멍이 없도록 만들어 좀 두툼한 편이다. 크기도 우리나라 재래식 김보다 작다.

따뜻한 밥을 싸먹을 때는 역시 얇고 바삭한 우리나라 김이 최고다. 고소한 맛으로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누구에게나 사랑받는다. 김 굽는 향기는 식욕을 자극한다. 김 한 장에는 입맛이 없을 때 맛있게 한 끼를 즐기게 만드는 비밀이 담겨 있다. 다른 반찬이 없어도 밥 한 공기 뚝딱 해치울 수 있게 하는 마법을 부린다. 미워할 수 없는 예쁜 밥도둑이다.

김은 건강에도 좋다. 단백질 함량이 높아 바다에서 나는 콩이라고 한다. 비타민과 무기질이 다양하게 들어 있어 바다에 심어놓은 녹황색 채소라 해도 좋다. 특히 심혈관 질환 예방에 도움을 주는 엽산이 많은 식품 가운데 하나다. 김에 풍부한 식이섬유는 콜레스테롤 수준을 정상화하는 데 도움을 주고 포만감을 주기 때문에 비만 위험을 낮출 수 있다. 또, 구성 지방산이 대부분 불포화지방산인 에이코사펜타에노산(EPA)으로 돼 있다.


김 종류가 많아 어떤 김을 사야 할지 고민될 때가 있다. 먼저 용도에 따라 고른다. 김밥용 김은 잘 터지면 안 되기 때문에 두껍게 만들어져 질기다. 식탁 위에 오르는 조미김은 주문하자마자 즉석에서 구워주는 시장 아주머니 표부터 대기업 제품까지 다양하다.

마른김에는 재래김, 돌김, 곱창돌김, 파래김 등 다양한 이름이 붙어 있는데 원료 김 종류가 서로 다르다. 첫 수확 시기를 말하는 초사리김도 있다. 처음 수확한 것은 고급으로 여겨지고 비싼 값에 팔린다. 양식 방식을 나타내어 지주식 김이라는 표시를 강조한 것도 있다. 먼저 양식김은 일반김과 돌김으로 나뉜다.

돌김은 잇바디돌김이나 모무늬돌김 품종을 기른다. 잇바디돌김은 다른 김보다 일찍 수확하는 조생종이다. 12월 이전에 수확이 끝나는데 곱창돌김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두꺼워 씹는 맛이 좋다. 일반김은 참김이나 방사무늬김을 기른 것을 말한다. 참김 품종은 부드럽고 독특한 맛이 있지만 질병에 약하기 때문에 잎이 넓고 잘 자라는 방사무늬김 품종을 양식 품종으로 가장 많이 사용한다. 돌김과 일반김, 파래와 일반김을 섞어 독특한 풍미와 식감을 가진 김을 만들기도 한다.

김 양식법은 크게 지주식과 부유식으로 구분한다. 지주식 양식은 얕은 바다에서 하는데 김이 붙은 그물망을 지주대로 고정해 놓아 밀물과 썰물 차이로 김이 바다 위로 노출됐다 잠겼다 하면서 건강하게 자라도록 하는 방법이다. 부유식은 지주식 양식장보다 멀고 깊은 바다 위에 그물망을 놓아 잠겨 있게 하거나 공중에 띄워놓기도 하면서 키운다. 그물망에 스티로폼을 매달아 뒤집어 줘 지주식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게 하는 창의적 방법이다.

집에서 김을 구워 먹으려면 마른김을 잘 골라야 한다. 검은색이 진하고 광택이 있는 김을 고르는 것이 좋다. 김이 검은색으로 보이는 이유는 검정 색소가 있기 때문이 아니라 녹색의 엽록소와 보조 역할을 하는 색소 단백질 등이 함께 모여 검은색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햇빛을 받아야 살 수 있는 김에게는 필수 성분이다. 그래서 세포를 잘 발달시킨 품질 좋은 김은 색깔도 좋아진다. 이런 김은 구우면 색깔이 녹색으로 아름답게 변한다. 가열에 의해 안테나 역할을 하던 색소 단백질이 변성되면 붉은 계통의 색이 사라지고 엽록소가 나타내는 아름다운 녹색이 선명하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오래되었거나 습기를 많이 먹은 김은 불그스름한 색이 많아진다. 가을이 돼 나뭇잎이 노화되면 엽록소가 분해돼 녹색이 점점 사라지고, 이때 남아 있던 붉은 색소가 잘 보이게 되는 것과 같다. 효소작용으로 녹색 엽록소가 분해돼 붉은색이 나타나게 된다. 이런 김은 색소뿐만 아니라 맛에 관여하는 성분도 변해 품질이 나빠진다.

그래서 김을 보관할 때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습기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조미김에는 ‘먹지 마세요’라는 문구가 적힌 작은 봉지가 들어 있다. 방부제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있는데 습기를 방지해 품질을 유지하기 위한 흡습제다. 봉지에 뚫려 있는 작은 구멍을 통해 실리카겔이 습기를 빨아들인다. 습기를 막을 수 있는 지퍼백에 밀봉해 햇빛을 받지 않도록 보관한다. 냉장이나 냉동을 하면 품질에 영향을 미치는 효소작용을 억제하고 향미를 유지할 수 있다. 냉동했던 것을 꺼내어 쓸 때는 밀폐상태 그대로 밖에 둬 상온에 도달하게 한 다음 꺼내어 사용한다.

김은 구입해 다른 처리 없이 그대로 먹기 때문에 위생과 안전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식품공전(食品公典)에서는 기름을 바른 조미김에 대해 산가와 과산화물가 기준을 마련해 두고 있다.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는 해당 지역생산 김을 명품으로 만들기 위해 해썹(HACCP) 등 여러 가지 인증 제도를 도입하고 있어 고를 때 인증표시를 잘 살펴보는 것도 좋다.

신구대학교 식품영양과 교수
e-mail 신창섭 기자 / 사진부 / 부장 신창섭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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