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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His Story 게재 일자 : 2019년 01월 30일(水)
‘연봉 30억’ 프로게이머 이상혁 “밥·연습·밥·연습, 게임이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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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퇴때 부모님 지지가 나의 힘”

한달 접속자만 1억명 넘는‘LoL’
글로벌 e스포츠대회서 3회 우승

게임 예전처럼 재밌지는 않지만
내가 선택한 일 여전히 흥미로워

스트레스 받으면 술 대신 책읽어
다른분야 관심만으로 피로 해소

학업 병행할 수 없는 프로게이머
축구·야구보다 리스크 큰 게 현실


PC 게임이 이제는 ‘e스포츠’로 불리며 고부가 가치 산업이 됐지만, 부모들에게는 자녀 공부를 방해하는 ‘주적’인 경우가 많다. 내 유치원생 아들이 책이 아닌 게임기를 붙잡고 하루를 보내고, 초등학교에 입학해 장래 희망란에 ‘게이머’라고 쓰는 상황을 상상하기 싫다. 아무리 아이의 의사가 가장 중요하다지만, 일단 되는 데까지 말리고 볼 것 같다. 실제 주변 가정에서는 ‘게임과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평소 인자하던 선배가 시험공부 대신 밤새 게임을 하는 중학생 자녀에게 10여 년 만에 처음으로 회초리를 든 이야기, 멀쩡하게 명문대를 다니던 아들이 갑작스레 게이머가 되겠다고 선언해 온 가족이 ‘초비상’이 걸린 이야기를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솔직히 이런 마음가짐으로 21일 경기 일산 SKT T1 연습실에서 ‘최고의 게이머’ ‘페이커’ 이상혁(23) 선수를 만났다. 이 선수는 한 달 접속자만 1억 명이 넘는 최고의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LoL)에서 LoL의 마이클 조던, 황제, 불사 대마왕 등으로 불린다. 세계 1위 게이머인 그의 연봉은 30억 원 이상(업계 추정)이다. “게임 잘하면 이렇게 돈 벌 수 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그가 어떤 사람인지 무척 궁금해졌다.

연습실로 들어선 이 선수는 트레이닝복을 입고 슬리퍼를 신고 왔다. ‘슈퍼스타’가 아니라, 동네 편의점에서 볼 수 있는 아주 흔한 대학생 모습이었다. 그는 고개를 살짝 숙이며 인사했다. 연습 중 딱 한 시간을 어렵게 낸 이 선수에게 질문을 쏟아냈다.

―하루 일과가 궁금하다.

“하루 종일 게임 연습을 한다고 보면 된다. 밥을 먹고 오전 11시쯤 연습실에 나와 오후 4시까지 연습을 한다. 잠깐 휴식하고 밥을 먹고 또 바로 연습을 한다. 보통 밤 11시까지 연습이 이어진다. 다른 선수들과 야식을 먹은 뒤, 개인 연습을 또 한다. 대개 새벽 3∼4시는 돼야 연습이 완전히 끝난다.”

‘주 52시간’ 시대에 행해지는 어마어마한 연습량에 놀랐지만, 이 선수는 매우 냉정하게 연습 시간에 대한 설명을 이어나갔다. “연습이 일상”이라고 했고, 연습이 힘들다거나, 지루하다는 내색은 전혀 하지 않았다. 그래서 물었다.

―밤새 연습을 하다 보면, 갑자기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나? 20대 초중반 나이는 ‘자신의 인생을 망칠 권리’가 있는 나이 아닌가.

“그런 감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느끼기는 한다. 그래도 내가 해야 할 일이 있다는 점을 잘 안다.”

단답형이었고, 또 차분했다. 그래서 질문을 바꿔 같은 내용을 한 번 더 물었다.

―게임이 직업이 됐는데, 여전히 게임이 재밌나.

“프로가 되기 이전처럼 오롯하게 게임이 재밌기는 어렵다. 마냥 즐기면서 게임을 하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여전히 흥미롭다. 내가 좋아서 선택한 일이고, 지겹다는 생각보다는 ‘나의 일상’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모든 게 자연스럽다.”

―그럼에도 스트레스받으면 뭘 하나. 기자는 참고로 술을 마시는 경우가 많다.

“술을 안 좋아한다. 술 먹는 일은 거의 없다. 대신 저는 독서를 한다. 마음을 가라앉히는 데 가장 좋다. 게임만 하면 ‘게임 머리’만 발달할 것 같아서, 다른 분야에 관심을 일부러 가지려 한다. 또 게임이 아닌, 다른 분야에 관심을 가지는 것 자체로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측면이 있다.”

―어떤 책을 주로 읽나.

“가리지 않는다. 소설, 자기계발서, 철학서 등 손에 잡히는 대로 읽는다. 팬들이 책 선물을 많이 해주시고, 그렇게 선물 받은 책을 닥치는 대로 읽는 편이다. 한 분 한 분 고민해서 정성 들여 보내주는 거니 다 읽으려고 노력한다.”

―한 달에 몇 권이나 읽나.

“시즌 중에는 한 달에 한 권. 비시즌에는 3권 정도는 읽는 것 같다.”

이 선수는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차분했다. ‘게임을 잘해야 한다’는 대원칙을 정해놓고 큰 변동 없이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런 차분함이 놀랄 만한 성적으로 이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 그는 글로벌 최고 e스포츠 대회인 LoL에서만 세 번이나 우승을 차지했고, 경기 승률도 72.9%(391전 285승 106패)나 된다. 그래서 도대체 어떻게 하면, 얼마나 게임을 잘하면 연봉으로 30억 원을 벌 수 있는지 물었다.

―이 선수는 천재인가. 천재형, 노력형 어느 쪽인가.

“천재형, 노력형 구분하는 것을 안 좋아한다. 노력해야 천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뛰어난 두뇌, 압도적인 유전자보다는 자기 스스로 그 분야에 흥미를 가지고 탐구해야 성과를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문현답’이었다. 그는 요즘 교육계 화두인 ‘자기주도 학습’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자신만의 뛰어난 재능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공부해야 할 시기에 수많은 학생이 “나도 30억 원을 벌겠다”는 생각에 PC방에서 게임만 하는 것은 마냥 옳지만은 않다고 생각했다.

―언제 자신에게 재능이 있다는 것을 알았나.

“일단 기본적으로 게임을 좋아했다. 재능이 조금 있다고 생각도 했다. 결정적인 사건은 LoL이 출시됐는데, 게임을 하다 보니 내가 세계 랭킹 1위를 찍었다. 프로가 되기 전에 1등을 했고, 이런 랭킹을 바탕으로 프로구단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왔다.”

―본인만의 장점이 있나.

“평소에도 언제나 게임에 대해 생각한다.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지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또 게임할 때 차분해지려고 노력한다. 게임 중에 흥분하면 될 것도 안 된다.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없다. 그래서 마인드 컨트롤을 한다. 마음을 가라앉힌다. 게임 중 어떤 상황이 와도, 편하게 생각하려 한다.”

―세계 최고 게이머가 된 비결은.

“시기가 좋았다. 운도 많이 따랐다. 또 최고의 팀원들이 구단에 있다. 축구로 치면, 내가 공격형 미드필더라 다른 팀원들보다 조금 더 주목을 받는다. 그게 다다.”

―평소 컨디션 관리는 어떻게 하나.

“가장 중요한 건 수면 시간이다. 게임은 머리를 써서 하는 것이다. 잠을 많이 자서 머리를 쉬게 해줘야 한다는 생각이다. 더 연습하고 싶어도 컨디션 관리를 위해 자제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최소 7시간 정도는 자는 것 같다.”

이 선수는 프로게이머가 되기 위해 고등학교 2학년 때 자퇴를 했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부모님의 반대가 없었는지 궁금했다. 또 20년 조금 넘게 산 인생에서 어쩌면 가장 중요한 선택을 했을 당시의 마음가짐이 궁금했다. 상황이 복잡해지면, 삶을 대하는 태도가 여과 없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대개 게이머가 되겠다는 자녀를 십중팔구 말린다. 이 선수 부모님은 어땠나.

“거의 반대하지 않으셨다.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겠다고 분명하게 말씀드렸고, 부모님은 곧바로 지지를 해주셨다. 부모님께서는 ‘너의 인생이니, 네가 설계하라’고 짧게 말씀하셨다. 그렇게 프로게이머가 됐고, 지금 많이 응원해주신다.”

―프로게이머를 꿈꾸는 사람이 많다. 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

“객관적으로 자기 재능을 평가해야 한다. 프로 축구·야구 선수가 되기 위해서는 엄청나게 좁은 문을 뚫어야 한다는 사실은 많은 사람이 안다. 그러나 프로게이머는 아무나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현실은 다르다. 다른 스포츠보다 더 문이 좁다. 특히 프로가 되려면 학업을 병행할 수 없다. 리스크가 엄청나다.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게임 랭킹을 얻은 뒤에나 프로게이머에 도전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프로게이머들은 20대 후반이 되면, 대부분 은퇴한다. 그가 은퇴 이후 어떤 삶을 꿈꾸는지 궁금했다. 궁극적으로는, 언제 어떤 행복을 느끼는지 알고 싶었다.

―언제 ‘나 행복하구나’라고 느끼는지?

“난 지금 내 일에 집중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성과가 났을 때 가장 행복하다. 그 성과는 결국 우승이다. 2013년 여름, 처음 우승했을 때를 잊을 수 없다. 선수와 가족들이 모여 우승 기념 회식을 한 순간이 아직도 또렷하다.”

―은퇴 이후 삶을 생각해본 적이 있나?

“가능한 한 오랫동안 프로게이머를 하고 싶다. 은퇴 이후 삶에 대해 생각해본 적은 없다.”

고양=손기은 기자 s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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