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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사회] Who, What, Why 게재 일자 : 2019년 01월 16일(水)
고소·고발 4586건 → 1만175건… 文정부 들어 2배이상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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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적폐청산 관련 재판에서 직권남용 혐의 적용이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은 각 재판에서 무죄나 일부 무죄 판결을 받은 이명박(왼쪽부터) 전 대통령,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추명호 전 국가정보원 국익정보국장, 최경환 자유한국당 의원. 뉴시스

- 직무·남용 범위 엄격 해석 잇단 無罪…“정치적 악용” 비판도

이명박·최경환 등 줄줄이 무죄
법원‘직무상 권한 아니다’판단

“하급자의 위법행위 이유만으로
상급자 지시가 모두 불법 아냐”
우병우 사건 1심재판부도 밝혀

‘적폐 수사’ 논란 갈수록 커져
‘코에 걸면 코걸이 아니냐’지적
공직사회 위축될 우려도 나와


최근 직권남용을 놓고 논란이 많다. 시대에 따라 적용되는 기준이 똑같다고 볼 수 없는 혐의가 바로 직권남용이다. 형법 123조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죄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하급자 등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권리행사를 방해하는 경우에 성립된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태 이전에는 적용되는 사례가 많지 않았다. 최근 이른바 ‘적폐청산’ 수사 과정에서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되지만 실제로는 법리적용이 간단치 않기 때문이다. 직권남용 혐의가 입증되기 위해서는 크게 두 가지가 만족돼야 한다. 우선 상급자가 시킨 일이 상급자 본인의 ‘직무’에 속해야 한다. 또 그것을 ‘남용’으로 볼 수 있느냐 까지 살펴야 한다.두 가지 중 하나라도 충족되지 않으면 유죄 판결이 쉽지 않다. 더욱이 최근 법원은 직무의 범위는 물론, 남용의 범위까지 좁게 해석하는 판결을 내놓고 있다.

▲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정의의 여신상. 뉴시스
◇직무 범위에 속하는가 = 지난해 10월 열린 이명박 전 대통령 1심 재판에서 법원은 이 전 대통령에게 적용된 직권남용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법원은 이 전 대통령의 ‘다스 미국 소송 당시 공무원 동원’ 혐의에 “국가 행정과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는 사기업 소송에 대해 검토하도록 지시할 직무상 권한이 없다”고 판시했다. 이 전 대통령이 직무상 권한이 없기 때문에 남용도 할 수 없다는 의미다. 이 전 대통령은 김재수 변호사를 로스앤젤레스 총영사에 앉혀 본인의 자동차부품회사 다스의 미국 소송을 지원케 해 직권남용 혐의를 받았다.

이 밖에도 법원은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에게 청탁해 옛 지역구 사무실 인턴직원을 채용시킨 최경환 자유한국당 의원의 ‘채용외압’ 판결에서 “법적으로 규정된 직무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직권남용 혐의를 무죄로 봤다. 다만 법원은 지난해 8월 열린 미르·K스포츠재단 불법 모금 등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2심 재판에서 “정부 수반으로서 모든 행정업무를 총괄하는 직무를 수행했다”며 직권남용죄를 인정, 다소 기준이 오락가락한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이 전 대통령의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이 나오자 검찰은 “직권 내 행위만 대상으로 삼는다면 직권남용으로 처벌할 수 있는 범죄가 거의 없다”고 밝혔다.

◇남용에 해당하는가 = 올해는 남용의 범위도 좁게 본 판결이 나오고 있다. 남용의 범위를 특정할 때 중요한 것이 ‘공모’의 정도다. 하급자가 부당한 일을 했다 하더라도 상급자의 명확한 지시와 이를 통한 공모 관계로까지 확장할 수 없다면 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실제 법원은 지난 3일 ‘민간인 블랙리스트’를 작성한 혐의를 받는 추명호 전 국가정보원 국익정보국장에 대해 “블랙리스트 문건에 대해 인식하고 보고도 받았지만 직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볼 수 없다”며 직권남용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직위상 상급자이고 불법행위 과정에서 내용도 충분히 보고받을 수는 있지만, 범죄행위를 지배하고 있다고 볼 수 없어 공모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지난해 말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직권남용 사건의 1심 재판부 역시 일부 유죄를 선고하면서도 “하급자의 직무수행이 위법하다는 이유만으로 상급자 지시가 모두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해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에 대해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법원이 기각하며 “공모관계 성립에 의문의 여지가 있다”는 이유를 내세운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실제 이들은 구속영장심사에서 “실무진들에게 ‘챙겨보라’고 한 것뿐인데, 하급자들이 무리해서 위법한 행위를 했다”는 의도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들이 직권을 남용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발언인 셈이다.

◇‘적폐’와 ‘신(新) 적폐’ 모두 직권남용 =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 직권남용으로 고소·고발되거나 경찰에서 관련 혐의로 송치받아 검찰이 수사한 사건이 9188건이었다. 2016년(4586건)의 2배가량 늘어난 수치다. 특히 2018년의 경우 8월 말 기준 1만175건으로 이미 전년 전체 사건보다 1000건가량 증가했다. 검찰이 이른바 적폐수사를 벌이는 과정에서 직권남용 혐의를 광범위하게 적용, 직권남용 고소·고발 건이 많이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특히 향후 직권남용 수사는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진행 중인 적폐수사와 더불어 야권 등이 현 정부 아래서 벌어진 것으로 의심되는 청와대의 ‘민간인 사찰’ ‘환경부 블랙리스트’ 등 신적폐에 대해서도 직권남용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는 건수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는 정권 후반부로 갈수록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한국당은 민간인 사찰 등과 관련해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등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했으며 기획재정부의 KT&G 사장 선출 개입 의혹과 관련해 김동연 전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등을 고발한 혐의도 직권남용이다.

◇직권남용 적용은 신중해야=다만 직권남용 고발에 대해서는 신중해야 한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박 전 대통령과 이 전 대통령의 사례에서 보듯 직무 범위 등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한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형법은 합법과 불법을 따져야 하는데 직권남용은 남용의 ‘타당성’을 따지는 법률이기 때문에 헌법상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관가에서는 직권남용죄 탓에 공직사회가 위축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2006년 직권남용에 대한 헌법재판소 판단 때 나왔던 소수의견에 관심이 쏠린다. 당시 산업은행이 현대상선에 4000억 원을 대출하도록 한 혐의(직권남용)로 기소된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이 직권남용죄에 대해 낸 헌법소원에서 권성 헌법재판관은 8 대 1 합헌 판결 와중에 소수의견을 통해 직권남용죄에 대한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권 재판관은 “전임 정부의 실정과 비리를 들춰내거나 정치적 보복을 위해 전임 정부에서 활동한 고위 공직자들을 처벌하는 데 이용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임정환 기자 yom724@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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