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앞두고… 온누리상품권 ‘현금화 깡’ 부작용 속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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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통시장 살리기 취지 무색

정부 할인폭 10%로 높이자
은행 창구 조기 품귀 현상
차익 남기고 되팔기 성행
사용처 몰라 유통도 미흡

“올해 온누리상품권이 특별히 많이 판매됐다고 하는데 예년보다 상품권 매출이 늘지 않았어요. 모두 어디 간 건지….” (서울 서대문구 영천시장 청과가게 주인)

“회사에선 온누리상품권을 주는데 회사나 집 인근에 사용처가 없어요. 직원들끼리 모아서 ‘깡’(상품권을 팔아 현금화)합니다.” (공기업 직원)

정부가 전통시장을 살리자는 취지로 설을 앞두고 할인 폭을 기존의 5%에서 10%로 높이고 발행액도 늘렸지만, 현장에서는 부작용들이 속출하고 있다. 직원 포상용이나 수당, 회식비 등으로 직원들에게 온누리상품권을 지급하는 공기업들의 경우 직원 중에는 사용처가 마땅치 않아 직원끼리 모아 현금화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지난 21일부터 온누리상품권 할인율을 10%로 올리자 이를 판매하는 시중 은행들의 창구에서는 조기 품귀 현상이 나타나는 등 ‘싹쓸이’와 ‘현금화’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30일 주요 공공기관들에 따르면 각 공기업은 최근 정부의 시책에 따라 적극적으로 온누리상품권을 구입하고 나섰다. 특히 정부의 방침에 따라 명절을 앞두고 대량 살포되는 분위기다. 그러나 여전히 “사용처가 마땅치 않다”며 반기지 않은 직원들이 많다. 인터넷 ‘맘 카페’ 등에서는 “온누리상품권을 받았는데 어디 가면 쓸 수 있는지”를 문의하는 글들과 ‘현금화’ 문의가 다수 올라와 있다.

A 공기업 직원은 “회식비로 온누리상품권을 받았지만, 빌딩 숲 속에 있는 회사 인근에 회식 장소 중에 사용처를 찾을 수가 없었다”면서 “회사 인근에서 카드로 회식하고 온누리상품권은 ‘깡’을 해서 현금화했다”고 말했다. B 공기업을 다니는 한 직원은 “온누리 상품권이 몇 장씩 나오면 이를 개인별로 현금화하기 어려워 재래시장에서 장사를 하는 친척이 있는 직원에게 몰아줘서 한꺼번에 현금화하곤 한다”고 말했다. C 공기업 직원 가족은 “전통시장에서 소비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며 “남편이 회사에서 받은 100만 원 가량의 온누리상품권을 소비할 곳을 아직 못 찾고 있다”고 했다.

정부는 현금화나 되팔기와 관련,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설을 앞두고 일시적으로 할인율을 높이는 것이 되팔기를 부추긴다는 지적도 나온다. 21~31일까지 1인당 한도는 기존의 30만 원에서 50만 원으로 늘어난 데다 지인이나 가족을 동원해 구입하는 사례가 적지 않아서다. 실제로 서울 시내 상품권 취급점에서는 온누리상품권을 액면가 대비 6% 할인된 가격으로 매입한다. 이렇게 되면 구입가의 4%포인트를 차익으로 남기는 셈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매매하면 4~5% 포인트를 이익으로 남기는 아비트리지(재정거래)를 조장하는 면이 없지 않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박세영·황혜진·유현진 기자 g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